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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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개발을 앞당기는 고유가

2006년 05월 03일 (수) 00:00:00

노영기

근대 산업사회의 밑거름인 화석연료를 과잉 소비하면서 시작된 생태계 위기는 지구온난화가 진전되면서 이미 세계 각지에서 감지되고 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의 침수, 이로 인한 영토 포기와 뉴질랜드로의 이주는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를 덮친 스나미, 최근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토네이도와 유럽을 범람하고 있는 세기만의 대홍수 등도 지구온난화의 재앙과 무관치 않다.
UN 환경개발회의는 이러한 지구촌 위기를 방지하고자 리우선언(1992)을 통하여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을 지구 환경 보존의 원칙으로 천명하였다. 여기서 ‘지속 가능한 개발’이란 “다음 세대가 필요로 하는 환경 여건을 훼손함 없이 현 세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수준의 개발”을 의미한다. 후손 세대들의 환경권을 존중하기 위해서 현세대를 위한 개발은 자제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주문인 것이다.
교토 협약은 이러한 지속 가능한 개발 원칙을 구체화한 것 중의 하나로 특히 지구 온난화를 규제하고 방지하고자 1997년 교토 회의에서 채택된 기후 변화 협약이며, 주로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와 일정을 명시하고 있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는 미국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2001년 탈퇴하여 다소 구속력이 떨어지는 감은 있으나 2005년 러시아가 의무 이행을 선언함으로서 교토 협약 의무 이행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어 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석유 등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중화학 공업화 정도와 비례한다. 따라서 이미 중화학 공업화 단계를 지난 선진국들의 경우보다 중화학공업화 과정에 있거나 이제 막 중화학 공업화를 시작하는 후발국들의 경우가 이산화탄소 감축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예컨대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자동차, 내장고 등의 냉매 용 후레온 가스 사용을 규제할 경우 선진국들은 이미 다른 냉매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후레온 가스를 사용해야 하는 후발국들의 경우 바로 자동차와 냉장고 등의 생산단가가 높아지는 부담을 떠안게 되어 가격경쟁력의 손상을 입게 된다. 선진국들에게는 지구환경을 지킨다는 명분이 후발국들의 추월을 따돌리는 유효한 방편이 되고 있음이다.
한국은 후발국의 선두 주자답게 온실 가스 배출 세계 9위국이다. 다행이 2000년부터 감축을 시작하는 1차 감축 의무 대상국에서는 유예 되었으나, 2008년부터 시작되는 2차 감축 의무를 피해가기 어려울 듯하다. 특히 세계 10대 교역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당장 국제경쟁력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의무 이행을 회피하거나 미루는 것은 소탐대실 하는 일이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출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환경 친화적 첨단제품이 아니고서는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당연히 교토 협약 의무 이행에 적극적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장기적으로 국제시장에서의 리더십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국익을 도모하는 유일한 길, 즉 선택의 여지가 없는 주어진 길일 수밖에 없다.
최근 원유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들고 있고, 머잖아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그래서 석유 의존도가 큰 한국경제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는 흉흉한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고유가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하여 석유의존도를 줄이게 만드는 가장 유효한 압박이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일은 교토 협약 의무 이행의 첩경이다. 그래서 작금의 고유가는 한국경제에게 단기적으로는 위기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앞당기는 기회의 단초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