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5.4 토 23:39

홈 > 뉴스 > 투자리포트 > 오피니언

“북녁 민둥산 겨레꽃으로 덮고 싶어”

이희자 근우회 회장에게 듣는 ‘무궁화 사랑’

2007년 06월 11일 (월) 00:00:00

부동산신문

renews@renews

무궁화는 나라사랑 첫발
마음에 민족정신 심는 것

“무궁화는 우리겨레의 마음속에 심어진 나라꽃입니다. 꽃 자체도 아름답지만 그 꽃 속에 담긴 민족정신을 계승한다는 점이 더욱 귀중합니다. ”
무궁화 심기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근우회(槿友會) 이희자(李喜子) 회장은 해마다 4월 식목철이 되면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인다. 우리 땅 곳곳에 무궁화를 식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 마음에 ‘나라사랑정신’을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해시대를 맞아 남북이 하나가 되는 길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고 무궁화에 담긴 민족혼을 일깨우는 일이 그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올해도 식목일을 앞두고 연례행사로 자리잡은 ‘무궁화 묘목 나눠주기’행사(광화문 네거리)준비에 바쁜 이희자 회장을 만났다.
“4월6일엔 개성공단 앞산에서 회원들과 함께 무궁화 심기운동을 벌입니다. 민둥산이 많은 북한 산하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나라꽃 무궁화를 산마다 가득히 심고 싶습니다.”
이회장의 마음은 어느새 북녘산하에 가 있었다.
“99년 금강호를 타고 금강산에 오르면서 근우회 창립정신을 새롭게 느꼈습니다. 문맹여성에게 글을 가르치고 노동자 농민의 권익보호에 앞장선 근우회는 1925년 조신성 김활란 임영신 황신덕 유각경 정칠성 여사가 조직한 한국 최초의 여성단체입니다.
일제가 창경궁내 무궁화를 모두 뽑아내고 일본국화인 벚꽃을 심자 속치마에 무궁화를 수놓는 방식으로 나라사랑을 실천했습니다. 그 분들이 지금 금강산에 오른다면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산 입구에서 우리를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북녘여성들이 생각났습니다. 민둥산이라 땔감을 구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겨울보내기운동부터 벌여야겠다는 마음에서 연탄과 소금 보내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차가운 냇물에서 빨래하는 것이 안스러워 고무장갑을 보내기 시작했고 빨래하는 엄마 곁에 앉아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탁아소 지원에 나선 것입니다. 정치 아닌 민간차원의 우애찾기가 나라사랑의 뿌리 아니겠습니까.”
이회장은 나라를 잃었던 시대에 무궁화 사랑으로 나라사랑을 표시했다면 북녘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 또한 민족을 하나로 만드는 나라사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 정주영 회장과 함께 소떼를 몰고 북으로 향했던 그 당시의 마음도 나라사랑의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현대아산그룹 현정은 회장의 석사학위 논문이 ‘초기 근우회에 관한 연구’인 점도 이러한 정신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이 움직여야 세상이 움직입니다. 모성애로 감싸주는 게 무궁화사랑 정신이고 이것이 모이면 민족과 나라사랑으로 이어집니다. 86아시아경기, 88올림픽 등 규모가 큰 나라 행사에도 평범한 여성들의 자원봉사가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들의 밝고 진취적인 모습에서 내일의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싹을 발견했습니다.”
그런 영향인지 근우회는 수년전부터 육영수여사 추모대제를 지내고 있다. 고무신, 운동화를 신고 상이군경들과 나환자들에게까지 도움을 주었던 그 모습에서 ‘무궁화 사랑 정신’을 보았기 때문일까. 겨레사랑의 모습에서 사회를 이끄는 ‘여성의 횃불 역할’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2차대전 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있는 우리나라가 남북통일이라는 숙원을 이루기 위해선 여성의 사랑, 겨레의 무궁화사랑이 바탕이 되어야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일까. 얼마전 미술학을 공부하던 이회장은 요즘 이화여대 대학원에 나가면서 새로운 ‘무궁화 사랑’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그림이 나올지, 어떤 작품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광화문 거리에서 나누어 준 수만 그루의 무궁화 묘목이 아름다운 나라사랑으로 꽃을 피우게 되는 그러한 작업을 준비하는 것은 아닐까 기대를 해본다.
윤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