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5.18 토 11:31

홈 > 뉴스 > 투자리포트 > 재테크

국가청렴위의 재개발·재건축제도 개선안과 문제점

2006년 07월 28일 (금) 00:00:00

부동산신문

renews@renews

이르면 내년부터 재개발·재건축사업에 필요한 초기 운영자금을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금’에서 의무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대신 조합이 시공사나 철거업체 등으로부터 음성적으로 초기 사업자금을 지원받는 행위는 금지될 전망이어서 향후 재개발·재건축사업 추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국무조정실 산하 국가청렴위원회(옛 부패방지위원회)는 최근 주택 재개발·재건축사업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이러한 내용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 건설교통부와 시민단체,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주민동의서나 서면결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매수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신설되고 조합 임원들과 추진위원회 또는 재정비 촉진지구의 주민대표회의 위원들이 비리에 연루됐을 경우 공무원 수준의 강한 처벌을 받게 된다.
개선안은 또 시공사 선정과 관련, 재정비 촉진지구 사업의 시공사는 2개 이상의 업체를 추천하도록 해 비리나 특혜 시비를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및 공동시행자 선정방식이나 절차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청렴위는 우선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시공사 선정방식인 경쟁 입찰 방식을 구체화하고 재개발의 공동시행자도 경쟁 입찰 방식 등으로 선정 방식을 명시(明示)할 것을 건교부에 권고할 예정이다. 현행 재개발 공동시행자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후 조합이 선정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이를 어길 때 적용하는 처벌규정이 없어 추진위가 시행자를 선정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교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재개발 공동사업시행자를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할 수 있도록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는 만큼 필요할 경우 차라리 추진위 단계에서 건설업자(시공사·공동사업자)를 선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게 청렴위의 입장이다.
또 재개발의 경우 각종 수주관련 ‘비리 사슬’을 끊기 위해 조합인가 이전에 공동시행자를 선정하는 편법행위에 대한 처벌기준을 마련하고 철거나 새시 등 부대공사의 분리 발주를 제한키로 했다. 특히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왔던 정비사업 전문 관리업체에 대해선 관련법 위반 시 사업 재참여를 제한하고 자본금 납입을 가장했을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키로 했다.
오는 9월부터 공공기관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주민대표회의가 추천하는 시공사(현행 1곳)에서 2곳 이상으로 조정토록하고 주택공사, 지방 공기업 등도 수의계약 대신 지명경쟁계약을 통해 시공사와 계약을 맺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청렴위가 마련한 ‘재개발·재건축제도 개선안’은 재건축이나 도시재정비촉진지구 등 도시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공사·조합·관련공무원 및 정비사업자들 사이의 비리사슬을 끊어 조합원 부담과 분양가 상승 등 부작용을 근원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같은 개선안이 법제화될 경우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비리 근절을 이유로 오히려 각종 규제가 신설되거나 강화될 경우 가뜩이나 규제가 많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큰 만큼 투명성은 높이되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세부 실행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각 지자체에 설치돼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금’을 활용해 재개발·재건축에 필요한 초기 사업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눈에 띄는데, 이렇게 되면 재개발·재건축 추진위나 조합들이 초기 자금을 시공사나 정비업자 등으로부터 음성적으로 받아 쓴 뒤 편의를 봐주는 이른바 ‘대가성 비리’를 근절시킬 수 있다는 게 청렴위의 복안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도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이 설치돼 있어 정비사업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지만 기금적립 및 집행실적이 저조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有名無實)하다는 점이다. 청렴위에 따르면 대구·인천·광주 등 일부 시·도는 최근 3년간 35억 원의 정비기금을 적립해 놓았지만 실제 집행실적은 전무(全無)한 실정이다. 그나마 울산 등 7개 시·도는 지난해까지 3년간 정비기금을 전혀 적립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규제만 강화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규제를 하려면 사전에 법적·제도적 장치를 완벽하게 마련 한 뒤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과 부작용만 부각시켜 이를 규제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시행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정부와 여당은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강화해 왔다. 특히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는가 하면, 재건축 총량제를 실시하고 개발이익을 환수하며 지방정부의 재건축 승인권을 환수하는 등 규제조치를 크게 강화해 사업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게다가 지난 7월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기반시설부담금을 적게 내기위해 건축물 용도, 설치비용 공제 관련 사항 등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제출할 경우 부담금을 조기에 강제 징수하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부담금의 3배 범위에서 벌금을 물린다. 건교부가 마련한 ‘기반시설부담금 부과·징수 업무처리 규정’에 따르면 건축허가 시 기반시설부담금을 적게 내거나 면제받을 목적으로 건축물 용도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설치비용 공제와 관련한 허위 자료를 제출할 경우 기반시설부담금을 포탈하기 위한 행위로 간주돼 3년 이하 징역 등 처벌을 받는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 공유물과 공동사업의 부담금은 지분 비율대로 나눠 부과, 연대 납부 의무를 지도록 했다. 납부의무 승계와 관련해서는 합병 후 법인에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상속이 개시된 때에는 상속재산의 범위에서 부담금을 내게 했다.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추진과정에서 많은 비리와 불법이 자행돼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처럼 규제 일색의 강화 조치만 취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전반적으로 추진 자체가 어려울 질수도 있다는 점을 관계 당국은 인식해야 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마저 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 빈대도 잡고 초가삼간도 태우지 않는 현명한 대안의 도출이 시급한 시점이다.

문윤홍 부동산전문기자(moonsj475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