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 경매투자

부동산 경매시장이 한여름 열기만큼이나 뜨겁다.

최근 부동산 경매시장은 내집마련과 시세차익을 노리는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다 올해부터 부동산 중개업자의 입찰대리 업무허용으로 경매열기가 한여름 무더위만큼이나 뜨겁다.

일반 거래시장은 매물 부족을 이유로 집주인의 집값 담합 등을 통해 거래가격에 대한 불신이 크고 매도자 우위 시장인 반면 경매시장은 감정가를 기초로 매수자가 자금 등을 고려한 입찰가를 써내는 매수자 우위 시장이어서 최근 내집마련의 주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연립·다세대에서부터 6억 원이 훨씬 넘는 고가(高價)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실수요자에게 선택의 폭이 다양한 경매 법정에는 지난 4월 공인중개사의 입찰대리 업무 진출로 경매시장은 더욱 뜨거워졌다.

특히 아파트 경매에 다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각종 부동산 규제에서 경매가 빠진 데다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6～7개월 전 감정가격으로 법정에 나오는 강남권 아파트에 가격 경쟁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4～5월에는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 경매물건 낙찰률이 40%를 넘어 과열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매는 분양이나 일반 매매보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사항을 이해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경매 전에 현장답사를 통해 입지조건도 꼼꼼히 따져보고 주거환경이나 교통 편의성, 편의시설 접근성을 조사해 두는 것은 기본이다. 경매사고 유형 중 상당수는 주로 물건 분석 실패에 원인이 있다. 몇 가지 유의할 점만 잘 살펴보면 경매는 다른 방식 부동산 투자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다.

 서울 아파트 경매, 3.30대책 이후 반사이익 ‘강세’

3.30 부동산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분위기가 뜨겁다. 일반 거래시장이 거래부진으로 침체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올 4월 서울지역 낙찰가율은 83.01%를 기록, 2004년 1월(87.95%)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경매 상품 중에서도 아파트가 3월보다 3.38%포인트 상승한 92.12%를 기록해 90%대를 넘어서면서 여전히 경매시장 내 최고 인기 상품임을 증명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에 대한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90%를 넘어선 것은 2002년 9월(92.37%)이래 처음이다. 경매도 역시 강남 빅3지역(강남·서초·송파구)과 양천구(목동), 영등포구(여의도), 용산구 물건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낙찰률도 3월(28.71%)보다 5.06%포인트 상승한 33.71%를 기록했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도 상승세를 보였다. 수도권지역 아파트는 4월 2726건이 경매에 부쳐져 36.02%의 물건이 낙찰됐다. 지난 3월 낙찰률 31.83%보다 4.19%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수도권 지역에선 이밖에 연립·다세대(79.01%)와 주택(83.91%) 등 주거용 물건이 모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시장 양극화, 조정기 겪는다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아파트는 최고의 블루칩(우수 투자상품)으로 꼽힌다. 장기투자 가치  면에선 토지가 낫다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잇따른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토지 경매는 찬바람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낙찰 후 매도가 거의 불가능해져 실수요자나 장기 투자자 이외에는 참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88.9%에 이르렀다. 지난 1월 79.6%였던 낙찰가율은 최근 3개월(3～5월)연속 상승하고 있다. 평균 응찰자 수(數)를 보면 경매로 나온 서울 아파트에 평균 6명(5월)이 몰려 인기를 실감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이나 목동 아파트에 수십 명이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아파트 내에서도 물건별 양극화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3.30 부동산대책에 정부의 집값 버블론이 나온 뒤 1개월이 지나면서 투자 측면에서 아파트 인기가 다소 주춤해졌다는 분석도 있으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은 상태다.

 감정가 낮은 아파트부터 노려라

일반 아파트 거래시장이 3.30 부동산대책 관련 법안 통과로 주춤한 가운데 경매에 대한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재건축을 중심으로 부동산 대책이 속속 국회를 통과하면서 일반 거래시장에선 매수자와 매도자간 희망가격 차이가 커졌으나 경매에 나오는 아파트는 정책 변수(變數) 외에도 감정가라는 변수가 작용해 되레 투자 수익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대책 직후 아파트 시세는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때 감정된 아파트는 6～8개월 후 경매로 나올 때 시세와 차이가 커져 낙찰가에 따라 큰 시세차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즘 강남권에서 법원경매로 나오는 아파트는 지난 8.31대책 직후 감정된 물건이 많다. 지난 4월부터 6월초 까지 이러한 물건들이 많이 나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서울 중앙지방법원 경매 3계에선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한신아파트 45평형에 63명의 입찰자가 몰리기도 했다. 이 물건은 감정가가 5억5000만원으로 시세인 11억 원 선의 절반에 감정된 대표적 저(低)감정 경매아파트로 꼽혔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50평형과 신천동 장미 30평형도 감정가가 시세보다 최고 2억여 원 낮은데 6월1일 동부지법 경매3계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해 강남권 주요 단지 시세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이러한 감정가와 시세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또 이번 3.30대책은 정책 약발이 듣지 않아 6월말에 이러한 저(低)감정된 아파트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저감정됐다는 사실만으로 ‘배짱 낙찰가’를 쓰지 말 것을 당부한다. 명도비용 등을 감안한 현실적 낙찰가격을 통해 투자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6월18일 잠원동 신반포 한신아파트 45평형은 낙찰가가 무려 10억577만원으로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182.9%에 달해 투자 실익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다.

 부동산 경매시장에 중개업자들이 대거 입찰 대리 업무에 나서면서 이러한 고가(高價)낙찰을 부추기는 사례도 있다. 한 경매업체 관계자는 “중개업자들은 대부분 집값이 오른다는 낙관론자가 많아 고가 낙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덜컥 고가 낙찰 후 자금계획에 차질을 빚어 결국 포기하는 매수자도 많다”고 말했다.

 경매 투자는 경락대출 등 대출을 끼는 경우가 많아 금리 상승기에 주의해야 하고 6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는 일반 거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이번 3.30대책을 통한 대출규제를 받는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고가낙찰은 항상 주의해야…경매사고 속출

 최근 서울 남부지방법원 경매현장에선 영등포동 대우드림타운 30평형에는 응찰자 21명이 몰려 최고 인기 물건에 올랐다. 이 물건은 지난해 9월 3억4000만원에 감정됐으나 현 시세는 3억5000만～3억6000만원으로 그동안 큰 변동이 없다.

 그럼에도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3억4109만원에 낙찰돼 법정 내에선 “저 가격에 낙찰받느니 중개업소를 통해 사는 게 낫지”라는 수근그림이 나왔다.

 최근 시세와 감정가의 격차가 많이 나는 저감정된 물건이 나오면서 이들 물건에 수십 명의 경합자가 몰리기도 했다. 아파트가 경매로 나오기까지 8개월 정도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감정 시기가 지난해 8.31대책 직후 시점으로 현 시세와는 수억 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강남 목동 등 올 들어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곳에서 나온 경매 아파트가 해당되는데 최근 고가낙찰이 속출했다.

 실수요자들, 다세대 주택에 관심 높다

 지난 6월15일 서울 서부지법 경매 1계 입찰경매장.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있는 20평형 다세대주택이 7500만원의 신건 입찰에 부쳐졌다. 한 경매 투자자는 “대지지분이 13평이나 되는 물건이어서 투자에 관심이 쏠렸다”고 전했다. 이 물건에 무려 35명이 몰려 이날 낙찰된 78건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가운데 1억323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무려 176.4%나 기록했다.

 이처럼 경매시장은 당분간 장마철과 휴가철, 혹서기 등 환경적 요인과 우량 물건의 공급지체, 단기급등에 대한 조정의 필요성 등 내부적 요인에 의해 일부 저(低)감정 물건과 재료 지역 물건 위주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용산일대는 강북지역과 낙후지역 집중 개발론의 최대 수혜주가 될 전망이어서 상대적 인기를 지속할 전망이다.

경매시장에서 최근 다세대 주택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투자금액이 적어 비교적 소액으로도 참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권리관계가 단순해 초보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만 고르면 기대수익률이 여느 물건에 비해 매우 높다는 매력이 있다.

 상가·토지 경매… 상가 초보자는 아파트상가 노려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매하면 주택경매를 생각하지만 토지나 상가 경매도 나름대로 활발한 편이다. 5월 현재 근린상가 낙찰가율은 60% 정도로 전달에 비해 큰 변동이 없는 상태다.

 택지개발지구나 재개발지구 등과 같이 후광효과가 확실한 곳을 제외하고는 상가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돼 있는 것이 원인이기도 하다. 상가경매 목적은 직접 상가를 운영하려는 것도 있겠지만 임대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경매에 나오는 상가 대부분이 임대차관계가 복잡하고 권리관계도 복잡하다. 또 주변 상권이 제대로 형성돼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는 가능한 상권이 열악한 물건은 피하고 단순한 개인부채 문제로 나온 우량 물건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

경매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입지조건과 상권이 양호한 지역, 대단지 아파트 상가 1층 등을 우량상가 물건을 꼽는다. 결국 자신이 입찰하고자 하는 매물 현장을 직접 찾아가 옥석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수도권 인근 토지는 5월 낙찰가율이 전달 78.3%보다 5% 이상 오른 83.5%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토지의 경우 단기시세 차익보다는 장기적인 개발호재를 보고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토지경매 전문가는 “많은 사람이 투자가치가 있는 토지에 대해 유일한 구입처가 경매시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토지는 환금성이 가장 낮기 때문에 장기간 여유자금을 갖고 투자해야 하며 지상에 건물이 없는 경우가 많아 낙찰 받을 때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매를 통해 토지를 매입할 경우 토지거래허가 구역이라도 따로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응찰 가격 정하기가 절반의 성공

경매전문가들은 우선 경매 전에 응찰가격 하한과 상한을 확실히 정하고 이를 벗어나지 말 것을 권한다. 투자목적을 분명히 하고 법정 분위기에 휘둘리지 말라는 조언이다. 이를 위해 투자자는 아파트 최초 감정가와 해당 입찰일 최저 매각가능 가격, 실제 시세를 정확하게 알아둬야 한다.

경매로 나오는 아파트 가격은 한번 유찰돼 한 달 후 다시 나올 때마다 서울·경기지역은 20%, 인천·충청권은 30%씩 가격이 떨어진다. 최초 감정가 1억 원짜리 아파트가 한번 유찰되면 8000만원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흔히 최초 감정가격은 조사 당시 시세보다 높게 매겨지는 경향이 있다.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시세와 감정가격 차이가 별 의미가 없겠지만 합리적인 응찰가를 쓰려면 시세조사는 필수사항이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1회 유찰된 물건을 시세보다 저렴한 수준에서 잡는 게 가장 일반적인 현상이다. 다가구·다세대주택, 단독이나 연립주택은 2회 유찰된 물건을 잡는 게 일반적이다.

응찰가격을 정하기에 앞서 해당 물건에 생각하지 않은 결점이 없는지도 봐야 한다. 가장 자주 생기는 문제는 숨은 권리자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이 있는 전세업자도 등기부 등본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경매 투자자는 법원 집행관이 물건 조사결과를 보고한 ‘매각물건 명세서’를 반드시 미리 읽어봐야 한다.

 매끄러운 명도는 절반의 성공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아파트를 낙찰 받아도 어려운 관문은 남아 있다. 세입자나 전(前)주인을 내보내는 명도가 그것이다. 명도는 ▲집주인이 살고 있을 때 ▲전세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세입자가 살고 있을 때 ▲전세금 일부를 받을 수 있는 세입자가 살고 있을 때 등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전세금 일부를 보상받는 세입자도 낙찰자 명도확인서 도장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분란을 일으키는 일은 드물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 보상도 못 받는 전세입자가 있을 때다. 저항도 심할 뿐만 아니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이때는 강제집행 비용 대비 두 배 가량을 명도비로 ‘미리 준비해 두고’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좋다.

32평짜리 아파트 강제집행비용은 70만 원선으로 두 달이 걸리지만 세입자와 신경전이 길어져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명도비 없는 명도는 없다’는 말처럼 금액 차이는 있을지언정 명도비는 반드시 필요한 돈이라는 인식도 갖고 있는 게 좋다.

 금융권 대출혜택도 유리

부동산 경매의 가장 큰 장점은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 신용이 아니라 경락받은 물건을 담보로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권에서도 시세 대비 70%나 낙찰가격 대비 80% 중 투자자에게 유리한 금액으로 대출을 해준다.

 금리는 콜금리에 연동해 연 4% 후반에서 5% 초반에 결정된다. 생명보험사 금리는 연 5% 후반에서 6%, 저축은행은 연 10% 이상으로 높지만 이때는 대출비중을 90% 이상까지 높일 수 있다.    

 경매로 부동산을 낙찰 받아 경락잔금 대출을 이용하게 되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등기부상 권리관계가 모두 지워지면서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최1순위로 근저당이 설정되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출해 주고 있다. 낙찰자 입장에서도 경락잔금 대출은 한도가 높아 적은 돈으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재테크와 세금혜택 등도 누릴 수 있어 이용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각급 금융기관들은 경락자금 대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은 이전엔 경매취득 부동산에 대해 대출해주지 않았으나 모기지론 대상에 포함됐다. 국민은행은 경락자금 대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최근 경매 전문업체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국민은행은 경매입찰 대리가 가능한 공인중개사의 컨설팅 고객을 위해 경락자금 대출상품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락잔금 대출 금리는 각급 금융기관과 대상 물건에 따라 다양하다. 외환은행은 연 5.7～6.8%, 한국투자상호저축은행은 연 7.8～8.6% 수준이다.

경락잔금 대출절차는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경매낙찰 후 법원에서 발급하는 ‘보증금 영수증’ 또는 ‘최고가매수확인서’를 받아 금융기관에 대출을 신청하면 된다. 절차에 따라 은행이 잔금을 납부하면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근저당 설정으로 대출이 완료된다.

하지만 이보다 꼼꼼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입찰 전에 먼저 금융기관을 찾아가 응찰물건에 대한 대출 가능액과 조건을 문의하고 얼마나 대출받을지 미리 결정해야 낙찰 후 혼돈을 피할 수 있다. 특히 대항력있는 세입자가 있거나 법정지상권, 유치권 등의 문제가 있는 부동산은 대출이 불가능하므로 응찰하기 전에 미리 대출에 대해 충분히 상담하고 자금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문윤홍 전문기자(moonsj475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