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건설교통부 장관이 갑자기 수도권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민 여러분 지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려 주십시오. 정부가 집값을 내려드리겠습니다.”라고 하였다.  희대의 거짓말이다. 장담하건데 실제 이 말을 믿는 국민들은 없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부터 강남 집값은 더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며칠 전 재정경제부 부총리는 “내년 우리 경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 적극적인 경기부양 책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희대의 말 바꾸기다.  장담하건대 정권말기가 가까운 이맘때쯤이면 빨리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하여 정부가 온갖 무리수를 다 쓸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 못한 국민들은 없다.

   재경 부총리와 건교부 장관의 말을 뒤집어 보면 현재 주택가격은 오르고 있어 주택공급을 늘리지 않을 수 없고, 경기는 바닥이어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출범하면서 기필코 주택가격을 하향안정 시킬 것이며, 경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단기적인 경기부양은 결코 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바 있다. 그런데 그것이 총체적으로 뒤죽박죽이 되었음을 두 재상이 나와서 스스로 실토 하였던 것이다. 

   참여정부의 주택시장 정책은 완전 실패하였다. 전세가격이 20%이상 오르고 있는 것도 문제인데 최근 매매가격, 그것도 소형주택가격이 한 달 사이에 1억 원 이상 오르는 폭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금폭탄으로 주택시장을 완벽하게 죽인 당연한 결과다.  여기에 건교부 장관의 신도시 운운이 기름을 부었다.  이제 부동산 대란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경제를 모르는 코드들의 무면허 운전이 만든 참담한 결과이다. 

   경기부양도 그 시기가 너무 늦어 개악조치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큰 문제다.  사실 참여정부는 출범하자마자 IMF여파로 의기소침해 있는 경제를 살려야 하는 당연한 수순으로 점진적인 경기부양을 시작했어야했다.  그런데 강남 집값을 잡는다는 3류 오기로 경기조절산업인 부동산 시장을 꽁꽁 얼려 오히려 경기를 죽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이제 그 병증이 너무 깊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되었다.  여기에 어설픈 단기부양책을 무리하게 쓰면 경기가 살아나기는커녕 더 꼬일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음이다.  건교부장관의 신도시나 재경 부총리의 경기부양은 다분히 내년 선거, 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얄팍한 꼼수일 가능성이 크다.  주택가격 상승세는 꽤 오래전부터 들먹였고, 경기는 참여정부 내내 좋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고집을 부리다가 대통령 임기 1년 남짓 남겨 논 시점에서 뜬금없이 난리법석을 떠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단기간에 경기를 살리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제를 정상화 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우선 주택시장을 정상화 시켜 건설 산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하여 ‘고용증대 → 소득증가 → 소비증가 → 투자·생산증가 → 소득증가’의 호순환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택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것과, 주택거래가 화발하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결국 참여정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그동안 함부로 다뤄온 주택시장의 노여움을 달래는 일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