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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책 혼선이 재개발 죽인다

2006년 08월 29일 (화) 00:00:00

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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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재개발 사업이 향후 1~2년 동안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재개발조합 설립 전에 추진위원회가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이 8월25일 시행에 들어간 데다 이를 피하기 위해 추진위가 법 시행 전 미리 시공사를 정하려는 데 대해 수원·부천·안양 등 일부 지자체들이 이를 전면 금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합을 설립할 때까지 최소 1～2년간 재개발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어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건설교통부가 이들 지자체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수원 등은 물론 서울 등 전국의 모든 신규 재개발 사업이 ‘올 스톱’ 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수원·부천·안양시는 최근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도급순위 상위 30위권 주요 건설사에 “재개발 추진위의 시공사 선정을 불법”이라며 “시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자체는 추진위의 시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에는 형사고발, 벌점부과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추진위가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수원 권선3구역 등 네 곳을 무효 처리키로 했으며 해당 추진위원장들을 관할 지법에 고발했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뤄볼 때 조합 설립 때 까지 앞으로 수년간 신규 재개발사업이 전면 중단될 것으로 업계에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추진위와 건설사들은 “개정 도정법이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 설립 이후로 명시하고 있으나 이 법은 8월25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현행법상으로는 추진위의 시공사 선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마디로 소급입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건교부는 8월25일 이전이라도 조합이 아닌 추진위는 시공사를 선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수원시 등 지자체들의 이번 조치를 둘러싸고 법적 논란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선 현행법상 추진위의 시공사선정은 위법이라는 결론을 내려 주목된다.
이러한 마찰에 대해 법조계는 지자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현행 도정법으로도 추진위의 시공사 선정은 위법이라는 해석이다. 추진위의 기능을 규정한 도정법 제14조와 조합 총회 의결사항을 명시하고 있는 법 제24조를 근거로 해서다.
법에는 추진위는 ‘조합의 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업무’ 기능을 할 뿐 ‘철거업자·시공자·설계자의 선정 및 변경’은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개정 도정법 부칙 시공사 선정에 관한 적용례(適用例)에 ‘주택 재개발사업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는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추진위의 승인을 얻은 분부터 적용한다’라는 조항에 대한 해석을 놓고 지자체와 추진위 간 시각차가 발생한 것으로 법조계에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수원·부천·안양시의 조치를 놓고 법적 논란이 거세다. 이같은 논란의 소지는 지난해 3월 도정법 11조 개정 때 ‘사업시행 인가 이후 가능하다’고 명시했던 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가 관련조항에서 빠진 데서 비롯됐다. 당시 상당수 건설사와 추진위는 수차례 건교부에 ‘추진위에서 시공사를 선정해도 된다는 뜻이냐’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이에 건교부는 ‘조합설립 이전의 시공사 선정은 사적인 계약으로 조합설립 이후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 신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해왔다.
추진위의 시공사 선정은 불법이라는 답변을 받지 못한 건설사 등은 법률회사에 자문을 의뢰해 ‘현행법상으로 추진위에서 시공사 선정을 하고 추후 조합에서 추인을 받으면 된다’는 의견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5월 도정법이 재개정돼 8월25일부터 재개발 시공사는 조합설립 인가 이후에 선정할 수 있게 아예 명문화하면서 혼란이 증폭됐다. 이 때문에 건교부는 지난 3월 이후 시공사는 조합만이 선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 유지돼 왔다고 밝히고 있지만 처음부터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 국가청렴위원회는 지난 7월21일 개최한 ‘주택 재개발·재건축분야 투명성 제고방안’ 공개토론회에서 “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 이후로 늦춘 것이 오히려 사업추진에 비현실적일 경우 과거와 같이 추진위 단계로 환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러한 법과 정책의 혼선이 재개발 사업을 죽이고 있다. 진정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강남·북 균형발전을 재개발을 추진한다면 정책당국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문윤홍 부동산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