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5.2 목 19:35

홈 > 뉴스 > 투자리포트 > 부동산산책

양극화와 공평분배

2006년 07월 04일 (화) 00:00:00

노영기

최근 투자의 달인 워렌 버핏이 평생 피를 말리며 모은 전 재산의 80%가 넘는 30조 달러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세계 최고 갑부 중의 하나인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는 2년 후에 회사를 떠나 여생을 자선사업으로 보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미국이 왜 건강한 자본주의 선진국일 수밖에 없는가를 잘 설명해주는 기부문화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의 내재적인 모순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소득분배의 불공평이다. 그것은 소득분배가 양극화될 경우 이것이 소득 계층 간의 갈등을 격화시켜 사회를 극도로 혼란시키기고 결국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소득분배 불공평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공평분배는 능력 것 일하고 일 한만큼 분배받는 1차 분배를 잘하고, 그럼에도 나타나는 소득분배 불공평을 2차, 3차 분배로 수정 보완하는 것이다. 2차 분배란 종합소득 누진세 등으로 고소득계층으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어 이를 저소득계층에게 이전해 주는 것을 말한다. 3차 분배는 기업의 사회 환원과 국민 개개인의 기부를 뜻한다.
그런데 공평분배를 달성할 수 있을 만치 세금을 많이 걷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바람직하지도 못하다. 엄청난 조세저항 때문에 무작정 세금을 많이 걷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거니와 과중한 세금이 근로의욕을 감퇴시키고 기업가 정신을 좌절시켜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 왕성한 투자로 생산과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고 보면 기업이 수익을 투자하지 않고 사회 환원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이랄 수 없다.
결국 공평분배를 달성하기위한 가장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남는 것은 개개인들의 기부이다. 기부는 주로 고소득 계층의 자발적인 것이다. 따라서 근로의욕이나 기업가정신이 쇠퇴 될 일이 없고, 더욱 막연히 부자들을 질시하는 소득계층간의 감정적인 갈등까지도 완화해주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그러면 왜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버핏이나 게이츠 등과 같은 거금의 기부자가 나타나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한가? 선진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더 도덕군자라서 인가? 기부문화의 수준차이는 개인의 차이도 있겠지만 결국 소득수준의 차이일 수밖에 없다. 전 재산의 80%를 쾌척할 수 있는 것은 1 인당 국 민 소득이 5만 달러 이상인 사회에서만 가능한 일인 것이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이제 겨우 1만 6000달러 수준이다. 남 생각하기는커녕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충분치 못한 소득이다. 세계 100대 기업 안에 들은 기업이 하나뿐인 상황에서 기업들의 사회 환원을 기대하는 것도 시기상조이다. 이런 상황에 과중한 세금으로 개인과 기업의 기부를 강요하는 것은 효과도 없으면서 부작용만 큰 악수 중 악수일 수밖에 없다.
공평분배로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1인당 국민 소득을 높여 자발적으로 거액을 기부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출범이래 양극화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일의 대부분은 양극화를 필요이상으로 부각시키면서 개인과 기업의 기부를 강요한 것이다. 당연히 임기 중반을 훌쩍 넘었는데도 양극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고 소득 계층 간의 갈등만 더 깊어졌다.
토지공개념을 주장한 헨리 조지는 한 나라의 총 정신력을 사회발전에 쏟는 정신력과 구성원 간의 갈등해결에 쏟는 정신력으로 나누고 후자가 전자보다 많은 나라일수록 멸망의 길을 걷기 쉽다고 했다. 국가 운영의 기본원리는 사회갈등을 최소화 하여 총 정신력을 모두 발전 지향적으로 몰아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양극화의 문제를 필요이상으로 부각시켜 사회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결국 국가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반국가적 범죄행위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