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은평시범뉴타운 사업 고분양가 이대로 좋은가?

전연규 (사)한국도시개발연구포럼 공동대표

최근 은평 시범뉴타운사업의 높은 분양가로 인해 그 개발기법인 수용방식의 도시개발사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공영개발이란 이름으로 토지수용을 하고 그 토지위에 건축을 하면서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여 원주민의 정착률이 20%를 밑돌면서 다른 뉴타운사업지인 강북 집값까지 올려놓는 주범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그동안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는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의견을 낸 바 있으며 최근에는 서울시청 민원실에 은평 시범뉴타운사업의 분양원가와 관련해 공정별로 공사비 세부내역의 공개를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은평 시범뉴타운사업이 토지수용 및 고분양가로 인하여 원주민의 재정착을 어렵게 하고 인근 주택의 가격까지 폭등하게 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야기돼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서 수용방식의 도시개발사업으로 조성된 토지가 공공택지가 아닌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분양가 상한제·주택의 전매제한·채권입찰제 등에서 제외되고 주택공영개발지구의 지정을 할 수 없는 법률적·사회적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안고 있다.
결국 공익적 목적으로 원주민을 내몰고 수용하는 공영개발사업이 도시개발사업으로 진행되었다고 분양가상한제 등이 적용되지 않고 이로 인하여 높은 분양가로 이어지는 사업체계의 난맥은 입법미비 탓도 있지만 부실한 주택정책이 그 원인으로 지목될 정도이다.

최근 문제의 도시개발사업에 있어서의 수용시기에 대한 도시개발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수용방식의 도시개발사업에 의거 조성·공급되는 택지를 공공택지로 편입하려는 주택법 입법개정(안)이 현재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공공택지’란 무엇인가?

"공공택지"란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공공사업에 의하여 개발·조성되는 공동주택이 건설되는 용지를 말한다(주택법 제2조).
- 주택법 제18조제2항의 규정에 의한 국민주택건설 또는 대지조성사업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한 택지개발사업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산업단지개발사업
-「국민임대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한 국민임대주택단지조성사업

그러므로 수용 또는 환지방식의 구분에 상관없이 도시개발법상 도시개발사업에 의한 공공사업으로 개발·조성되는 공동주택이 건설되는 용지는 공공택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동안 필자가 일간지 등을 통해 공공택지에 대한 입법미비점을 지적하면서 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으며, 지방공사는 건설교통부에 은평  뉴타운사업지가 공공택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질의하였지만 그 이후에도 두 기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 ‘공공택지’로 지정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우선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는다.

사업주체가 공공택지 안에서 감정가격 이하로 택지를 공급받아 건설·공급하는 공동주택에 대하여는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산정되는 분양가격 이하로 공급하여야 하는 데 공공택지가 아닌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주택법 제38조의2 참조). 이는 결국 은평 시범뉴타운사업의 경우와 같이 사실상 공영개발임에도 불구하고 주택법상 공공택지로 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방공사가 높은 아파트 분양가를 책정하더라도 이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주택의 전매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
공공택지의 경우,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건설·공급되는 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준공되어 입주하기 전 상태를 말하며, 통상 ‘분양권’이라고 함)는 이를 전매할 수 없으나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는 주택의 경우에는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를 전매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입주 후에도 당해 주택을 일정 기간 전매할 수 없으며 전매하더라도 주택공사 또는 지방공사에게 우선 매각하도록 되어 있다.

주택공영개발지구로 지정된 경우에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과 동일한 전매제한이 된다(주택법 제41조의2 참조).

따라서 공공택지가 아니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주택전매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되어 청약 과열의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은평 시범뉴타운사업의 경우는 과밀억제권역이면서 공공택지에 속하지 않아 이에 대한 전매제한은 어떤지 살펴보자. 이 사업은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건설·공급되는 주택의 입주자모집을 하여 최초로 주택공급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부터 당해 주택(건축물에 대하여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경우에는 당해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 때까지 전매제한을 받는다(이때에도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함)(주택법 시행령 제45조의2제1항제1호).

그러나 공공택지인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입주자모집을 하여 최초로 주택공급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부터 과밀억제권역 및 성장관리권역의 경우에 전매제한은 10년으로, 위와는 많은 기간의 차이가 있다(동조 제2항제1호 가목). 그러므로 은평의 경우, 많은 가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주택공영개발지구의 지정을 받을 수 있다

건설교통부장관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조성되는 공공택지 중에서 주택에 대한 투기가 성행할 우려가 있거나 공공택지 내 주택공급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주택공영개발지구를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공공기관이 택지를 양수하여 건설·공급하여야 하는 공동주택의 규모 및 종류 등은 지역별 특성 및 주택의 수급상황 등을 고려하여 달리 정할 수 있다(주택법 제41조의3 참조).

그러나 공공택지가 아닌 경우에는 주택공영개발지구의 지정을 할 수 없다. 또 채권입찰제가 적용된다.

건설교통부장관은 공공택지 안에서 건설·공급되는 주거전용면적이 85제곱미터를 초과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을 공급받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제2종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도록 할 수 있다(주택법 시행령 제95조제4항 참조).고 정해져 있다.

이러한 채권입찰제는 대형 평형의 공동주택을 분양가상한제로 공급할 경우 과다한 개발이익이 분양을 받은 자에게 돌아가는 것을 방지하고 국민주택기금의 재원을 확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공공택지가 아니면 채권입찰제의 적용도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주택법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종합계획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원활히 공급하기 위하여 국민주택기금을 설치하여야 하며, 국민주택채권 발행으로 조성된 자금 등은 국민주택기금의 재원이 된다(주택법 제60조).

국민주택기금은 원칙적으로 건설교통부장관이 운용·관리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수용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인 경우에는 공공택지가 아니므로 채권입찰제 적용이 불가능하고 이에 따라 국민주택채권 매출에 따른 국민주택기금 재원 확보에 차질이 발생한다.

국민주택기금은 국민주택의 건설이나 국민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대지조성사업 등의 용도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데(주택법 제63조), 국민주택채권 매출의 감소는 국민주택의 건설 등에 대한 지원을 약화시키고 이에 따른 공급 감소가 결국 분양가를 인상시키는 악순환의 고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도시개발법 등의 입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

현재 국회에 상정된 도시개발법 개정(안)은 정부(안)(제안일 2005. 11. 2), 서재관 의원 대표발의(안)(제안일 2006. 8. 30), 박상돈 의원 대표발의(안)(제안일 2006. 8. 28)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정부(안)과 박상돈 의원 입법개정(안)이다.

이 두가지 입법개정안을 살펴보면 먼저 박상돈의원의 도시개발법 개정(안)은 민간사업자가 수용 또는 사용방식으로 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 사업대상 토지면적의 2/3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를 매입하고 토지소유자 총수의 2/3 이상에 해당하는 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소유자의 동의율 산정에 있어서 토지소유자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토지소유자의 동의가 결국 사업시행자 1인으로 해석되어 모든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남은 토지소유자의 과다한 보상액 요구로 인해 사업성이 불투명하게 되며, 결국 사업자가 토지매입을 통하여 개발사업을 추진하기가 불가능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실정이다.

- 이에 동의자 수를 산정함에 있어서 주민 또는 관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공람 공고일후에 도시개발사업을 목적으로 취득한 토지에 대하여는 종전 소유자를 토지소유자의 수에 포함하고 동의한 토지소유자의 수로 산정하도록 함으로써 당초 입법취지와 달리 해석되고 있는 법조문의 문제점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도시개발법 제21조제4항을 제5항으로 하고, 법 제21조제4항의 신설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한 동의자수의 산정함에 있어서 제7조의 규정에 의하여 주민 또는 관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공람공고일 후에 도시개발사업을 목적으로 취득한 토지에 대하여는 종전 소유자를 토지소유자의 수에 포함하고 동의한 토지소유자의 수로 산정한다.

그러나 개정안대로 하게 되면 공람공고일 현재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매입하고 토지소유자의 2/3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민간 건설업체 등이 도시개발구역 지정 후(정확히는 개발계획의 고시일 또는 개발계획의 고시 당시 토지세목을 포함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토지세목 추가 고시일), 바로 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환지방식의 사업 참여가 어려운 민간 건설업체로서는 당연히 수용방식으로 전력투구하게 되며 토지소유자들과 (가)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편법을 동원하고 토지가격의 상승을 초래함으로써 도시개발 사업비의 증가와 아파트 고분양가 책정을 유발하는 부작용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환지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의 싹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위험성이 있고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물 역할을 할 우려가 높다.

그리고 정부(안)는 민간시행자의 토지등의 수용 동의요건 완화(법안 제21조제1항)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개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민간 시행자에게 적용되는 수용요건이 엄격하여 토지소유자의 고가매수 요구 등으로 매수에 어려움이 있어 사업이 지연되고 추가적인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으므로, 종전에는 민간 시행자가 사업대상 토지면적의 2/3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를 소유한 상태에서 토지소유자 총수의 2/3 이상에 해당하는 자의 동의를 얻어야 토지등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던 것 중에서 후자인 동의 요건을 토지소유자 총수의 1/2로 완화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도시개발법 개정(안)

법 제21조(토지등의 수용 또는 사용) ①시행자는 도시개발사업에 필요한 토지등을 수용 또는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제11조제1항제4호·제5호·제5호의2·제6호·제6호의2 및 제7호(동항 제1호·제2호·제2호의2 및 제3호에 해당하는 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여 출자한 경우를 제외한다)에 해당하는 시행자는 사업대상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를 소유하고 토지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부(안)은 박상돈 의원의 입법개정(안)과는 달리 수용 사업인정의 시기를 사실상 공람공고일로 앞당길 수 있는 여지는 없다. 그러나 특정한 법률(기업도시개발특별법의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으로 제한) 외에는 1/2 동의로 수용할 수 있는 법률이 없다.

이렇게 동의요건을 과도하게 완화하는 것은 재산권침해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 조례로 시행되던 뉴타운사업을 법의 틀로 끌어 들여「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 시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원주민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수용방식보다는 입체환지 부분을 시급히 정비하여 덜컥거리는 주택정책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이와관련 중앙대 김 종보 교수는 정부안의 문제점은 도시개발법에 있어 수용방식은 환지방식이 불가능한 불가피한 경우에 채택될 수 있는 방식이므로 현재 민간 기업에 인정하는 토지수용권은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 만약 토지소유자 1/2의 동의만으로 국가나 공공단체가 아닌 사업자의 수용권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 반한다.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에서도 공공기관이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에 한하여 1/2이 넘는 과반수 동의가 완화요건임을 생각하면 민간사업자에게 이러한 요건만으로 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다.

다만, 구역지정시를 토지소유자수 산정의 기준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제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의원발의(안)보다 장점이 있다.
또 김교수는 의원안(박상돈의원)의 문제점 대해서는 수용방식을 도시개발사업의 전면으로 배치하기 위한 현재의 개정안은 도시개발법을 개악하는 것이라며 구역지정이라는 법적 절차도 없는 상태에서 이를 기준점으로 삼아 토지소유권을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상황의 책임

도시개발법이 환지방식으로 민간사업자의 공동시행을 예정하고 제정되었으나 정부에서 무리한 해석을 통해 공동시행을 금지시켜 왔고, 이 때문에 민간사업자들이 불필요하게 조합원자격을 확보하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공동시행을 허용했다면 민간사업자들이 토지를 매입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수용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유혹에서도 자유로웠을 것이다. 현재 정부나 박상돈의원의 개정안은 환지방식을 통해 주민재정착을 도모하고 주변지역에 대한 토지가액상승을 막으려 하는 공익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므로 법 정책적으로 옳지 않다. 오히려 환지방식의 공동시행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법률이 개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