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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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가르치는 나라의 양극화

2006년 04월 04일 (화) 00:00:00

노영기

지난 해 가을 필자는 필자가 봉사하고 있는 대학의 수시입학 면접에서 김일성과 이승만이 누구인가를 물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이승만은 친미적 독재자, 그리고 김일성은 독립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끈 민족주의적 애국자(?)로 알고 있었다. 균형감을 확인하기 위하여 야간의 유도질문을 던졌다.
끝내 김일성이 당시 소련과 중공의 힘을 빌려 동족상잔의 6.25사변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분단을 고착시킨 책임이 가장 큰 사람이라는(시한 만료로 비밀 해제된 러시아와 미국의 관련문서에서 밝혀진) 객관적인 사실은 모르고 있는 듯 했다. 경제를 황폐시키고, 300만여 명의 아사자를 만들어 북한 전역을 국제적 구호지역으로 만든 책임을 이야기 하고 걱정하는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기업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사업을 번창시키는 것, 그래서 국가경제를 키우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대답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참으로 어이없게도 거의 모두가 사회 환원이라는 대답을 했다. 군은 얼마나 사회 환원하고 있는가 하고 물었다. 본인이 가진 것(부모님에게 받은 용돈)의 20%라는 대답까지 나왔다. 거짓을 배운 사람의 당연한 거짓말이다. 막연한 반 시장주의, 그리고 맥 모르는 감상주의적 민족주의에 소름이 솟았다.
이 봄에 필자는 그들에게 경제원론을 가르치고 있다. 성장은 떡을 키우는 것이고 분배는 떡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성장이 없는 분배는 결국 가난을 골고루 나누어갖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을 쉽게 납득했다. 성장보다는 분배에 역점을 두는 것이 좌파이고, 좌파세력이 정치권력을 잡기위해 수적으로 우세한 가난한 서민 대중의 표를 얻고자 할 때는 아예 분배가 가진 자들의 것을 빼앗는 것인 양 사회분위기를 갈등구조로 몰아간다는 것, 그 때 ‘양극화’라는 말을 앞세운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제는 몰락한 사회주의 권 국가들에서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노하우라는 것도 설명했다. 끄덕이는 고개들이 제법 많았다.
균형감을 갖게 하기위하여 신자유주의도 강의했다. 개방으로 지구촌의 시장을 모두 열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미국의 소위 세계화전략이 바로 신자유주의라는 것과 그것이 미국의 꼼수이든 아니든 간에 현재의 세계질서에서 대세일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의외로 신속하고 합리적이었다. 우리 힘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국익을 최대로 챙기는 방향으로 이용하는 것이 국가경영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학생들의 대답에 희망을 걸 수 있었다. 전교조의 편협한 교육 내용 중 아주 작은 부분을 바로잡는데 만 한 달이 걸렸다.
그런데 최근 국민과의 인터넷 토론에서 그동안 양극화가 우리사회 발전의 암적인 저해요소라고 목소리를 높여온 노무현 대통령이 느닷없이 스스로를 ‘좌파적 신자유주의자’라고 천명했다. 그동안 대통령은 좌파적이라는 비판에 “참여정부가 쓴 좌파정책이 있으면 무엇인가 대봐라” 라고 항변해왔다. 양극화라는 말은 소득계층간의 갈등을 조장시킬 목적으로 좌파세력이 애용해온 용어이다. 신자유주의는 양극화라는 말을 적어도 정치목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의 좌파가 아니라는 그동안의 항변과 최근의 신자유주의자라는 천명은 모두 거짓말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 마의 분수령을 오르고 있다. 넘으면 선진으로 가지만 미끄러지면 후진의 천길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중요한 길목에서 국가의 장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친 다는 것은 민족적 반역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이 곧 국가 경쟁력임은 세계 도처에서 증명되고 있다. 대중주의적 평준화로 이미 집단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설상가상 개인적인 이해를 위해 거짓말을 가르치는 선생과 거짓말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하는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역사적 비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