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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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의 미완성 교향곡

2006년 12월 04일 (월) 00:00:00

노영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11.15대책으로 그 미완성의 극치를 이루었다. 11.15 전에는 다만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할 뿐이지 적어도 난개발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부동산 시장이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르게 되었을 뿐더러 난개발까지 걱정하게 되었다.
11.15조치의 두 축은 투기수요 억제와 주택가격 하향안정이다. 투기수요 억제조치의 핵심은 투기지역의 6억 원 초과 주택에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로 확대해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 적용하는 것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금융기관에 따라 50%와 40%로 적용하던 것을 예외 없이 40%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DTI적용지역 이외의 수도권 전역이라 해봐야 6억 원 이상의 주택이 별로 없다. DTI를 확대적용 할 경우 추가적으로 대상이 되는 것은 약 5천 가구에 불과하다. 더욱 주택가격 불안지역도 아니다. 공연히 실수요만 위축시키는 대책이 될 공산이 크다.
이는 일부 금융기관의 LTV 50%를 예외 없이 40%로 획일화하는 조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투기꾼들은 10%에 주눅들지 않는다. 그 10% 때문에 곤란해지는 사람들은 주로 주택을 늘려가고 싶은 실수요자들뿐이다.
주택 담보 대출로 꼭 주택을 사는 것만도 아니다. 사업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대출규제가 투기수요를 억제하기는커녕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가뜩 어려운 경기를 더 어렵게 할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
분양가를 30%정도 내리면서 2010년까지 16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주택가격 하향안정화 조치도 엉성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분양가를 어떻게 내린다는 방안이 없다. 혹시 원가공개를 염두에 두었다면 큰 오산이다. 원가를 산정할 수도 없을뿐더러 억지로라도 원가를 산정한다 해도 그것을 공개했을 경우 민간건설업체들의 주택공급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어 160만 가구의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참으로 한심한 정책충돌이 아닐 수 없다.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 일원에 개발밀도를 상향조정하여 신도시 몇몇을 건설한다는 대목에 와서는 정책당국자 들의 치매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도심은 고밀도, 교외는 저밀도라는 일반 원칙과 위배된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건대 서울로의 교통 인프라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분양사태도 각오해야 한다. 개발밀도를 높여 주택을 많이 지어 놓았는데 들어와 사는 사람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빈집이 많은 신도시는 곧 난개발이다.
더욱 신도시건설이 어디 1-2년 만에 할 수 있는 일인가? 입지선정, 지자체의 반발, 시민단체의 간섭 등을 다 관리하면서 2010년까지 160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믿는 수요자들은 없다. 이 불신은 수요자들에게 현실적인 공급부족으로 인식된다. 어설픈 공급확대계획은 오히려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
정부가 오로지 부동산 정책에 올인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투자도 소비도 꽁꽁 얼어붙어 경기는 더욱 부진해지는데 원유가격 등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있으니 이는 곧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다. 이를 방치하면 잠재성장률의 둔화를 막을 길이 없고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은 요원해지며, 선진국으로의 도약도 좌절된다.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살리는 묘안이 나와야 한다. 명분에 얽매여 세금을 폭탄으로 놔두는 한 단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을 깨울 묘안은 없다. 참여정부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오직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11.15조치의 후속조치를 제대로 만들어 수요자들의 불신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더 이상 부동산 시장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으면 다음 정부가 장기적인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