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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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들여다보기

2006년 08월 29일 (화) 00:00:00

노영기

로또 복권은 실상 도박이다. 따라서 국가가 하는 로또사업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도박을 장려하는 일이다. 당연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도 국가가 로또사업을 하고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수익금을 국민들 특히 가난한 서민들의 복지기금으로 쓴다는 가상한 명분 때문이다.
로또 기금으로 서민들의 복지가 얼마나 증진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가지는 확실하다. 하나는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가난한 서민들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로또사업을 대행하는 업체들과 그 업체를 선정하는 데에 일조한 관료, 정치인, 정권의 실세들이 꽤 짭짤한 뒷돈 벌이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엉뚱한 사람들이 덕을 보는 것이 사행성 사업인 것이다.
바다이야기사업은 한 술 더 뜬다. 로또보다 더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점과 아예 서민들의 복지증진이라는 명분도 없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대통령의 어리바리한 조카가 등장하고, 그로인해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 장관이 규정을 고치면서 까지 전국을 바다로 만들어주었으며, 조폭스러운 사람을 전면에 내세워 바다이야기로 대박을 터트린 게임방들의 실제 주인이 권력의 실세와 그 친인척, 심지어 386 운동권이라는 소문 풍문이고 보면 가히 쓰레기 뒤범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가 그렇게 백안시하는 소위 가진 자들이 바다이야기에 빠져 패가망신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바다에 빠진 사람들은 부인이 신문배달까지 해야 하는 가난한 가장들이었다. 근처에 가면 안 빠질 재간이 없고, 한번 빠지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그 바다에 빠진 사람들은 대부분 참여정부가 그토록 도와주겠다고 벼르던 가난한 서민들이었다. 대통령 주변의 인척이, 실세들이, 개혁 전도사인양 시끄럽던 386들이 그 아수라장에서 대박을 터트렸다면 그 죄질은 매우 악하고 파렴치하다.
대충 여기까지가 민초들을 열 받게 하는 바다이야기의 진행과정이다. 그러나 3류 권력형 비리정도로 설명하기에는 그 아수라장의 바다 속은 더 깊고 오리무중이다. 별로 비용이 들게 없는 시장이 대략 30조원 규모였다 한다. 선정만 되면 대박이 보장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입의 30%를 로비자금으로 쓰지 않을 게임방 사업자는 없을 것이다. 대박의 규모가 크다보면 50%나 그 이상을 쾌척하는 배 째는 형의 조폭도 있을 법하다. 어림잡아 30조원의 30%는 10조원이다. 이 비자금이 어디로 간 것인가? 문득 게임방의 단기 대박 뒤에 386들이 있다는 소문이 개운하지 못하다.
노무현 정권은 출범이후 내내 양극화를 부각시켜 빈부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법으로 표수가 많은 가난한 서민들의 인기에 아첨해 왔다. 그래서 좌파정권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한 경제정책의 실패가 서민들을 더 어렵게 만들어 초기 하늘을 찌르던 인기가 땅에 떨어졌다. 제3자가 보아도 정권의 재창출에 심각한 위기임이 분명하다.
차기 대권을 노치면 그동안의 경거망동 죄 값을 치러야 한다는 벼랑 끝의 절박감이 있을 법하다. 돌아앉은 서민심을 돌리기 위해 탄핵 효과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이벤트성 선거운동을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감도 있을 법하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권을 세우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돈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는 것이 순리인지 역리인지 지난 수년간 너무 같잖은 세상을 산 사람으로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
바다 속을 뒤집어 보이겠다고 감사원도, 검찰도, 국회도 난리이다. 너무 시끄러워 비행기 탈 범인은 이미 다 탓을 법하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한 두어 달 쿵쾅거리면서 깃털 몇 낱을 주범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바다 속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범인들과 그 범인들을 잡겠다는 사람들의 코드가 같으니 이런 점잖지 못한 예상이 가능하다. 안보, 경제 등의 국제적인 환경변화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이판에 입 밖에 내기도 창피한 바다이야기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음은 한 정권의 불행을 넘어 국가와 민족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