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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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경제학

2005년 11월 09일 (수) 00:00:00

노영기

골프 천재로 알려진 미셀 위(위성미)가 프로를 선언하면서 받은 돈은 광고수입 등을 합쳐 년 간 400억 원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다. 하루에 1억 원 이상을 버는 셈이다.
미국에서 골프는 사회체육이다. 100달러(10만원) 정도면 얼마든지 쓸 만한 골프채를 구입할 수 있다. 동내 골프장에서 골프 한번 치는데 1만원(5-10 달러)이면 충분하다. 오후 3시 이후 부터는 일몰 입장료로 더 싸지거나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곳도 있고, 500달러(50만원) 정도의 연회비만 내면 매일 무료로 골프를 칠 수 있는 곳도 많다. 꼭 4 명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한 사람도 좋고 두 사람도 가능하다. 그야말로 미국에서의 골프는 동내 공터에서 축구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사회체육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미셀은 아버지와 같이 수시로 라운딩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재능이 발견되었다. 버디를 잡으면 아버지로부터 5달러의 상금도 받았다. 재능은 커질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는 걸어 다니는 기업이 된 것이다. 미국이라는 환경이 아니면 매우 어려웠을 일이다.
한국에서 골프 한번 치는데 드는 비용은 최대한 절약해서 25만 원 이상이다.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카트 가득 식품을 사도 10만원을 넘기기 어려운 것에 비하면 25만원 골프는 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해외 골프가 성행할 수밖에 없다. 해외 원정 골프로 나가는 돈이 해마다 1조원이 넘는다. 이를 국내에 잡아두면 1조원만 굳는 게 아니다. 그에 따른 고용 증가와 부대사업 등으로 수천억 원이 추가로 굳는다. IMF이래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에게는 감로수일 수도 있는 돈이다.
왜 비싼가? 세금 때문이다. 골프장 건설은 사치성 사업으로 분류되어 일반적인 경우 보다 취득세는 7.5배, 재산세는 17배, 그리고 종합토지세는 무려 최대 50배나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골프사업자가 기본적으로 골프 요금을 높게 책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다시 환경세, 교육세 , 체육진흥 기금 등 등 각종 세금이 들러붙는다. 25만원 중 이런 세금의 비중이 무려 40%가 넘는다.
골프 비용이 이렇게 만만치 않으니 회원권에 대한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저금리 하에서 비회원으로 보다 회원으로 골프 치는 것이 훨씬 싸게 들기 때문이다. 더욱 회원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니 회원권을 사두면 대박은 모르지만 중박은 확실하다. 실패할 수 없는 부동산 투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 골프장 수는 줄잡아 200개롤 조금 넘는다. 그 중 회원권이 5억 원을 넘는 골프장이 수십 개이다. 10억 원을 넘는 골프장도 있다. 수억 원의 돈을 잔디밭에 묻어 두는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제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목을 건다면서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참여정부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회원권이 오르는 것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골프장 건설이 쉽지 않다면 수요를 억제하면 된다. 골프접대비를 비용처리해주지 않으면 법인들이 회원권을 몇 개씩 가질 필요가 없다. 회원권을 참여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부유세(종합부동산세)의 대상에 포함시키면 개인들도 수억 원이 넘는 회원권을 몇 개씩 가질 이유가 없다.
장기적으로는 골프장이 더 건설 되어야 한다. 골프장 1개당 인구수로 볼 때 일본은 5만 6천명이고, 미국은 1만 6천명인데 한국은 22만 5천명이나 된다. 꼭 미국 수준을 따를 필요는 없지만 한국의 골프장 수가 선진국들에 비해 적은 것만은 분명하다.
2003년에 골프 친 연인원은 1,400만 명이었다. 이것이 2003년에 1500만 명, 2004년에 1600만 명으로 해마다 100만 명씩 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사치한 운동인가? 골프는 이제 사회체육이 되어 가고 있다. 세금을 가당치 않게 많이 매겨 골프 인구를 밖으로 내 모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국민건강상으로도 득보다는 실이 한참 더 크다는 점에서 21세기의 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