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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시공사 선정과정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2006년 07월 19일 (수)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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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자율화 이후 아파트건설 사업은 대체로 토지를 확보하고 각종 인·허가 사항을 처리하는 시행사와 공사를 담당하는 시공사로 역할이 나누어져 진행되고 있다. 요즘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는 도심 재개발 사업 역시 이와 비슷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행사가 건설업체 대신 주민을 대표하는 추진위원회 및 조합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대부분 영세 규모의 시행사는 사업 초기부터 시공사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재정적 지원과 지급보증 등의 결탁을 통해 사업을 추진해 왔고 이러한 비용은 고스란히 분양가로 전가돼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종 건설비리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이는 재개발·재건축 개발 현장에서도 예외 없이 벌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일부 현장에선 여전히 ‘불법 커넥션’이 횡행하고 있다.
도심 재개발이 예정돼 있는 서울 강북의 30여개 지역에서 과당 수주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발이익환수제 시행으로 재건축 시장은 얼어붙은 반면 지난 3월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11조로 인해 재개발 시장은 탄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도정법은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은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후 시공사를 선정해야한다’는 조항을 명시,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 인가 이후로 못 박고 있다.
반면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에 대한 지침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재개발 추진위와 시공사들은 종전 사업승인 이후에 가능했던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이 사업시행 초기 단계인 추진위 단계에서 가능하게 된 것으로 이 조항을 해석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역시 이러한 해석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건교부는 시공사 선정문제 때문에 일부 재개발 사업지역에서 공사 진행이 늦어지는 등 문제점이 발견돼 이 같은 법 개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에 대해 비교적 관용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조합설립 후 조합의 승인을 받은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가 시공사의 법적 지위를 가진다는 건교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추진위 단계에서 결정된 시공사에 대한 권리규정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된 시공사는 주민들의 합의 사항일 뿐이지 법적 효력은 없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시공사 변경 등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총회를 통해 선정된 시공사의 지위를 상당부분 인정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사업자 선정 시기가 크게 앞당겨진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 평가다. 결국 시공사 선정이 앞당겨지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추진위 및 조합이 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을 시공사측으로부터 조기에 끌어 올수 있어 사업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는 건설사들의 입찰수주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측은 이 같은 과당경쟁이 재개발 절차변경에 따른 구조적 모순이라고 항변한다. 도정법 개정에 따라 시공사 선정이 추진위 단계에서 이루어지면서 건설사의 홍보기간 역시 사업초기 짧은 기간으로 한정돼 있어 추진위 관계자들에 대한 금품 수수 등 부적절한 홍보 수단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업시행 인가 후에 시공사가 선정되면 경쟁 시공사들은 사업초기부터 시공사 선정 시기까지 오랜 시간을 두고 건축물의 특장점 등을 홍보할 수 있다. 하지만 법 개정과 함께 시공사 선정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이같이 시간을 요하는 정상적 홍보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금품 살포 등 효과가 빠른 비정상적 홍보 방법이 동원된다.
지금까지 시공사 선정은 사업시행 미(未)인가 상태인 추진위 단계에서 이루어졌다. 추진위 단계에서도 주민총회 직전 1주일간을 참여 건설사의 공식 홍보기간으로 정했다. 물론 건설사들의 과당 경쟁으로 사실상 홍보기간 훨씬 전부터 행하여지고 있지만 공식 홍보기간은 과거에 비해 크게 짧아졌다.
또한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찬성 비율이 낮아진 것도 과당 경쟁의 한 원인이다. 사업시행 인가 이후 조합원 총회를 통해 시공사가 선정되는 경우 조합원 3분의 2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추진위 단계에선 조합원의 절반만 찬성해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찬성비율이 낮아지면서 건설사들의 건축물, 사업비용 등 재개발과 직접 연관이 있는 사항들에 대한 홍보를 통해 대다수 조합원들의 중지(衆智)를 모으려는 시도 대신 짧은 시간 안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50%의 조합원들을 자기네 편으로 끌어오는 데만 혈안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로 일부 재개발 사업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추진위원장이 특정 건설사를 시공사로 밀어주기 위해 경쟁관계에 있는 건설사를 아예 공개경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사업 참여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만드는 등 시공사 선정과정에 의혹을 낳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의 한 재개발사업 추진 현장에선 시공사 선정과정에 시공사 참여를 확대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입찰공고 사항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을 급조해 현장 설명회에 제시하는 등 사실상 특정 건설사의 시공사 참여를 막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추진위 집행부와 특정 건설사간의 결탁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들은 시공사 선정기준 및 방법에 있어서 참여 건설사들의 공정경쟁을 요구하는 탄원서까지 해당 관청에 냈으나 집행부에선 이마저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공사 선정 시 지켜져야 할 기준은 이와 정반대다. 이 기준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은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사업 전반에 대한 가능한 자세한 사항(조합현황, 사업대지 위치, 참여조건, 계약방식, 마감자재 수준 등)을 제시하여 참여희망 업체로 하여금 정확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해야 하고 ▲제출된 견적서는 계약 시 계약조건이 되므로 견적서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검토해야 하며 ▲회사 별로 품질과 서비스 품목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공사별 사업 참여 단가를 종합적으로 비교 검토해야 하고 ▲착공 후에 불분명한 추가 정산금이 없도록 초기 계약단계에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추진위 및 조합의 관계자들은 자의적(恣意的)인 선정 기준으로 시공사를 선정하기 때문에 물의를 빚고 있다. 따라서 시공사 선정과정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객관적 기준에 부합해야만 주민 및 조합원들은 이를 수긍하고 추진위 및 조합의 집행부를 지지할 것이다.

문윤홍 부동산전문기자(moonsj475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