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윤홍 부동산 칼럼니스트

 “강남 집값은 이제 건설교통부 장관도, 총리도, 대통령도 잡기 힘들다.”

 3월말 임기가 만료된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한 발언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안고 있는 부동산 문제의 고민을 나타내는 단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8.31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불과 6개월여 만에 공염불이 되고 만 셈이다. 서민 주거안정도 허울 좋은 구호로 전락했다. 오히려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그칠 줄 모른다. 부동산업계에선 4~5월 주택시장 대혼란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이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과 분당, 평촌 등 수도권 신도시 대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53평형 시세는 3월 현재 23억~25억원에 형성돼 있다. 이는 지난 2월말 19억~22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3주 사이 3억~4억원 오른 것이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인 대치동 청실1차 43평형도 3월 현재 15억2000만~16억1000만 원선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2월에 비해 4000만~6000만원 올랐으며, 8.31 부동산대책 발표 직후와 비교하면 3억6000만~4억2000만원 상승했다. 서초구 서초동 재건축아파트인 삼호 1차 47평도 3월 시세가 12억5000만~13억5000만원으로 2월에 비해 1억원 가량 올랐으며,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36평형도 14억~14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되면서 불과 3주일사이 1억원 가량 올랐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3단지 35평형도 10억~11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2월에 비해 5000만원, 8.31대책 직후에 비해 2억원 가량 올랐다. 판교신도시 후광효과를 보고 있는 평촌 신도시 꿈마을 우성아파트 47평형도 2월에 비해 6000만원 정도 오른 7억3000만원~8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으며, 용인 수지 상현동 현대 수지 7차 40평형도 3주일 사이 8000만~1억5000만원 오른 4억5000만~5억5000만원에 거래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지금도 매물에 비해 수요가 훨씬 많은데다 판교신도시 중소형아파트 분양이 끝나면 아파트 매입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데 있다.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백약(百藥)이 무효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다시 집값을 잡겠다며 ‘8.31 후속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번에도 강남 집값을 잡을 만한 특단의 완벽한 대책이 아닌 급조된 어설픈 대책으로는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것일까? 타성을 벗어나지 못한 부동산 정책 때문이다. 규제 일변도의 ‘강남 대책’, 공급자 위주의 분양가 정책, 말뿐인 보유세 강화 등이 그것이다. 집값 폭등의 진원지로 꼽히는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지금 온갖 규제로 꽁꽁 묶여 있다. 무작정 묶어만 놓는다고 집값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폭발력을 키워 ‘단계적 폭동’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개발이익 환수 장치를 확실하게 만든 뒤,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 정상적인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분양가 산정 구조도 주택 수요자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다. 막대한 토지 보상비나 택지 조성비 등이 고스란히 분양가에 떠넘겨져 모두 주택수요자가 부담한다. 이런 비용을 주택공사나 지방자치단체 등 개발과정에서 실제로 이익을 챙기는 당사자들에게 분담시키면 분양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 분양가 책정 방식을 주택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위주로 바꾸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스웨덴에서 시행하고 있는 토지 임대부 분양제나 후분양제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때가 됐다.

 보유세도 다소 미흡하다. 최근 발표된 주택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률은 60~70% 선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금액인 과표(課標)는 공시가격의 50%에 불과하다. 그만큼 보유세 부담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자는 기준금액이 6억원 이상으로 낮아지면서 지난해의 7만4천여 명에서 30만~4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공시가격 자체가 시가보다 30~40% 낮은데다 과표 적용률도 공시가격의 70%에 그쳐 부동산 부자들에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필자는 8.31 부동산대책 발표 직후 이미 그 실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첫째, 8.31 대책은 ‘10.29 대책의 사생아’라고 표현했다. 한마디로 나오지 않아도 될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핵심은 이미 10.29 대책 안에 거의 모두 포함돼 있다. 세심한 정책 결정과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했다면 8.31대책은 나오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둘째, 8.31 대책의 효과는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8.31대책의 약효는 6개월도 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임시 극약처방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이미 내성이 강해져 전혀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송파 거여지구 신도시 추진으로 강남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인가? 결론적으로 이는 빗나가고 있다. 판교신도시에서 보듯 강남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오히려 강남과 일부 지역 집값만 폭등시키고 있다.

 넷째, 1가구2주택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들은 2006년 안에 매물을 내놓게 될까? 현재까지 강남권의 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강남권의 가격 급등을 감안하면 36%의 세율이 적용된다고 해도 양도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보유세 부담보다 집값이 더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불패신화'와 과거의 학습효과를 기억한다면 정부의 주장과 달리 1가구2주택자의 매물은 쉽게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적시하면서 8.31대책의 약효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8.31대책을 우습게보지 말라”며 후속조치를 발표해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 23일 비공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의견을 최종 조율한 8.31후속대책의 핵심 내용은 △재건축 개발부담금 최대 50% 부과 △안전진단 대폭 강화 △재건축관련 상시 세무조사 등이다.

 하지만 8.31 후속대책이 나오더라도 아파트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결국 국민들은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나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때일수록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기본에 충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문윤홍 moonsj475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