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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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가로 막는 마의 분수령

2005년 09월 06일 (화) 00:00:00

노영기

통일(1990) 당시 서독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여 달러였고 동독은 그 10분의 1인 3천여 달러였다. 최근 생활형편을 묻는 한 설문조사에서 서독 주민들은 전보다 어려워 졌다고 응답했는데 반하여 동독주민들은 전 보다 좋아 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독의 경제력이 독일 통일의 원동력이며 주춧돌임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흔히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마의 분수령이라 한다. 넘으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지만 넘지 못할 경우 국제경쟁에서 도태되어 후진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의 2004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4천여 달러이다(북한 1천 300여 달러). 1만 달러를 넘은 것이 1995년 이니까 10년이 지나도록 마의 분수령을 넘지 못하고 있음이다.
형평, 또는 분배를 우선시하는 좌파적 = 평등주의적 방식으로 마의 분수령을 넘을 수 없음은 이미 세계 도처에서 증명되고 있다. 브라질의 좌파 대통령이 성장과 효율을 중시하는 우파정책으로 브라질 경제를 오랜 침체의 늪에서 건저올리고 있음이나, 왕년의 동구 사회주의 권 국가들, 그리고 러시아, 중국, 베트남 등이 시장경제를 과감하게 받아들여 오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고 있음이 그 좋은 반증이다.
그런데 통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경제력을 키워야 할 한국은 이 시대적 조류를 역류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에서부터 싹 트기 시작한 평등주의가 노무현 정권에서 국정운영의 핵심 축이 되고 있음을 보면 그러하다. 서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포장된 평등주의는 감상적이며 막연한 친북정서와 맥을 같이 하면서 이제 노골적으로 반 시장(또는 반 기업)정서를 부추겨 수출 한국의 성장 동력인 기업가 정신을 황폐시키고 있다.
한때의 평등주의라면 크게 문제될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바로 되돌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장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에게 심어지는 역 시대적 평등주의는 경제 강국과 통일의 희망을 어둡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8월 중순 필자가 봉사하고 있는 대학의 수시입학 면접에서 김일성이 누구인가를 물었다. 대부분 김일성을 (특히 보천보)항일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독립투사로 알고 있었다. 놀랍게도 당시 쏘련과 중공의 힘을 빌려 동족상잔의 6.25사변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분단을 고착시킨 책임이 가장 큰 사람이 김일성이라는 (시한 해제된 러시아와 미국의 비밀문서에서 밝혀진) 객관적인 사실은 모르고 있는 듯 했다. 더욱 경제를 황폐시키고, 300만여 명이 넘는 아사자를 만들어 북한 전역을 국제적 구호지역으로 만든 책임을 이야기 하고 걱정하는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
이번에는 기업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투자로 국제경쟁을 이겨내 달러를 벌어들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대답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사회 환원’이라는 이구동성이었다. 나눌 떡을 키우는 문제보다 나누어 가지는 문제를 중시하는 단세포적인 생각이 한심했다. 북한을 무조건 지원해야한다는 대답에 이르러서는 감상적인 친북정서가 평등주의와 뒤엉켜 젊은이들을 간활(간교하고 교활)한 포퓰리스트로 만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깊은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통일하지 않으면 21세기적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그들의 이해관계로 한국의 통일을 달가워하지 않는 4강구도 속에서 통일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은 경제력을 키워 마의 분수령을 빨리 넘는 것이다. 그 동안의 어설픈 좌파 또는 평등주의 실험으로 현실경제는 이미 위기상황에 들어갔다. 더욱 커나는 젊은이들의 의식이 반 시장적, 반 국제적이 되어가고 있음은 장래에도 희망이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국운이라 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더 이상의 평등주의 실험은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집권 후 내내 벌려온 집안싸움을 즉각 중지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남은 임기동안 미국의 세계화,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대동아공영, 러시아의 남진 등 주변 4강들의 세계전략에 어떻게 대응하고 이용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주면 금상첨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