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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옆 법원 주변 ‘멀리 보는 재개발’ 추진

이창비 광진구의회의장에게 듣는다

2007년 03월 20일 (화)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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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ews@renews

“주민 잘살게 하는 생활 정치가 기초의회 역할”
이름이 주는 느낌이 좀 세다. 사진으로는 봤지만 실제로 대면하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하며 서울시 광진구의회 의장실로 들어갔다. 일 때문에 중국에 다녀오느라 바로 몇 시간 전에 비행기에서 내렸노라고 했다.
평소 얼굴색이 아니라며 사진 찍히기를 여러 차례 사양하던 광진구의회 이창비 의장을 굳이 자리에 앉혔다. 에너지 넘치는 여장부였다.
창성할 창(昌), 왕비 비(妃)의 이름자가 허언(虛言)은 아닌듯했다. 플래시가 터지자 분위기는 오르기 시작했고, 말도 빨라졌다. 할 말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정치가’의 본능일까?
“구의회의 의정은 ‘정치’가 아니고 ‘생활’이지요. 이제껏 정치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주민으로 살며 이웃과 함께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한나라당 당원이다. 이번 선거를 준비하면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았다. 그 전에는 무소속이었다. ‘정치 현실’이 정당과 손을 잡게 했다고 다소 ‘정치적’인 설명을 했다.
상당한 달변, 상대의 말을 유도하는 배려도 느껴졌다.
이제 한나라당이 전체적으로 유리한 입장이고, 그 선택(한나라당 입당)은 탁월한 것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정치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라는 역시 정치적 뉘앙스가 짙은 답을 내놓았다.
이창비 의장이 말끝마다 강조하는 ‘제가 봉사하는 광진구’에 관해 우선 물었다.
“자원은 풍부하나 이제껏 소외되어 전체적으로 침체된 지역이라는 인상을 주는 곳입니다. 그러나 3개 노선의 지하철이 지나고, 강남구 강동구 송파구와 한강을 사이로 바로 연결되는 점 등은 광진구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입니다.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녹지와 휴양공간이 넒은 점도 자랑해야겠군요.”
특히 자양동 건대입구 일대의 최근 개발상에 관해 이 의장은 여러 번 언급했다.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이곳에 건국대병원이 들어서고 고층주상복합건물, 고층아파트들이 즐비하여 눈을 비비고 여러 번 봐도 옛 모습을 상상해보기 어려운 곳이다.
어린이회관 정문부터 한강에 이르는 좁고 칙칙하던 길도 산뜻한 너른 길로 바뀌었다.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일대에 대형 체육시설이 들어서면서 천호대교 북단의 모습이 바뀌고 있는 부분도 주목해 달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일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한 우리 구의 주거(住居)상황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환경이 좋은 다른 구 보다는 서울시가 배려를 많이 해주어야 살림이 빠듯한 우리 구의 개발이 속도를 받을 것입니다. 현재의 능력만으로 경쟁을 한다면 이제까지의 소외로 인한 간격은 어떻게 메우겠습니까?”
그 ‘소외’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물었다.
“강남 3구나 목동이 있는 양천구처럼 대형 개발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아보지 못한 곳이지요. 또 우리 구를 지나는 구간 전부가 고가(高架) 지상철인 지하철 2호선이 주는 공간적 피해와 소음을 견디고 사는 주민들의 피해의식이라도 보상해 주어야죠.”
아 참 그렇구나! 지하철 이용자들이야 탁 트인 지상구간을 지나면서 한강도 보고, 강 너머 강남의 스카이라인도 즐기며 기분이 좋겠지만 막상 이곳의 주민들의 불편은 상상이나 해봤을까? 이로 인해 지하철 주변의 개발 또는 정비가 늦어지는 것을 이 의장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맨눈으로도 현장을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아차산에서 내려다보이는 한강과 서울 동남부의 경치는 가히 절경이라 자랑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강시민공원의 활용도도 다른 구에 비해 크고요. 이런 자원을 활용하는 마케팅이 우리 광진구민의 복지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것이 우리 구의회의 바람이고 숙제지요.”
‘깐깐한 의원’으로 구청 직원들에게는 호(號)가 나 있다. 제2대 광진구의회에 진출하여 현재 5대까지 연속 4선(選)의 관록도 만만치 않다.
3대 때 전국에서 최초로 여성으로 기초의회 의장이 됐고, 이번 5대 때 두 번째 의장직을 맡았다.
올해 초 재산세 탄력세율을 조정해 주민들의 세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나서 구청이나 시청과 마찰을 빚은 ‘투쟁 경력’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광진구 측은 실리(實利)도 없이 세수(稅收)만 줄어 구정(區政)에 도움이 안된다며 구의회와 대립했다.
“주민이 잘 살고, 주민이 기뻐하는 것이 구정의 목적일 것입니다. 눈앞의 이득보다는 좀 더 본질적이고 장기적인 안목(眼目)의 행정이 필요한 것이지요. 행정 쪽에서는 의회가 사사건건 간섭한다고 하는데 이런 차원에서라면 의회는 더 간섭해야하고, 구청은 의회의 발언을 더 경청해야 하는 것이지요.”
2호선 구의역 부근 법원 자리의 재개발 문제를 두고 요즘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구체적인 방안에 관해 얘기할 계제(階梯)는 아니지만 진행과정이 너무 근시안적인 것 같다는 것이 이 의장의 안타까움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몇백년은 내다보는 계획을 바란다는 것이다.
광진구에서만 35년째 살고 있고, 대학까지 자녀(3남매) 교육도 ‘주로’ 이곳에서 이뤘다.
12년째 의원생활의 감회는 어떤 것일까?
“선거구민들의 심부름꾼이 못되면 기초의회 의원 일은 어렵습니다. ‘봉사’라는 말도 차라리 호사스런 단어지요. 바닥에서 구민들과 함께하며, 한 편으로는 멀리 미래를 바라보는 수준 높은 분들까지를 섬기는 일이 어찌 쉽겠습니까? 그저 대과(大過)없이 일을 마칠 수 있으면 합니다.”
체질(體質)인가 보다. 구의원 말고도 그전의 이 의장의 이력에는 모두 ‘봉사’를 앞세우는 직함이 붙어있다. 서울시 새마을부녀회 회장, 서울시 한강관리자문위원회 위원, 성동구청 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등이 그 것이다. ‘잘 사는 광진구’가 지금 그녀의 꿈이다.
강상헌 기자

■광진구는 어떤 지역인가
광진구(廣津區)는 서울 도심과 동부 외곽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풍부한 녹지공간의 안정된 주거도시다. 지하철 역세권을 중심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지목받고 있다.
9개 법정동(法定洞) 16개 행정동으로 구성되며, 면적은 서울시의 2.8%인 17.05평방km이고 이중 주거지역 67% 녹지지역 32% 등이다. 14만4,000 가구에 인구 38만4천명, 주택은 6만9,000호(공동주택 63%)이다.
1995년 성동구가 성동구와 광진구로 나눠지면서 태어났다. 고구려 온달장군의 자취 배인 아차산을 진산(鎭山) 격으로 생각하며, 상징물과 캐릭터도 이에 기반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