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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초래한 부실대출의 '재앙'

문윤홍-편집국장

2007년 10월 09일 (화)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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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폭등하면서 대출을 받아 내집마련에 나섰던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금리가 사상 최저였던 2004～2005년 분할상환방식으로 대출받은 사람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원금 상환을 시작하면서 고통을 받고 있다.
직장인 C씨(43)는 2005년 1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2억5000만원을 빌렸다. 대출조건은 3년 거치 20년 상환, 대출 금리는 3개월 변동금리(CD금리 기준)를 기본으로 4.60%를 적용받아 한 달에 이자를 95만8300원씩 냈다. 하지만 지난 8월 통장에서 빠져나간 이자는 무려 127만2916원. 기준금리인 CD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금리가 6.11% 오른 탓이다. 늘어난 이자만 매달 30만원이 넘는다.
더 큰 걱정은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내년부터다.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해도 내년부터는 원리금으로 매달 191만3611원을 꼬박꼬박 내야 한다. 그것도 20년간이나 말이다. 더욱이 대출받아 산 집값이 떨어졌다는 뉴스가 나올 땐 죽고 싶은 심정이다.
미국에선 주택시장이 붕괴되고 주택담보 청구권이 기하급수적으로 소멸되어 불평과 책임 전가가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금융 혼란의 경제적·정치적 책임 소재를 따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실제로 할부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주택 매입자들이 빌린 위험부담이 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이 최근 미국 주택시장 붕괴의 핵심요인이다. 즉, 채무자와 채권자 양측이 모두 안고 있던 위험부담이 현실화되면서 붕괴를 촉발했다.
주택 구입자들이 위험부담이 큰 대출을 갑자기 대규모로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기관들이 할부금 상환능력이 의문시되는 채무자들에게 소위 ‘창의적인’ 대출을 갑자기 해준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의문들에 해답을 찾을 수 있는 한 가지 단서는 이처럼 위험부담이 큰 대출이 몇몇 특정한 지역과 시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대출 초기에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지불하는 조건의 대출을 받았다. 이러한 대출로 주택 구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주택담보 대출의 할부 상환금을 내기에 충분할 만큼 소득이 증가하지 않으면 채무자들은 자기 집을 잃는다.
이처럼 위험부담이 큰 주택담보 대출은 몇 년 전만 해도 매우 적었다. 2002년까지 미국에서 주택을 저당으로 잡힌 신규대출의 10% 미만이 이런 서브프라임 대출이었다. 그러나 2006년이 되자 신규 주택담보 대출의 31%가 소위 ‘창의적인’ 위험부담이 큰 서브프라임 대출이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는 신규 주택담보 대출의 66%가 이런 대출이었다. 시기와 지역에 따라 대출 유형에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택 가격이 급격히 치솟아 저소득층 시민들은 위험부담을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주택 가격이 급격히 오른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과 여러 외국을 조사한 다수의 연구 결과는 동일한 결론을 제시한다. 즉 정부의 건축 규제가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
소득의 증가와 인구 증가 및 건축비 등 여러 가지 다른 요인들도 관계되지만 주택가격이 10년 동안 2배 혹은 4배로 상승한 지역들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건축 규제가 주택 가격 상승의 열쇠란 사실이 밝혀졌다.
'개방된 공간'이니 ‘현명한 성장’ 등 매력적이지만 경솔한 미사여구를 동반한 토지이용 규제 정책이 문제 지역들의 토지가격을 크게 올려 땅값이 주택을 짓는 데 드는 비용보다 턱없이 높아지게 만들었다. 이런 정치적 미사여구에 현혹되지 않은 몇몇 지역에선 소득과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주택 가격의 폭등이 일어난 지역에서는 건축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어 건축비는 가격 상승의 중요한 요인이 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정치가들이 입버릇처럼 떠드는 적정한 ‘내집 마련’을 방해한 정부가 이번 소동의 원인이다. 대출금 상환능력이 부족한 시민들에게 주택담보 대출을 하도록 금융업자들에게 압력을 가한 정치가들도 핵심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인들은 대출에 따른 위험부담을 반영하여 높은 이자를 물리면 서민을 “착취한다”고 아우성을 친다.
파산한 일부 서브프라임 대출업자들의 엄청난 손실은, 정치가들이 경제를 미시적으로 관리하도록 허용하는 데 따르는 여러 가지 결과를 또다시 보여 준 것이다.
그러나 언론과 정부의 시끄러운 책임전가의 와중에서도, 주택구입자들과 대출업자들에게 금융상의 재난을 초래한 여러 가지 조건을 만드는 데 핵심역할을 담당한 지방과 연방 정치인들에 대한 책임 추궁은 거의 없다.
금융시장이 고통스러운 조정을 거치고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 위험부담이 큰 ‘창의적인 금융제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줄어들면서도 정치인들은 개과천선(改過遷善)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자기네가 이번 금융재앙을 일으키는 데 일조하고도 비난을 용케 모면한 그들이 개과천선할 리가 만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