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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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후의 한국경제

2005년 10월 05일 (수) 00:00:00

노영기

참여정부와 유사한 정권이 30년 계속되면 한국경제는 북한수준으로 낙후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최근 부쩍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 이는 한번 시작된 경제의 하향 트렌드가 상승으로 반전을 시작하기까지 30년이 넘게 걸린다는 속설과 맞물려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의 GDP 증가율은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연평균 8% 가 넘었던 성장 추세가 점점 약해져 최근에는 잠재성장률 5%대를 밑도는 4% 대로 추락하고 있다. 더욱 여기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를 대체할 자본축적이 이루어 지지 않으면 2010년경에 이르러서는 1%의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성장률이 1%를 밑돌 수도 있다는 것은 201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년 간 배출되는 신규인력이 줄잡아 30만이고, 이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7% 이상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1% 또는 마이너스 성장은 곧 고질적인 실업의 대규모 누적을 의미한다.
대규모 실업은 바로 내수시장의 대규모 위축으로 연결된다. 지난 수년 동안 동면에 들어가 있는 내수시장이 앞으로 꽤 오래 동안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내수시장이 죽어있으면 생산도, 고용도, 소득도 증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비감소, 생산 감소, 고용감소(실업증가), 소득감소, 다시 더 많은 소비감소로 연결되어 국민경제는 스스로 그의 절대규모를 축소시키는 소위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2006년도 예산을 보면 이러한 30년 속설이 들어맞을 것 같은 불길한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우선 금년 예산 보다 6.5% 증가한 221조 4000억원을 조달하는 방법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내년도 국민이 내야할 1인당 세금은 380만원으로 4인 가족 한 가구당 1720만원이나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연봉이 5000만원 정도인 잘 나가는 대기업 근로자라도 과연 별 불만 없이 연봉의 1/3을 세금으로 낼 것인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더욱 국민이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더라도 9조원의 적자가 예상되어 집행해보기도 전에 이를 충당할 국채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한다. 그러면서 내년도의 경제성장률을 5%로 잡은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최근 한국은행이나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대로 내년도 성장률이 4%를 밑돌면 세원이 축소되기 때문에 재정의 적자폭은 더욱 커지고 재정운용은 결국 파행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예산의 지출 내역 또한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보다는 나눠 먹기 식의 복지예산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전체 복지 지출은 10.8% 로 늘어 전체 예산 평균 증가율 6.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특히 극빈층에 대한 지원은 그 대상을 차 상위계층 까지 확대하여 22.2%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경제개발에 필수인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지출은 오히려 2.7%나 줄었다. 산업 ? 중소기업 예산도 4.5% 증가에 그쳤다.
경제상황이 이렇게 어려운 터에 관연 필요한 것인가 하는 예산항목도 많다. 내년도에 신규로 편성되는 청소년위원회(204억원),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78억원), 국민고충 처리위원회(151억원)등이 바로 그것이다. 공무원 인건비가 8.2%나 늘어난 것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
물론 매년 예산의 규모가 커지고 그로 인해 국민생활이 윤택해지면 더 바랄나위 없다. 그러나 이는 경기가 좋을 때의 이야기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예산 규모가 쓸데없이 커지면 그것은 곧 적자재정을 의미하고, 그것이 짐이 되어 경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나누어 먹는 쪽이 강조되면 고복지 저생산(=저노동)이라는 소위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으로 경제성장은 빈곤의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된다.
한 마디로 한국경제는 지금 매우 어렵다. 30년 속설을 속설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급히 IMF이래의 하향 트렌드를 반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06년이 그 마지막 시한일 수 있다. 불요불급한 예산과 선심성 복지예산을 과감히 삭감하고, 그 대신 SOC, 산업, 중소기업, 교육, R&D 등 경제개발 예산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 경제성장이 없이는 복지의 확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