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茶 마시는데도 품격이 있다

2007년 03월 14일 (수)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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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게 되면 차츰 차살이의 격조에도 눈을 뜨게 마련이다.
차는 마시는 정취에 따라 호화스러울 수도 있고, 간소할 수도 있는데 이때 차 그릇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급차일수록 다양한 다구를 사용해 품위를 갖추는 것이 좋고 반차는 생활차이므로 편리하고 견고한 그릇이 좋다.
예로부터 문인차 생활은 고급스럽고 세련되고, 사찰이나 서민들의 차살이는 소박했다.
어느 것이든 ‘스미는 훈향과 따스한 다담과 여운’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부족하지 않는 차살이 도구들은 이미 생활예술의 경지에 이렀다.
그러나 현대 생활에 맞게, 차를 마시는 방법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간단하고 편하게 마실 수 있어야한다.
차도 마시는 음료이고 기호식품 하나이기 차를 너무 신성시하는 것도 차의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살이 도구들
우리조상들은 화로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물을 끊였다.
화로의 재질로는 도자기. 무쇠. 옥돌. 방짜. 놋쇠 백동. 질흙 등이 쓰였다.
주전자는 은. 동. 놋쇠. 백돌. 옥쇠. 질흙. 양은 등 다양하게 쓰였다. 재미있는 것은 한자의 자(子)는 존칭어로, 주(注)는 ‘붓는다’, 전(煎)은 ‘끊인다’에 붙여 그릇을 선생님격의 존칭을 붙였는데 그것은 주전자가 차를 끊이는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기란 차를 마시는 데 쓰이는 모든 집기를 말한다. 다기에는 태다기(太茶器). 중다기(中茶器).소다기(少茶器)가 있다.
태다기는 다기 중에 가장 큰 것으로 직경 31ｃｍ, 높이 30센티미터의 원형으로 대개 방짜유기나 옥으로 된 것도 있다.
아래굽이 높은 원형접시모양으로 다리가 붙어 있는 게 다른 차 그릇과 다르다. 태다기는 사찰의 대집회 옥외에서 괘불탱화와 함께 제단에 올려졌다.
중다기는 태다기 다음으로 큰 것으로 보통 밥그릇정도이며 직경13센티미터 높이 14센티미터로 받침접시의 아랫잔은 올라갈수록 약간 좁아들며 두껑은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들며 위로 볼록한 원형으로 중앙에 꼭지가 달려있다.
중다기는 궁중 종묘제사나 시제 사가에서는 종가의 제사나 시제에 쓰였다. 사찰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불상이나 탱화앞에 중다기에 정화수를 올리고 헌다제를 하면서 예불을 드린다.
소다기는 일상생활에 쓰이는 작고 편리한 다기다. 일정한 모양을 갖춘 태다기와 중다기와는 다르게 소다기는 그 재료나 모양이 다양하다. 소다기중에 가장 큰 것은 말차잔으로 사발만 해 차 사발이라고도 한다.
말차잔은 낮은 굽 위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퍼지는 사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본래 나무로 만든 것을 말차잔으로 썼는데 스님들 행각 중에 차가루를 포개진 네 개의 발우중 제일 작은 발우에 담아 작은 솔가지를 꺽어 휘저어 마시는 습관에서 유래됐다.
소다기는 대개 장종지나 작은 컵만한데 이중 가장 작은 찻잔은 신선차를 마시는 찻잔으로 조그만 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정도의 차를 담을 수 있다.
중국에서는 질그릇으로나마 신선차를 마시는 찻잔을 만들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선 불교의 쇠퇴와 함께 쇠퇴하여 차 중에 최고의 차라고 할 수 있는 신선차와 그 찻잔을 찾아 보기 어렵다.

■차 우리는 방법
차를 우릴 때 팽주(烹主)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팽주는 찻주전자를 부리는 사람, 즉 차를 우려내 나눠주는 사람이다.
팽주는 차에 대해 훤히 아는 사람이 맡아하는데 차맛은 물론 찻자리의 다담을 이끌어가는 역량이 팽주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차를 우려내기 전에 팽주는 차의 변질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다신전’에는 변질된 차를 마시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차의 변질과 부패의 첫째가 녹색으로 변하는 것이고 둘째는 황색, 셋째는 흑색, 넷째는 백색의 순서라고 했다. 좋은 차는 청취빛 다색(검은빛을 띠는 잉크색)이라야 한다.
차의 변질유무가 확인되면 팽주는 차의 적당량을 가늠하여 다관에 넣는다.
1인분은 마른 찻잎 2~3ｇ정도로 차 마실 수의 분량만큼 넣고, 물은 1인 1잔씩의 분량으로 사람의 수만큼 붓는다.
대개 물은 섭씨 70~80도 정도로 식히라고 하나 잘 덖어진 덖음차는 300도 안팎의 솥 온도를 견뎌낸 것이어서 웬만큼 뜨거운 물을 부어도 괜찮다.
차를 우리는 시간은 첫우림은 1분 안팎으로, 둘째우림은 5초, 셋째우림은 10초, 넷째우림은 20초~1분정도가 좋다. 팽주가 차를 따를 때는 차의 농도조절을 위해 단번에 한잔을 따르지 않고 여러 잔에 조금씩 고루 나눠따라야 한다.
따르는 동안에도 다관에서 차가 우려지기 때문이다. 다회 등 여러 사람이 마셔야 할 때는 여러 사람의 팽주가 5인분씩 분담해서 달이는 게 좋다. 다음은 팽주의 덕담 등 화두조절 능력에 따라 차 마시는 사람들의 생각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차 마시는 방법
처음 차를 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다도(茶道)’라는 것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나 그럴 일은 아니다. ‘다반사(茶飯事)’라고 했다. ‘항다반사(恒茶飯事)’라 해서 원래는 불가의 말로 참선수행이 별다른 것이 있는 것이 아니고 차 마시고 밥 먹듯 일상의 모든 것이라는 상징적인 말로 쓰였으나 그 시대는 승속의 누구나가 차를 즐겼기에 자연스레 옮겨 쓰여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차를 처음대할 때 서툴음은 차츰 일상으로 될 일이니 걱정할 일이 없다.
차를 마시는 일이 도(道)라면 차를 잘 마시면 도는 저절로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는가. 다산 정약용선생은 차를 마시면 흥하고 술을 마시면 망한다고 했다.
술이 감성적이라면 차는 이성적이다. 술이 기분을 좋게하고 감성을 예민하게 해 쉽게 사람을 흥분시킨다면 차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져 침착해진다.
현대인의 분주함을 가족과 함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면 다감한 고요함 속에 가족이라는 일치를 확인하지 않을까.
박화야 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