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안(재경위·동작을) 의원에게 듣는다

그룹 인터뷰-김남철(본지 발행인), 정정수(본지 편집인), 강상헌(본지 편집국장)

대표적인 기업인 출신 국회의원 이계안 의원의 외모와 말씨 등이 주는 첫 느낌은 푸근함이다. 기업인 시절 ‘계엄사령관’ ‘워커홀릭’ ‘불도저’의 별호까지 달고 지냈던 이가 정치인으로 변신하면서 불가피하게 몸에 붙이게 된 다소 과장된 몸짓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어색하진 않다.

실은 15년 전 쯤 동아일보 기자 시절 만났을 때와 인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약간 살이 올라 그것이 ‘푸근한’ 느낌을 더하는 듯 했다.

중견 기자 3명과 대좌한 심상치 않은 모임에서 이 의원의 말은 거침없었다. 민감할 수도 있는 사안에도 주저 없이 답변을 쏟았다. 이런 인물과의 인터뷰는 원래 어렵지 않은 법이다. 그러나 나중에 정리를 해보면 기자들이 원하는 ‘새로운 것’은 의외로 없기 쉽다. 세 명이나 되는 기자가 그에게 끌려 다녔나? 그는 일자리 부동산 북핵문제를 ‘올해의 화두’로 삼았다.

- 집 값 오르는 것처럼 서민을 슬프게 하는 일은 없습니다. 최근의 상황을 두고 부동산 광풍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우리 같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지요. 현대그룹의 주요회사, 특히 현대건설에서도 일을 했던 기업인 출신 정치인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파악하십니까?

이계안 의원 : 국민의 살림이 먼저지요. 지금 몇 동료의원들과 뜻을 맞춘 ‘민생정치’ 준비모임도 결국의 취지는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일자리 문제와 함께 가장 우리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여러분과 걱정을 함께 합니다. 이런 정책, 저런 규제 다 동원했으니 이제 곧 부동산 문제는 뿌리가 뽑힐 것이라 장담하는 당국자들이 너무 순진하다는 생각입니다.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부동산 문제는 수요 공급의 논리나 단순한 수치로만 판단할 수는 없는 복합적인 사회 문화적 요소들의 복합적인 작용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자갈밭에서 럭비공 튀듯 참여정부의 정책들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그 효과가 제한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후속 대책 또한 정책적 일관성이 부족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지 않나 우려되고요. 이 같은 상황이 부른 국민의 정책에 대한 불신도 문제군요.

- 야당이 제안하여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소위 반값 아파트에 대해 열린우리당 소속일 때 당론을 겸해 제안했던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은 어떤 뜻을 가집니까? 소위 홍준표 식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방식)에 대한 반사적 개념은 아닌지요?

이 의원 : 쉽게 말하자면 반값 아파트는 ‘반값 대학등록금’과 함께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돈은 누가 냅니까? 최소 50조원은 들여야 하는 정책 아닙니까? 정책 당국의 입장에서 한번만 생각한다면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옵니다. 또 한다 해도 ‘땅은 나라의 것, 집은 내 것’이라는 생각이 국민정서와 맞을까요.
‘이계안 식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은 공공기관이 주택공급원가 수준으로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분양하고, 집 주인은 소유자로서의 상속 임대 등의 권리를 행사합니다. 다만 매각 시 반드시 공공기관에 팔아야 하는데, 이때 그간의 인플레이션 부분만큼 인상된 값을 공공기관은 지불합니다.
실수요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을 장만하게 하고, 최초분양자에게 돌아가는 과도한 시세차익을 차단하여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이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땅은 빼고, 집만 팔면서 ‘반값’이라는 홍준표 식 방안과는 차이가 크지요.

- 환매조건부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반응합니다. 정부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해본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정치권의 ‘강한 희망’에 밀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없지 않지요.

이 의원 : 우선 그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음은 사회적 약자를 고려의 대상으로 하는 복지주택정책이 이를 보완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제대로 사는 이에게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복지의 개념으로 공공개발방식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 저소득층은 국민 소득 4분위 이하, 월 소득 242만원 이하를 말합니다. 고소득층은 국민소득 7분위 이상, 월 소득 374만원 이상을 말하고요. 그 중간 계층인 무주택 서민이나 중산층에 환매조건부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기왕의 정책이 거듭되는 임기응변의 결과로 누더기같이 되어있기 때문에 환매조건부 또한 시장에 적용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원칙을 세운다는 의미의 큰 호흡의 사고(思考)와 판단이 있어야할 시점이지요. 국민들로부터 마음으로서의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 우리도 자꾸 ‘시장’을 말합니다만, 이 의원님도 거듭 ‘시장’을 말씀하시는군요. 도대체 시장은 무엇일까요?
이 의원 : 기업이 신이 나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제를 역동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기업을 경계하고 감시하는 시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이나, 시민운동의 비판은 일리는 있지만 좀 더 장기적이고 전체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부동산도 시장이지만 일자리도 같은 범주의 시장이지 않겠습니까?

- 그 같은 말씀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나 원가공개와 같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매우 민감한 문제에 대한 해법도 명확하군요?

이 의원 : 원가를 공개한다는 것의 의미는 일정 선 이상의 수익을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전제된 것이지요? 기업이 다른 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돈을 번다는 뜻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또 분양원기를 공개하고, 분양가를 꽁꽁 묶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최초분양자에게 ‘로또 중의 로또’만을 주는 결과를 빚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지요?

-  집값 앙등으로 인한 빈부 격차 심화 등 심각한 양극화가 몰고 올 사회적인 파장은 어떻게 치유해야 옳겠습니까? 수도권 밀집현상 또한 이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만…

이 의원 : 각 계층에 걸맞는 안성맞춤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부동산만 하더라도 강남 서초 강동 송파 등 소위 강남 빅4는 따로 떼서 생각하고, 중산층, 차상위계층, 저소득층에 맞는 정책으로 통합을 이뤄가야 할 것입니다.
소득의 양극화나 밀집현상에 따른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또한 주거의 복지 개념이 사회적 합의를 가질 때 해결의 빌미를 잡을 수 있겠지요.

- 작고한 ‘거물’ 정주영 명예회장과 오래 함께 일을 하셨습니다. 지금 그분이 살아 계신다면 어떻게 일을 할까요?

이 의원 : 그분은 ‘당신보다 더 잘난 사람들’을 불러 일을 도모했습니다. 물론 인사에서도 그랬지만 항상 모든 면에서 도전과 모험을 거듭했지요. 지금 우리 사회는 이 도전과 모험의 정신이 실종상태인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이런 상황을 경계합니다. 특히 청년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가 새롭게 정신무장을 해야 할 터입니다.

- 기업에서 보다 일을 더 열심히 하십니까? 현대그룹에서 제일 부지런한 인사라는 얘기가 있었지요?
이 의원 : 국회의원은 나라의 일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지역구의 어른들이 “나라 일을 제대로 하느냐?”하고 눈을 부라리며 경계를 해주실 때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역구의 대소사에 침몰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길게 보면 선거구민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면 좋을 텐데 나라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반드시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어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만 언론에서도 국민 여러분께 이런 점을 잘 일러주시기 바랍니다.

 정리 강상헌 편집국장·사진 고병규 기자

 
이계안 의원이 걸어온 길
1952년  경기도 평택 출생
1971년  서울 경복고등학교 졸업
1975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76년 현대중공업(주) 입사
1993년 현대석유화학(주) 이사
1996년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COO(전무이사)
1998년 현대자동차 사장(46세)
2001년 현대캐피탈/현대카드(주) 대표이사 회장
1996년 서울특별시 공금운용자문위원회 위원
1998년 서울현대학원(현대고등학교) 감사
2000년 학교법인 울산공업학원(울산대학교)이사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동작구을)
 아산사회복지재단 자문위원
 연세대학교 연세발전 학부모회 회장
 열린평화포럼 공동대표
1997년 여성신문사 ‘명예평등부부 100쌍’ 선정
1999년 한국전문경영인학회, 월간중앙 공동 선정
 한국의 대표적 전문경영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