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업제한제도 폐지 시 기계설비공사
분리 발주 제도 개선도 시행해야"

인물포커스-대한설비건설협회 박종학 회장

최근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개정이 입법 예고되면서 건설업계의 반응이 뜨겁다. 최대 이슈는 겸업제한 폐지에 대한 논란이다.
정부는 이번에 건산법 입법예고를 통해 수평적 건설생산 체계와 함께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의한 무한경쟁체제로 돌입하기 위해 겸업제한을 폐지키로 했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설비건설업계는“겸업제한이 폐지되려면 설비건설업계가 원도급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분리발주제도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설비건설업계를 이끌고 있는 대한설비건설협회 박종학 회장<사진>을 만나 견해와 리더십, 경영철학 등을 들어 봤다.

“전문건설업이 1975년 도입된 이래 일반건설업은 시공관리를, 전문건설업은 시공을 전담하는 건설 산업의 양대 축(軸)이 되어 발전해 왔습니다. 이러한 관례는 일반·전문건설 간 겸업제한 제도가 암묵적으로 이행되는 근거 규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겸업제한이 폐지되면 일반건설업자가 기계설비공사업을 등록하고 원도급 시장은 물론 하도급 시장에도 진출할 경우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상대적으로 약자인 설비건설업계의 도산은 명약관화합니다. 따라서 우리 협회는 겸업제한 폐지 시 설비건설업계가 원도급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분리발주제도도 함께 도입돼야 합니다.”

최근 정부의 겸업제한 폐지 추진에 대한 대한설비건설협회 박종학(朴鍾鶴)회장의 변(辯)이다. 건설 산업구조의 수평적 건설생산체계로의 전환과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의한 무한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겸업제한이 폐지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저가하도급과 불공정 경쟁,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이지 겸업제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겸업제한 폐지 시 불공정·불법하도급과 저가하도급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박 회장은 강조한다. 다시 말해 설비건설업계의 원도급 시장 진출을 위한 제도개선과 협력방안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양극화 해소’와‘상생의 길’이 되는 것이란다.

대한설비건설협회는 최근 건산법 개정에 있어 겸업제한 폐지 시 설비건설 분리발주 제도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에 나섰다. 박 회장은 겸업제한 폐지 시 그 대안으로 ▲기계설비공사 분리발주 보장방안 도입과 주계약자형 공동도급 활성화 ▲복합공사의 전문건설 간 공동도급 허용 ▲CM(Construction Management:건설사업관리)에 의한 공종별 발주 신설 ▲하도급계획의 적정성 심사제도 도입 ▲4대 사회보험의 보험료 원가반영(벌칙조항 신설) 및 정산제도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박 회장은 또 지금까지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보험료의 공사원가가 반영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유관기관에 4대 보험료의 공사원가 반영을 촉구한 결과, 이번 건산법 입법예고(안)에 반영됐다.

정부는 2003년 7월부터 1개월 이상 건설일용근로자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의무가입토록 했고, 올해부터는 소득양극화 해소(EITC:근로소득세액공제제도 도입)를 목적으로 1개월 이상 일용근로자의 임금지급조서 자료를 관할 세무서에 신고토록 했다. 또 향후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통합전산망을 구축, 관련기관 간 자료공유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부터 근로자 임금지급조서를 불성실 신고할 경우 미신고금액의 2%를 가산세로 부과할 방침이다.

게다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도 공사원가에 반영되지 않는 실정에서 임금지급조서를 세무서에 신고할 경우 통합전산망 자료를 토대로 미납보험료의 소급추징이 예상된다.

정부가 4대 보험을 의무 가입하도록 규정하기만 했지 사실상 보험료를 받을 수 있는 세부규정을 마련하지 않음으로써 설비건설업계는 공사원가에 반영되지 않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근로자들의 인식도 부족해 사업주와 근로자가 나누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조차 근로자들이 납부를 거부하고 있어 사업주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4대 보험료를 공사원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선을 촉구한 결과, 이번 건산법 입법예고(안)에 포함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박종학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설비건설협회는 지난 1989년 11월 대한설비공사협회 창립총회를 통해 대한전문건설협회에서 분리·독립한 이후 설비건설업계의 발전과 권익보호를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다.

충남 천안 출신으로 한양대 공과대학을 졸업한 박 회장은 1971년 동산설비기술공사(현 주식회사 동산테크)를 설립, 36년간 설비건설의 외길을 걸어온 설비건설업계 산증인.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3년 6월‘건설의 날’에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주)동산테크 사무실 한쪽에는‘뜻이 있으면 땀을 흘려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이는 박 회장의 경영철학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누구든지 어느 한 분야에서 나의 일처럼 땀 흘려 일하면 반드시 중심에 서게 된다”고 확신하는 박 회장. 그런 면에서 대변혁이 예고된 건산법 개정은 “설비건설업계의 업역(業域)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갈림길”이라며 앞으로도 설비건설업계의 뜻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박 회장의 이러한 각오 앞에 폭염도 녹고 있었다.

문윤홍 전문기자(moonsj475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