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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불티나는 신규 고급아파트..미분양 물건 거의없어 건설사들 난립.. 경제전문가들 "시장붕괴" 경고도

2007년 08월 27일 (월) 00:00:00

문윤홍

카자흐스탄은 석유수출 대국이다. 하지만 원유를 팔아 휘발유를 수입해야 하는 처지다.
중국이 수출선을 끊으면 생필품 파동을 겪을지도 모른다. 모든 관료들이 '산업 다각화'란 주술에 걸려 있는 이유다. 자원 부국이 겪을 수 있는 이른바 '더치 디지즈'의 함정을 분명히 인식, 제조업 육성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이를 위해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클러스터 이론을 도입, 7개 지역에서 그 씨를 뿌리고 있다. 그리고 최근 준공된 아파트 가격은 매년 30% 이상 상승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누가 부자일까?
카자흐스탄에선 금융회사 관계자나 광물개발업자,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부자들이다. 금융회사 관계자나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상위 3%, 즉 인구 1500만 명 중 4만5000명. 이들은 1000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지하경제 규모는 20~40%에 달해 정부가 공식 발표한 1인당 국민소득(지난해 말 현재 5100달러)과는 엄청난 괴리를 느낄 정도로 거부(巨富)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직종 종사자들이 부자인가. 자원의 보고(寶庫)답게 유전이나 광물 개발업자들이 단연 첫손가락에 꼽힌다. 실제로 유라시아 내추럴 리소스 코프(ENRC: Eurasia Natural 대주주 3명은 포브스 선정 빌리어네어(Billionaire: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 있다.
그 다음은 금융관계 종사자와 공무원이라는 게 현지의 공통된 지적이다.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어와 영어를 구사하고 외국학위를 갖고 있으면 연봉이 10만 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금융 산업의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카자흐스탄의 금융 산업이 이처럼 번창하는 것은 개방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카자흐스탄 투자회사 카즈인베스트 보다코스 콥바예바 대표는 "외국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외국 금융회사가 함께 진입해 자연스럽게 개방 시스템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우선 외국법인도 100% 지분 소유가 가능하다. 현재 34개 상업은행 중 절반이 외국계다.
외환자율화도 금융산업 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때문에 금융서비스의 경제기여도는 건설이나 자원분야보다 높은 40%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5월 이탈리아의 한 은행이 중견 은행인 ATF 방크를 21억 달러(대주주용 1억달러는 별도)란 비싼 가격에 인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CIS(독립국가연합)의 맹주인 러시아보다 앞서 있다는 평을 듣는다. 또 CIS국가 중 가장 먼저 사(私)연금을 도입, 사연금 규모가 GDP 대비 8%에 이른다.
현재 연금시장 규모는 77억 달러이며, 2016년에는 10배인 720억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ING은행의 분석을 인용, 보도했다. 키멥대학교(카자흐스탄 경제경영대학원)의 이상훈 교수는 "높은 경제성장에 힘입어 대출시장 성장률이 2010년까지 연 30%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돈이 넘치면 금융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국 기업이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금융시장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현재 한화증권이 카자흐스탄에 합작법인을 설립, 운영 중이며 국민은행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이 현지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가전시장 한국산이 50%이상 장악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서 여행 가방이 나오길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대형 스크린 광고판을 마주한다. 짐을 싣는 모든 카트에도 LG전자 로고가 붙어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유통되는 소비제품의 대부분은 '메이드 인 차이나'이지만 가전분야는 아직도 한국산이 5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이 이 시장을 등한시한 1990년대 후반부터 LG 대우 삼성의 브랜드가 파고 든 결과다.
특히 LG전자는 1998년 알마티에 TV와 세탁기 생산 공장을 세웠다. 덕분에 최대 백화점인 쭘은 LG 광고판으로 뒤덮여 있으며 인근 번화가는 LG거리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에서 일본 소니보다 한국산 가전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은 유일한 지역이다. 변동승 LG전자 알마티법인장은 "세탁기 TV 휴대폰에 대한 LG브랜드 인지도가 85%에 달 한다"고 전했다.
술팍 테크노돔 플라네따 등 카자흐스탄 3대 가전 유통업체의 오너가 고려인인 것도 한국 가전의 강세와 무관치 않다.
카자흐스탄 국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고가품 판매 비중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평면 TV와 LCD TV의 판매 비중이 현재 70대 30이나 조만간 50대 50으로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을 맞은 지금 현지에서 확실히 뿌리내린 소비제품은 가전뿐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현지 최대 유통업자와 손잡고 시장 공략을 시작했으나 아직은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국 건설사들의 현지 진출 경쟁에도 불구하고 건설자재는 독일과 중국산에 끼여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한국과 거리가 먼 데다 해로를 통한 접근이 여의치 않은 지정학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오일머니를 무기로 새롭게 부상한 이 시장을 놓치기는 아깝다.
◆마이클 포터의 실험장..."자원의존 줄여라" 더치 디지즈 경계 확산
카자흐스탄 투자개발청인 카즈인 베스트의 코스 콥바예바 대표는 국가경쟁우위론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 이론을 대입, 향후 산업구조 개편의 방향을 밝혔다.
카자흐스탄은 이미 2003년부터 2년간 포터 교수가 이끄는 하버드 경영대 팀과 함께 그의 클러스터 이론(같은 업종을 특정 지역에 모아 시너지효과유발)을 현지에 접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콥바예바 대표는 ‘2003~2015 혁신적 산업발전전략’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이며, 석유화학 건축자재 식품가공 물류 제련 섬유 관광 등 7개 분야를 중점 육성산업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자원개발보다 제조업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중앙아시아는 지금 ‘산업다각화’란 주술에 걸려 있다。만나는 관료마다 클러스터 구축이 최고 화제다. 자원부국이 겪을 수 있는 이른바 더치 디지즈(dutch disease: 1960년대 막대한 가스개발의 호황을 꿈꾸다 오히려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네델란드의 역사적 경험을 빗댄 말. 자원의 보고는 축복일수도 있지만 제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재앙으로 작용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두바이 기적도 더치 디지즈의 반면교사가 된다.)의 함정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결과였다. 중앙아시아의 자원 의존적 경제가 자칫 제조업 붕괴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우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누차 자원 고갈에 대비한 산업구조 개편을 독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카자흐스탄은 하루 평균 원유를 130만 배럴을 생산하는 석유수출 대국이지만 원유를 팔아 휘발유를 수입해야 하는 기이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정유시설이 크게 부족해서다. 동쪽으로 국경을 맞댄 중국이 수출선을 끊으면 생필품 파동을 겪을 것이란 두려움도 안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의 한 관계자는 “소비재의 80%를 중국으로 부터 공식, 비공식적으로 들여온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이‘2015 혁신적 산업발전전략’ ‘2030 프로젝트’등과 같은 장기 청사진을 세워 놓고 산업다각화에 총력전을 펴는 데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원유 수입의 60% 정도인 150억 달러를 확보해 지난해 카지나 펀드를 만들었다. 몇 년 후 나타날 수 있는 오일이나 광물 가격의 급락에 대비해 서둘러 제조업을 확충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IT(정보기술, 알라타우 지역) BT(생명공학, 스테프노고르스크지역) NT(초정밀공학, 쿠르차토프 지역) 등 3개 첨단분야 육성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 여전히 갈 길은 멀다.
◆ 카자흐스탄 부동산시장 동향
카자흐스탄에선 최근 준공된 아파트 가격이 매년 30%씩 상승하고 있다. 분양 시작에서 완공 때까지 20~25%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알마티 RE 바로 앞에 최근 준공된 고급 아파트는 최초 분양 시 $1,000에서 $2,500까지 상승하기도 함)
신규 고급아파트 중 미분양물건은 거의 없다. 상류층들은 이미 주택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2주택이상 보유하여 임대하는 경향이 많으며, 임대를 위해 도심지 주택(임대용 주택: 전체 주택 수요의 30% 예상)을 선호한다. 특히 고급주택 수요자들은 도심지 선호가 높다.
최고급주택 수요자들은 지진에 대한 위험성 때문에 고층 건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며, 자기 공간을 선호하고 있으며 다세대 주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카자흐스탄 주택가격은 시내 중심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 기존 고급주택의 매매가격은 ㎡당 3000달러(인테리어 포함)에 달한다. 일반적인 고급주택의 분양가는 ㎡당 2000달러 (인테리어 별도)에 이른다. 중류층 이상이 선호하는 일반주택의 분양가는 ㎡당 1500달러(인테리어 별도)에 불과하다. 국민주택(중류층) 규모는 100㎡ 정도(전용면적 기준)다.
건설 붐으로 인해 소규모 건설사 난립하여 공사 중 부도가 많이 발생한다. 완공단계에 이를수록 분양 선호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최근 카자흐스탄의 부동산 시장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제기됐다. 권위있는 경제전문가 칼리닌은 “카자흐스탄의 부동산 시장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된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부동산 가격이 최근 지속 상승했고, 일반인들이 현재소득으로 아파트를 매입할 수 없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2∼3년 후 하락 가능성이 농후하다. 카자흐스탄은 부동산 시장을 관리하지 않으면 몇 년 후 동남아ㆍ대만ㆍ일본의 부동산 시장처럼 붕괴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위기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시중은행들이 해외차입금을 바탕으로 자금수요자들에게 거액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부동산시장의 주요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형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건설원가를 부풀려 분양, 폭리를 취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대형건설사들은 아파트 건설원가가 ㎡당 550∼600 달러에 불과하나 실제로는 2700∼3000 달러에 분양한다.
이와 관련, 카자흐스탄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의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이 전체 대출규모의 50%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담보대출자들이 은행에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할 경우 은행권 전체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