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4.26 금 18:36

홈 > 뉴스 > 투자리포트 > 부동산산책

중립금리와 부동산시장

2006년 03월 08일 (수) 00:00:00

노영기

지난 2월 중순 콜 금리를 올리면서 한국은행 총제는 앞으로 중립금리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도대체 생전 처음 들어 본 중립금리란 무엇인가? 앞뒤의 말을 잘 연결해 보면 결국 물가를 안정시키는 금리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더욱 물가안정은 금리정책의 기본목표인데 공연히 생소한 용어로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참여정부 들어 금리정책의 최대 실수는 올려야 할 때 올리지 않았고 올려서는 안 될 때 올렸다는 것이다.
참여 정부가 물려받은 한국경제는 초 저금리임에도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불경기, 400조원이 넘는 유동(부동=정처 없이 떠다니는)자금, 천정부지의 부동산투기로 유래 없는 위기를 맞고 있었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불경기만을 생각하여 금리를 올리지 않았었다.
크게 잘 못 짚은 것이다. 당시 초저금리임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금리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의 실세들이 여기저기서 기를 쓰고 부추긴 반 기업정서 또는 반 시장주의에 따른 투자부진과 그로기 상태에 빠져 더 이상 낮을 수 없는 저금리임에도 살아날 수 없는 소비침체였다.
당연히 저금리인 데도 경기는 더 둔화되는 대신 가계대출이 늘어났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총액은 320조 원으로 2002년 보다 3년 사이에 무려 60조원이나 증가했다. 당연히 가계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 해 말 550조원을 넘어섰는데 이를 가구당으로 보면 3300만원이 넘는 수준이다.
늘어난 가계대출과 가계부채는 결국 소비부진으로 연결되어 경기의 발목을 잡을 것임에 틀림없다. 더욱 지난해 말 금융권 총 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바짝 다가섰는데 이는 가계부실이 곧 바로 금융권부실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계대출은 상당부분은 유동자금의 성격을 띠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유동자금을 확대시킨다. 저금리 하에서 유동자금이 갈 곳은 십중팔구 부동산 시장이다. 결국 잘못 짚은 저금리 정책은 경기를 살리기 보다는 이미 심각해저 있는 부동산 투기만을 더욱 부추긴 꼴이 되었던 것이다.
실수는 또 다른 실수를 부른다든가. 부동산 시장의 불안은 8.31조치라는 무도한 부동산 규제를 불렀다. 무릇 시장은 무도하게 다루면 반발하거나 엇박자로 간다. 잠시 약발이 먹혀드는 것 같더니 도루아미타불이다. 지난 2월의 부동산 시황을 보면 전반적인 거래부진 속에 중대형 아파트와 전세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각종 강력 규제로 공급이 중단 되다시피 한 부동산 시세의 오름세는 가격폭등이라는 강진을 준비하는 미진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4/4분기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일이기는 했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실기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올리면 안 되는 상황인데 금리를 올렸다는 점에서 3번째의 결정적인 실수다.
우선 소비부진, 투자부진, 유가불안, 수출부진 등 금리를 올릴 만치 한국경제가 정상이지 못하다. 금리 인상쯤으로는, 그것도 제한적인 수준의 인상으로는 강진을 준비하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해소시키기에는 이미 늦었다. 가장 두려운 부분은 저금리 하에서 무분별하게 늘어난 가계대출이다. 가구당 3000만원이 넘는 부채에 금리가 오르면 그것은 바로 가계파탄이다. 가계파탄은 금융권의 부실을 통하여 제2의 IMF를 부를 수도 있다.
이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참여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금리인상을 최대한 자제하여 가계부실을 미연에 방지하는 한편 각종 규제완화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일을 해야 할 뿐이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야 430조원(2006년 1월 말 현재)이 넘게 불어난 유동자금을 산업자금 화하여 경제 구석구석을 돌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며, 경제가 살아야 세금을 많이 걷어 양극화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