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두 제주풍수지리학회장

풍수지리학은 땅의 활동을 능동적으로 생각하여 그에 따른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찰하고 자연과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방법을 터득하여 인간에게 광명을 주도록 하는 학문으로, 그 바탕은 기(氣)의 흐름이다.

기는 우주의 본원으로 에너지(energy)이며 만물을 생성, 소멸하는 근본인데 이러한 기의 흐름을 풍수지리에서는 산세와 지형과 물의 흐름 및 방위 등을 통하여 분석하게 된다.

풍수지리의 원리로는 득수와 장풍, 지모사상, 음양오행론 등을 들 수 있으나 밝은 기를 받을 수 있는 위치를 찾는 것이 기본적인 방법인데 이러한 방법에는 형기론과 이기론, 물형론 등이 있다.

물형론은 현대 학문의 이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형기론은 용맥의 흐름을 중요시하고 용, 혈, 사수 등 풍수지리의 외적 변화현상을 보아 산줄기를 타고 흐르는 기의 융결 여부를 판단하는 이론으로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한 이론이다.

이기론은 방위와 음양오행 등의 작용을 중요시하여 길흉화복을 논하는 학문으로 평야지대를 중심으로 한 이론으로 나경을 필수적으로 한 이론이다.

물형론은 산의 모양을 사물의 모양에 빗대어 명당을 정하고 이름을 정하여 혈장을 선별하는 이론인데 전통적으로 풍수를 설명하는데 이용되어 왔다.

한편, 형기론과 이기론은 상당한 대립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나 음양오행론이 산세에서 나온 것임을 고려한다면 이기론 또한 형기론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제주도 지형은 경사도 5% 이상의 지형이 76%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라산을 정점으로 하여 사방으로 뻗어내려 다시 분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매장하는 방법이나 전통적인 건축 방법이 선 에너지장법을 활용하여 왔다.

그러므로, 제주도에서는 형기론적 접근 방법이 타당한 것이며 이와 같은 것은 제주도의 지명이나 신화 및 전설, 민요 등이 모두 산세를 중심으로 하여 ‘밝은 기’를 받는 형상을 표현한 것임을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는 기원전 2337년에 건국한 탐라국이 존재하였으며 제주도 고대 지명은 대부분 고조선이나 고구려의 지명과 일치하며 일관적으로 풍수 지리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 탐라 문화를 재생하면 우리 고유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탐라국은 한 때는 독립적인 해상왕국을 이루었으나 백제, 신라, 고려시대 에 이르면서 한반도의 한 번국으로서 명맥을 유지하였으며 조선 태종 4년(1404)에는 성주 왕자 제도를 폐지하여 좌도지관 우도지관 제도를 두었다가 조선 세종 27년(1445)에 이마저 폐지하고 탐라의 지배층은 완전히 평민화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탐라 고유의 형기론적 풍수이론은 후퇴하고 수법을 중심으로 한 이기론적 풍수이론이 위세를 갖게 되는데 이는 풍수 자체뿐만 아니라 지명이나 의례 등 생활 전반에 그 영향이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제주도 고유의 풍수지리를 연구함은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