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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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야!

2006년 09월 26일 (화) 00:00:00

노영기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는 지난 9월 월례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미국경제에 대한 그동안의 긍정적인 전망을 접고 처음으로 경기둔화를 거론하였고, 결국 또 한차래 금리를 동결하였다. 그동안의 금리인상이 부동산담보대출 부담을 증가시켰고 이것이 주택시장 위축 → 소비지출 감퇴 → 생산위축의 악순환을 만들 수도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애 아시아 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월 11일자 보고서에서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5%에서 내년에 4%로 감퇴하고 물가상승률은 4%에서 5%로 높아질 것이라며 세계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였다.
그동안 미국이 금리를 꾸준히 올린 것은 미국경제가 살아나면서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물가가 다소 진정되기는 하였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금리를 동결한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을 넘어 가격폭락이라는 대란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보다 부동산 가격의 폭락이 미국경제에게 더 무서운 재앙인 것이다.
미국에 부동산 대란이 오면 그렇지 않아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고전이 예상되고 있는 세계경제는 치명상을 입는다.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대미 수출이 위축되고 이것이 경기후퇴로 연결되면서 세계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고질화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경제는 결정타를 입어 IMF 버금가는 어려움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수출 의존도가 유난히 큰 한국경제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위축으로 다른 나라들 보다 더 크게 고전할 것임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으로 죽어버린 부동산 시장과 이로 인해 골병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한국경제의 허약체질이다.
작은 이야기부터 하자. 참여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부동산 시장을 시베리아 동토로 만들었다. 마침 외환자유화가 맞물리자 부동산 투자자금이 대거 외국, 특히 미국으로 나갔다. 미국에 부동산 대란이 오면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는 이런 바보 같은 투자가 금년에 이미 작년수준의 2배를 넘었다. 엄청난 국부유출이 아닐 수 없다.
정말로 큰일은 전세대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너 달 사이에 전세상승률이 20%를 넘는 곳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주택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대기수요를 무한정 확대시켰다. 여러 주택 소유자들의 주택 팔기를 어렵게 만들었고, 1주택 소유 서민들이 집을 키워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도록 만들어 주택시장을 거의 완벽하게 죽였다. 죽은 주택시장이 새로운 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없는 가구는 전세를 살 수밖에 없다. 전세수요가 증가하는데도 전세 놓을 집은 한정되어 있는데 전세가 오르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지 않은가.
전세대란 다음은 부동산 대란이다. 이제 어떤 하찮고 믿을 수도 없는 정보, 예컨대 정권이 바뀌면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고 오를 것이라는 전혀 말도 안 되는 루머가 불을 지르면 대기수요는 일거에 시장으로 쏘다져 나올 것이고, 그때 시장에 주택공급이 없으면 주택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택가격의 폭등은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 여기에 아직도 바닥을 모르는 경기가 살아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항이고 보면 한국경제는 세계경제보다 더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된다. 스태그플레이션에 의한 경기후퇴는 오래 지속된다. 이미 시작된 대통령선거 정국이 이를 더 악화시킬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부동산 발 한국경제의 고통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길고 심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과 만나는 자리에서 서민 살림은 어려워도 한국경제는 아직 튼튼하며, 이는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도무지 무군 말인지 알 길이 없다. 경제원론도 안 읽은 듯하다. 대통령과 그 코드들이 할 일은 이제 단하나 ‘한국경제가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이 살아나지 않고는 정상화되기 힘들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각종 무리한 조세정책을 전면 재조정하여 특히 주택시장을 살리는 것이 최 급선무이다. 정권의 체면 때문에 국가경제를 살리는 고뇌의 결단이 주저되는 것은 바보들이나 할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