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요즘 경매시장에 나오는 인기매물이 종전과는 달라졌다.
낙찰받을 수 있는 새로운 조건은 서울의 경우 ▲강남 보다는 강북(北) ▲중대형 보다는 소형(小) ▲아파트보다는 다세대(多)로 요약된다.
실제사례 중 하나. 지난달 17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법정에서 S법무법원 K실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경매로 나온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이 유찰됐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감정가는 10억9천만원, 시세가 1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낙찰(응찰 물건 중에서 최종 당첨되는 것)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응찰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이 아파트는 5월22일 최초 감정가보다 20% 하락한 8억7200만원에 다시 나올 예정이다.
K실장은 “부동산 규제로 주택시장이 얼어 붙어면서 경매에서도 서울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매매가 잘되고 초기 비용이 덜 드는 저가 소형 매물이 인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 등으로 목돈 부담적은 소형 선호
은행의 대출기준이 강화되면서 서울 강남에서도 중대형보다는 중소형이 인기가 높다.
경락잔금 대출에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정 등이 똑같이 적용돼 목돈 부담이 적은 중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강남·서초·강동구의 30평형 이상 아파트 낙찰율은 지난해 11월 102.69%에서 3월에는 91.36%로 뚝 떨어졌다.
30평형 미만도 같은 기간 128.52%에서 114.18%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100%를 웃돌고 있다.
강북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7일 처음 경매로 나온 노원구 중계동 대림·벽산 51평형은 유찰됐지만 같은 날 중계동 그린 18평형은 감정가보다 25% 높은 1억1300만원에 낙찰됐다. 이날 그린 18평형은 모두 21명이 응찰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대출규제 때문에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졌으나 일부 매물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도 있어 경매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타운 개발 바람타고 다세대주택 인기상승
경매시장에서 아파트에 밀려 ‘찬밥 신세’였던 다세대주택이 ‘뉴타운’ 등 강북권 개발사업 바람을 타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서울 다세대주택 낙찰가율은 지난해 11월 102.21%였지만 지난 3월에는 107.12%, 4월에는 113.74%로 상승했다.
지난 4월17일 서울중앙지법 경매5계에 나온 서울 동작구 상도동 17평형 다세대주택은 감정가 9000만원에 나와 1억3198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46%. 같은 날 경매에 부쳐진 관악구 신림동 세종빌리지 20평형도 감정가보다 35% 높은 1억766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반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지난해 11월 102.85%로 다세대주택과 비슷했지만 지난 3월에는 95.1%로 떨어졌다.
◆강남 아파트 낙찰률 30%로 급락
올 들어 서울 경매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강남 아파트의 낙찰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강남·서초·강동구의 아파트 낙찰율은 44.44%에서 올 1월에는 39.18%, 3월에는 30.49%로 떨어졌다.
지난 4월에도 17일까지 54개 물건이 입찰돼 13개(24%)만 주인을 찾았다.
이날 경매에 참여한 응찰자도 지난해 11월에는 한 물건에 평균 6.89명이었지만 지난 3월에는 3.69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강북권 경매 아파트의 인기는 꾸준히 높다.
강북·성북·노원·도봉구의 4월 낙찰률은 55.07%로 지난 3월(47.6%)보다 크게 높아졌으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도 100%를 상회한다.
결국 감정가 이상으로 낙찰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디지털태인 Y실장은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은 집값 하락이 가속화되면서 여기서 나오는 경매물건도 1차에서는 대부분 유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윤홍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