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4.28 일 17:59

홈 > 뉴스 > 투자리포트 > 부동산산책

신임 경제부총리와 부동산 시장

2006년 07월 28일 (금) 00:00:00

노영기

지난달 하순에 노 대통령은 재정경제 부총리를 바꿨다. 부총리의 취임 일성은 그동안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섣부른 전망은 시기상조이지만 만약 그 소신이 특히 부동산 정책에 관한 것이라면 우리경제의 앞날이 첩첩 산중일 수밖에 없다는 절망을 금할 길 없다.
우리경제는 매우 건설 산업 의존적이다. 건설 산업 관련 업종이 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하고, 취업유발계수(10억 원을 투자할 때 만들어지는 일자리 수)도 제조업의 1.4배나 되기 때문이다.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우리경제 살아나기 어렵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건설경기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지방에 가면 아파트 분양계약률이 5-10%에 불과한 곳이 수두룩하다. 미분양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5월말 현재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1만 3천여 가구로 2001년 4월 이후 최고다.
건설경기가 쉽게 살아날 희망도 실낱이다. 건설경기의 선행지표인 건축허가 면적이 지난 5월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1%나 격감했다. 건설수주액도 지난 3월에서 5월까지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자연히 분양을 내년 이후로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아예 신규사업을 계획하는 건설사는 없다시피 하다. 부도를 맞고 좌절하는 건설업체가 한 둘이 아니다.
건설 산업이 이렇게 동토가 된 것은 특히 부동산시장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후 분양 아파트 시장이 대종을 이루어 온 우리 부동산시장은 건설 산업의 자금 줄이었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본격화하고, 이는 철근, 시멘트, 레미콘 등의 후방산업의 위축으로 연결되어 실업을 증가시키고 내수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그 부작용이 확대된다.
그러면 무엇이 부동산시장을 죽였는가? 그동안의 졸렬한 부동산정책이다. 우선 초강수 정책들의 남발이다. 강남 집값을 잡을 일념으로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은 비 강남권도 규제 대상에 마구잡이로 포함시켰다. 전국 250개 행정구역의 30%가 넘는 77개 지역이 양도세 중과세 투기지역으로 지정돼있다. 서울 전역은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돼있다.
둘째, 시장경제의 기본인 수요공급 체계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강남권은 빈 땅이 없어 재건축이 유일한 공급원인데, 재건축 규제 강화로 강남권 공급을 원천 차단하였다. 반면에 수도권과 지방은 신도시와 택지 개발을 통해 공급을 늘리다 보니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 수요가 많은 곳에 공급을 줄이고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새로운 경제이론의 탄생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양도세와 보유세 등의 강화에 따른 부작용이다. 다주택자들의 ‘돈 되는 강남 1주택 보유’ 전략이 비 강남권의 매물증가 -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나친 양도세는 정상적인 거래조차 중단시키거나 지연시키고 있다.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이해당사자들의 생각을 전혀 고려치 않은 졸렬한 정책의 당연한 결과이다.
다행히 신임 경제 부총리는 정통 경제 관료이다. 경제논리대로 문제를 풀면 정책기조를 유지하여 코드를 맞추면서도 얼마든지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 의외로 간단하다.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조급하고 무지막지한 조치들을 일부 부드럽고 여유 있게 보완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고가주택기준의 상향조정, 거래세 대폭인하, 양도세 하향조정, 강남권 공급대책 마련 등을 보완하여 이미 내 놓은 정책이 작동하면서 시장이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더 이상의 새로운 강경책을 내 놓는 것은 금물이다.
시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 필요가 있으면 정책기조도 바꿀 각오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참여정부 마지막 경제부총리의 소임이다. 변장을 하고서라도 지하철 역 입구마다 장사진을 치고 있는 빈 택시를 하나 골라 타고 그들의 절규를 들어보기를 권고한다.
부동산정책에 관하여 노대통령의 최대 실수는 경제 부총리를 제겨두고 경제를 모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동산 정책을 주무르게 했음이다. 말하자면 무면허 운전을 시킨 것이다. 대통령과 신임 경제부총리 사이에 이런 무도한 무면허 운전자가 끼어들지 않게 하는 것은 노 대통령이 우리경제를 위해 꼭 해야 할 마지막 소임이다. 신임 경제 부총리와 같이 빈 택시를 타보기를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