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보고 머리 쭈삣, 고구려 기상 전하려 건립
‘통오리 밀쌈’ 별미에 마음까지 채워가는 것은 ‘덤’

너른마당에 광개토대왕비를 세워두고 힘들땐 고구려인을 생각하면서 18년을 한결같이 음식점을 운영해오고 있는 임순형씨.

“1999년 국내성과 지린성의 광개토대왕비를 보고 머리가 쭈삣 서고 온몸에 전율을 느꼈는데 그 뜨거운 마음이 너무 깊이 사무쳐서 도무지 진정할 수가 없었어요. 이것이 무엇일까. 잠을 못이루고 고민하던 끝에 광개토대왕의 기상을 우리민족에게 전해줄 방법을 찾게되었어요.”

임순형 사장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 자신이 본 광개토대왕비와 흡사한 비석을 중국 석공들에게 주문제작하여 150톤의 크레인을 사흘간 작업하여 마침내 지금의 너른마당 정원 가운데에 설치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저 먹고 가는 음식점이 아니라 마음마저도 가득 채워가는 장소로서 좋아한다.

‘너른마당’은 나무그늘 아래 정원에서 식사를 즐기며 자연과 민족혼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사시사철 손님들로 가득하다.

구파발에서 통일로 쪽으로 가다가 삼송 검문소에서 서울, 한양 CC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하면 삼송역이 나오고 다시 좌회전하면 서오릉 표지판이 나온다. 그곳에서 우회전하여 올라오면 바로 ‘너른마당’에 올 수 있다.

너른마당의 주요 차림은 ‘통오리 밀쌈’인데 도자기가마를 연상시키는 참나무 장작가마에서 훈제한 오리고기가 부드럽고 담백하다.

채를 썬 야채와 함께 밀쌈에 싸서 먹으면 여름보양식으로 알맞다. 고기를 겨자소스에 찍어 먹는 맛도 상큼하다.

부엌 가득히 풍기는 고소한 냄새의 정체는 돼지기름을 두르고 지져내는 녹두빈대떡으로 그 바삭하게 씹히는 맛은 과연 일품이다.

사각형의 널따란 주물팬은 이 집주인의 독보적인 영역으로 아예 주방 밖 계산대 옆에 위치하고 있어 주인이 양쪽을 넘나들기에 알맞게 자리잡고 있다.

식사로 할 수 있는 차림에는 숙주나물로 속을 채운 주먹만한 개성식 만두와 이 음식점에 오면 누구나 먹고 가는 인기 음식 ‘우리통밀 칼국수’가 있다.

다시마와 멸치 등으로 우려낸 국물에 두툼하게 썬 손칼국수를 넣고 다진 김치와 파 등이 고명으로 얹어 나오는데 통밀국수의 구수함과 깊은 국물맛은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만큼 맛스럽다.

식사를 마치면 짙은 색깔의 돌미나리차를 후식으로 맛볼 수 있다.

돌미나리를 4,5월에 채취하여 두 달 간 포도당과 꿀, 쑥을 넣어 발효시킨 후 추출한 원액을 시원한 물에 타서 마시는데 소화와 숙취에 효능이 좋은 차라고 소개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맛있는 음식으로 몸을 채웠으면 슬슬 일어나 너른마당으로 나가 보는 것이 좋다.

실내의 손님 방에서 나오면 정원의 나무 숲 그늘 아래 놓인 평상에 손님사들이 앉아 식사를 하거나 후식으로 나온 돌미나리차를 즐기고 있다.

너른마당에 설치되어 있는 광개토대왕비를 비롯하여 고구려 고분벽화와 백두산 정계비, 장수왕의 기개가 살아 있는 중원고구려비 등을 임순형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돌아보면 고구려의 기상과 정신을 느껴 볼 수가 있어 식후경이 더욱 좋다.

“중국에 있는 고구려 고분과 벽화를 원형에 가깝게 복사해 한국에 세우고 싶습니다.”

힘들 때는 고구려인을 생각하자고 제안하는 그는 혈관 깊이 고귀한 한국인이다.

글 변애나 편집위원 / 사진 김순희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