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젊은 날의 발견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꼴찌로 졸업한 학생이 미국대학 장학생이 되고 유럽, 러시아를 1년 가까이 혼자 자전거로 달렸다. 그리고 출판사를 차리고 탐방기를 두툼한 책으로 펴냈다’ 

  한 젊은 음악도가 340일 간 유럽과 러시아, 한국을 자전거로 달리며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들을 담은 젊음의 서사시 <젊은 날의 발견>(예아름미디어. 변형신국판 368면. 11,500원)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저자 정재헌 씨(25·미국 버클리 음대 재학, 현재 군 복무 중)는 이 책에서 젊은이들이 용기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다가오는 기쁨, 외로움, 고통을 맛봐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등학교시절 공부와 담을 쌓아 반에서 한 명 빼놓고 꼴찌 할 정도로 간신히 졸업했다. 음악에 목숨을 걸겠다며 부모를 설득, 호주의 한 음악학교에 들어가고 다시 미국 버클리 음대에 장학생으로 뽑혔다. 지난해엔  혼자서 자전거로 340일간 유럽을 달렸다. 이어 자신의 유럽탐방기를 내기위해 출판사를 차리기도 했다. 

  “젊은이들에게 해줄 얘기 거리를 만들고 싶었다”는 정 씨는 2004년 8월 15일 미국 보스턴을 떠나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스위스 독일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러시아 등 유라시아지역을 자전거로 달린 뒤 이듬해 7월 17일 속초항을 통해 돌아왔다. 속초에서 집이 있는 부천까지도 미시령을 넘어 자전거로 달렸다.

  그는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노트북, 통기타, 카메라, 텐트, 침낭, 간단한 취사도구를 자전거에 싣고 긴 여행길에 올랐다. 강가, 농가처마 밑, 길거리, 학교운동장, 병원응급실, 마을의 한 구석, 빈민가와 노숙자숙소 등에서 자며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했다. 가끔 잠을 재워주는 좋은 사람을 만나면 기타를 연주, 고마움에 보답했다. 비상금이 떨어지면 거리 한 가운데 앉아 기타를 쳐서 몇 푼 벌고 빵집이 문을 닫을 때쯤 찾아가 ‘떨이 빵’을 사서 자전거에 싣고 다니며 끼니를 때웠다.

  여행이 길다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영국에선 중국인 DVD판매상과 경찰서에 가기도 했고 스페인에선 낯모르는 개와 친구가 돼 함께 여행했다. 잠잘 곳이 없어 병원응급실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했다. 라트비아에선 43세 노총각과 할머니가 사는 집에 머물렀다. 첫날은 집밖에 쌓아 놓은 건초 더미에서 잤고 다음날은 노총각이 건초더미에서 자고 정 씨는 방에서 잤다. 모스크바와 극동항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특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160시간 동안 달리는 열차의 56인승 칸은 ‘인간전시장’으로 순박한 사람들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는 여행기록을 ‘젊은 날의 발견’에 모두 담았다. ‘젊은 날의 발견’ 프롤로그에선 왜 학교를 휴학하고 340일간이나 여행을 떠나게 됐는지에 대해 쓰고 있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돼 있다.

  정 씨는 “부모들께 자식이 귀하다고 너무 감싸지 말고 집밖으로 내보내라”고 주문한다. 일단 밖으로 내보내면 고생한 만큼 성장해서 돌아올 텐데 자녀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여행이 정직하듯 인생도 정직해서 편안한 오늘을 보내는 젊은이와 가치 있는 어려움으로 오늘을 보내는 젊은이들에겐 전혀 다른 미래가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란다.

  진정한 젊음을 맛보고 싶어 하는 젊은이, 외국여행을 준비하는 대학생, 사랑하는 자녀를 강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꼭 권할 만 책이다. ☎(02)2275-0924

왕성상 기자(wss404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