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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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준 교훈

2005년 09월 27일 (화) 00:00:00

홍원표

지난 8월 29일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우리에게 대단히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이 허리케인은 멕시코만에 연한 루이지애나주, 미시시피주, 앨라배마주 등 미국 남부지역에 막대한 인명과 재산상에 피해를 입혔다. 특히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시는 도시 전체의 80%가 침수되어 사실상 도시기능이 붕괴되었고 사망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 1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한다. 뿐만 아니라 미남부 산업시설이 마비되어 미국경제에 상당한 2차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 특히 멕시코만 석유의 92%가 생산 중단되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1935년의 레이버데이, 1969년의 카밀, 1992년의 앤드류에 이어 미국 역사상 네번째로 중심기압이 낮은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허리케인의 피해가 크게 발생한 원인으로는 허리케인 강도를 측정하는 세피어-심슨 기준의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5등급으로 그 규모가 강력하였던 점과 뉴올리언스시의 지형적 취약성을 들고 있다. 380mm에 달하는 폭우와 최고시속 280km의 강풍과 9m에 달하는 폭풍해일은 이 허리케인의 강도가 얼마나 큰지를 말하고 있다. 또한 뉴올리언스는 도시전체가 해수면 아래에 있는 넓고 깊이가 얕은 사발형 지형속에 자리한다. 도시 북쪽엔 이 도시면적의 두 배 이상의 크기인 폰차트레인 호수가 있고 남쪽엔 미시시피강이 흐르고 남동쪽은 멕시코만에 열려있다.
호수와 강의 수면보다 낮은 이 도시가 물에 잠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물을 끌어 올리는 반영구적인 댐식 둑 두 개가 거대하게 펼쳐져 있다. 이 둑은 1927년 미시시피강 대범람이후 만들어져 매우 낡은 상태로 이 폰차트레인호수의 둑이 적어도 세곳에서 무너지면서 도시의 80%에 해당하는 호수와 강 사이 지역이 물에 잠겼다. 도시 전체 인구 48만5천명 중 약 10만명이 대피하지 않아 도시가 침수될 때 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재난의 피해상황을 보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후진국형 재난이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원래 선진국일수록 자연재해의 피해상황이 재산상의 피해규모는 크고 인명상의 피해규모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 피해에서는 인명피해가 너무 크게 발생하였다. 또한 뉴올리언스시의 지형적 취약성이 사전에 파악되어 제방 등 방재구조물을 보완하였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후에 미행정부의 늑장대응과 부적절한 처신이 피해규모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의 소리도 들린다.
만약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같은 크기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내습하였다고 가정하면 우리의 피해규모는 어느정도였을까? 매우 걱정이 되는 점이 많다.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진 우리나라의 재난관리시스템을 보면 우리는 미국보다 훨씬 큰 재난을 당할 것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지난 3월 20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발생한 지진해일 때 일본기상청은 4분만에 지진해일 주의보를 발령했으나 우리는 17분을 허비한 뒤에야 주의보를 발령하였다. 참으로 한심한 대응이었다. 더욱이 감사원이 실시한 모의훈련에서 소방방재청 상황실요원이 지진해일이 발생했다는 연습용 메시지를 입력하는데만 15분이 걸렸고 그나마 이 메시지를 20분 이내에 수신한 곳은 전국 234개 지자체 중 34곳에 불과 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매우 불안하게 하고 있다.
또한 지난 9월 6일과 7일 태풍 나비가 우리나라를 비껴가는 과정에서도 소방방재청과 기상청, 전국 234개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예보와 비상대책, 피해상황 등을 주고받기 위해 구축한 국가안전관리시스템(NDMS)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우리에게 주는 귀중한 교훈을 명심하여자연재해에 대한 우리의 정신자세와 책임의식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