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4.28 일 13:47

홈 > 뉴스 > 투자리포트 > 부동산산책

한국경제 2006년의 도전

2006년 02월 07일 (화) 00:00:00

노영기

한국경제는 지난해 내수부진에다 고유가 등 해외 악재가 겹치면서 고전에 고전을 거듭했다. 2004년 4.6%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9%(잠정치)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가계부채가 447조원으로 급증한 것을 보면 400만 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의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8.31 조치로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400조원이 넘는 유동자금이 줄기는커녕 늘고 있음을 보면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청년실업도 계속 늘어났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해외로 망명하거나 줄줄이 무너져 내렸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여기저기서 다음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내놓는다. 지난 연말에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 전후이다. 올해의 형편이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며, 특히 내수의 증가와 수출의 지속이 이를 가능케 하리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5%는 겨우 잠재성장률(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정상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수준이며, 현존하는 실업을 흡수하는 데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성장률 7%에 턱 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더욱 5%의 달성도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우선 내수의 증가는 구매력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너무 오래 소비하지 않고 참아온 끝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반작용일 가능성이 크다. 무리한 국책사업을 벌리고 그 재원 마련을 위해 올라가기만 하는 세금이 내수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중소기업의 몰락은 내수침체의 직격탄이다. 경기를 견인할 만큼 충분하고 지속적인 내수증가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 치명적인 이유는 그동안 지속된 투자부진이다. 우리경제가 5% 수준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려면 연 평균 7% 상당의 총투자 증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총투자 는 2001년 이래 2-4% 늘어나는데 그치고 있다.
기업투자의 만성적인 부진을 보면 그동안의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는 것도 그리 간단치 않다. 산업은행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투자는 다소 증가하였지만 중소기업 투자는 200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0%이상 감소하였다.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거의 아무것도 없다. 내년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그대로 낙오자가 될 판이다. 아시아 개발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의 올해 성장률 5%는 동아시아 신흥 개발 10개국 평균치 7.2%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며, 10개국 중 필리핀(4.8%)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8.9%)의 약진과는 너무 차이가 크다.
금년에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무조건 올인 해야 한다.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경제상황을 정치입맛에 따라 과장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연초에 대통령이 임기 내 연 6% 성장을 공언했고 재경부총리와 한은총제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화답했었는데 결국 거짓말이 되었다.
정책당국 고위층들의 무책임한 장미 빛 과장은 국민의 경제의식을 오도하고 정책실무자들의 무리수를 부추겨 경제를 골병들게 한다. 참여정부 내내 저질러온 실수이고 그 결과는 우리가 지금 격고 있는 극심한 불황이다. 한은과 재경부가 발표한 올해의 5%로도 정치적인 거품이 끼어있다.
더 중요한 다른 하나는 경제가 선거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금년 5월에 예정되어 있는 지방선거는 우리 경제를 불구자로 만들 수 있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지지율 저조의 위기감에 정부여권은 경제야 어떻게 되든 복지를 늘려 국민의 환심을 사는데 몰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당기간 비용의 30% 밖에 건지지 못할 것이라는 호남고속철을 서 둘러 앞 당겨 착공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선거경제의 조짐이다.
선거결과에 따라 정계 개편, 개헌논의 등 정치권이 소용돌이 칠 가능성도 크다. 그리되면 경제는 올 1년 내내 이판사판의 정치권 이전투구에 휘둘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지난해처럼 경제에 올인 한다면서 정치에 올인 하지 말고 금년에는 무조건 경제에 올인하여 경제를 선거판으로부터 굳건히 지켜내는 대통령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