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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아파트 공공매입 문제 많다

문윤홍-편집국장

2007년 10월 09일 (화)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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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방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대구·대전 등의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하고 미분양주택을 직접 매입해 임대용으로 비축하는 방안을 마련, 최근 열린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에서 확정했다.
전(全)방위 부동산 규제로 주택건설경기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이미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9만 가구에 이르고 중소 건설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는 마당에 때늦은 미봉책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것도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보면 얼마나 실효(實效)를 거둘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지방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건설업체들의 연쇄도산과 그에 따른 지방경제 위축이 걱정스런 것은 사실이다. 지난 6월말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8만9924가구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가장 많다. 수도권을 뺀 지방 미분양 주택만 8만4364가구에 이른다. 분양률이 50%도 안 되는 아파트단지가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장기 임대하는 방안의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잘만 운용되면 지방건설사 연쇄도산이 불러올 금융권 부실과 경기침체를 차단하고, 부동산시장 조절을 위한 완충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장처럼 '중대형 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중산층의 주거의식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고 위기에 처한 지방 건설업체들의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정부는 국민임대주택을 직접 건설하는 것보다 민간 미분양 주택을 싼값에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지만 민간이 실패한 사업을 재정으로 지원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건설업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재원조달과 매입가격이다. 지방의 경우 지금도 임대주택이 남아도는 형편이다. 기본적인 수요예측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의 대부분이 중대형이라는 사실이 이를 설명해준다. 저소득 무주택자를 위한 국민임대주택 건설에 사용돼야 하는 국민주택기금이 엉뚱한 곳에 쓰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 어느 곳의 미분양 주택을 얼마나 매입해야 할지, 어떤 가격으로 사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려면 반드시 그곳의 임대수요가 얼마나 있는지, 시장에서 형성되는 임대가격은 얼마인지 등을 따져 재정의 추가부담을 유발(誘發)하지 않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사실 지방 건설경기의 침체는 이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정책 실패의 당연한 귀결이다. 부동산 값을 때려잡는다며 온갖 규제와 세금폭탄을 퍼부은 결과 마침내 부동산 경기가 싸늘하게 식었고, 시장 여건이 취약한 지방에서 그 후유증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의 미분양 사태에는 지방 건설사들의 판단 잘못도 있지만 정부의 과도한 시장억제 정책에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런데 시장을 억누를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지방 건설경기를 살린다는 대책을 마련한다니 어이가 없다.
참여정부 주택정책의 근간인 국민임대주택은 벌써 공급과잉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강원지역은 현재 임대주택 공급이 계획 물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미(未)임대율이 10%를 웃돈다고 한다. 갈수록 임대주택이 남아돌 판인데, 민간 아파트까지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쓰겠다니 가당치 않다.
미분양이 느는데도 손 놓고 있다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 무리한 정책까지 동원하려는 게 대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논란의 핵심은 정부 방안이 침체된 지방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선심용 정책의 의혹이 짙다는 점이다. 그러나 행여 국민 부담으로 표밭을 다지려는 잔꾀를 부려서는 안 된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정책의 순수성이다.
이제 더 이상 선심성 임기응변적 대책을 남발할 게 아니라 부동산시장의 왜곡을 가져온 각종 '세금폭탄'과 불합리한 규제부터 합리화해 더 이상의 주택시장 악순환을 막기 위한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