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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 FTA 꼭 되어야 하는 이유

2007년 06월 11일 (월)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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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한다면 한 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이 번 기회에 반드시 매듭지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와 미국 둘 다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다자간 협상이나 경제 블록끼리가 아닌 양자교섭이기 때문에 이번 협상 추진과정은 그리 험난한 편이 아니었다.
서로가 자국이익을 앞세워 상대에게 양보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교섭의 겉모습이다.
진짜 속셈은 상대방의 부당한 시장개방 압력에 맞서, 되도록 지켜야 할 자국 산업의 개방은 최대한 늦추는 반면 상대국 시장을 뚫고 들어갈 품목에 대해선 그 쪽 시장의 문턱을 낮추도록 압력을 넣음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보다 많이 챙기려는 것이다.
오랜 기간 협상해온 한 미 FTA가 3월말께 마지막 빅딜과정을 거쳐 드디어 타결의 길로 접어든다.
교섭과정에서 한때 진보세력의 반미운동에 실려 난항을 겪는 듯 했으나 뒤늦게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정부안에서 잡음이 가시고 타결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무역규모도 커지고 자본의 이동 또한 자유로워짐에 따라 우리나라는 대외경제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의 최대시장인 미국경제로 부터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령 미국금리가 오르면 그 쪽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곧 우리 수출실적도 나빠지면서 우리나라 경제전반에 먹구름이 낀다.
지난번 뉴욕 증권시장 폭락사태때 그 위력을 보았다.
아시아 주가가 덩달아 폭락하면서 국내 주가도 떨어지고 상장 기업의 자산가치 감소로 이어져 국내 소비위축의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무역거래에는 항상 상대방이 있게 마련이고 우리가 경쟁력 있는 상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상대국에서 비교우위가 있어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상품을 우리도 사줘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국가간 무역수지 불균형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환율조정압력을 받기도 한다.
지금 동아시아의 통상외교는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다. ‘세계화시대의 방어’ 저서로 이름 난 잭디시 바가와티 컬럼비아대 교수는 동아시아 각국의 지역간 및 국가간 자유무역협정들을 싸잡아 ‘대접에 담긴 국수 발’(spaghetti bowl)이라 이름하고 그 내용을 심층 분석했다.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와 칠레 두 나라와 각각 FTA를 맺었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브루네이 싱가포르 7개국을 역내국가로 안고있는 아세안과 지역FTA를 맺고 있으며, 현재 미국을 비롯해서 일본 캐나다와 각각 양자 FTA를 교섭중이다.
미국이 한국과의 FTA를 먼저 취하게 된 까닭은 세계 2위 시장 일본과 3위인 중국, 그리고 11위인 한국이 서로 맞물려있는 동북아시아의 노른자위 시장을 노렸기 때문이다.
아세안 지역FTA가 드러낸 허점은 역내에 최빈국 버마와 아주 잘사는, 세계화된 싱가포르가 함께 있어서 전혀 협력이 안된다는 점과 이 지역 블록과 FTA를 맺은 한국과 일본이 높은 쌀보호장벽을 쌓고 있는데 대해, 세계서 가장 효율적인 모범 쌀생산국인 태국이 크게 반발해 협정가입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블럭과 협정맺은 미국으로서는 역내국가들이 타지역엔 없는, 아세안 유일의 관세동맹하에 수입상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어 미국과 FTA를 맺은 다른 블록 국가들이 미국을 향해 거세게 항의한다는 것이다.
아세안에는 미국에 엄청난 무역흑자국인 중국이 들지 않아 골치아픈데 여타 지역의 다자간 및 양자 협정당사국들은 한결같이 뒷통수 치는 중국처사에 반발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서 도하개발아젠다로 이름지어진 마지막 글로벌 다자간 무역협상이, 농업부문 보조금과 관세인하 문제를 놓고 미국을 비롯한 몇 나라간 이견으로 매듭짓지 못한채 표류하고있는 것이다.
세계교역량의 8%에 불과한 농산물 때문에 세계화를 향해 성큼 내디디려는 세계인의 꿈이 좌절된데 대해 여론의 눈길은 곱지않다.
미국과 한국 농민들에 의한 보조금 및 관세인하 반대 때문에 지난 2000년 유엔총회서 만장일치 통과한 새 밀레니엄개발계획에 따라 그 자금혜택을 받는 개발도상국 농민들이 손해본다는 논리다.
한 미 FTA와 관련, 우리 농업도 시장원리에 적응해서 경쟁력 없으면 농사지을 수 없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FTA에 대한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본다.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이 진정 세계화시대에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일부 국내산업 피해에 연연하지 말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의한 참다운 국제경쟁력을 갖는 길 밖에 없다.
도하라운드가 주춤하는 사이 무역차별을 없애고 글로벌 원칙에 따라 양자간 FTA 바람이 다시 일면서 미국도 이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년 6월 지나서도 부시 대통령에의 협상권한위임이 의회에 의해 연장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또한 미국의 이해를 떠나서도 많은 WTO회원국들이 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룸으로써 개발도상국들의 가난경감에 박차를 가하고 글로벌 협력에 새로운 물꼬를 트게 된다는 파스칼 라미 WTO사무총장의 전망 또한 고무적이다.

김 태 선
본지 고문
(주)리앤다이렉트 회장
전 동아일보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