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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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패치와 트리풀 다운

2005년 05월 17일 (화) 00:00:00

노영기

라지 패치(large patch)란 골프장 페어웨이 중 병충해 등으로 잔디상태가 좋지 않은 곳을 말한다. 라지 패치에 빠진 공은 골퍼들에게 당연히 위기가 된다. 미국 연방 준비 이사회(FRB) 의장 그린스펀은 상승세를 타다가 잠시 주춤한 미국경제를 두고 적어도 위기(라지 패치)에 빠진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경기후퇴 상황에 빠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소프트 패치(soft patch)란 말을 사용했다. 그 이후 소프트 패치란 경기상승 중의 일시적인 경기후퇴를 의미하는 말이 되고 있다.
미국의 금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치를 밑도는 3.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 1분기의 4.5%보다 1.4%포인트나 둔화한 것이며, 분기 기준으로 2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또 이 같은 성장률은 IMF의 금년 예상 성장률 3.6%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경제가 소프트 패치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경기후퇴는 달러 가치 하락을 지속시키고, 이는 다시 주가하락으로 이어져 그동안의 저금리와 함께 소위 트리풀 다운(triple down)을 초래해 한국경제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달러 가치 하락(= 원화 가치 상승 = 환율 하락)은 한국 경제의 명줄인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그렇지 않아도 위안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달러화가 미국경기의 후퇴로 그 약세를 지속할 경우 한국의 수출경쟁력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는 외국 자금의 이탈을 지적하는 소리가 높다. 위안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이 홍콩 및 중국의 증권시장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 외국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홍콩이나 중국 증시로 대거 빠져 나가고 있고, 그 여파로 한국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와 참여정부의 소위 개혁 정책의 혼란이 주는 한국경제의 총체적인 불확실성으로 불안감에 젖어 있던 외국 자금에게 위안화의 절상가능성에 따른 홍콩과 중국 증시의 매력은 한국을 떠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를 회복시킨다는 명분으로 오래 동안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는 한국경제의 흑자 부도상황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크다. 400조원이 넘는 자금이 떠돌고 있는데도 투자다운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소비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음이 그 좋은 예이다. 본래 저금리 정책은 소비 증가와 투자 증가를 부추겨 경기를 회복시키고자 함이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해 있는 경제 불안 심리는 이러한 기초 경제 논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저금리로 풀린 자금이 소비와 투자 어느 쪽으로도 순환되지 않고 다만 언재든 금융시장을 일거에 혼란으로 빠트릴 지뢰로 떠돌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에 드리우고 있는 경기침체의 그늘 또한 만만치 않다. 독일의 민간경제 연구소 들은 최근 독일의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5%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 프랑스 통계청도 최근 프랑스의 기업인 경기 실사 지수가 3월의 101에서 4월에 97로 떨어졌음을 발표했다. 이러한 유럽경제의 부진은 미국경제가 소프트 패치에 빠진 것이 아니라 라지 패치에 빠진 것일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이는 다시 세계경제가 결국 라지 패치에 빠질 가능성이 제법 큰 것임을 시사한다.
언재 끝날지 모르는 원유 가격의 고공행진은 이러한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협박은 그것이 뻥일지라도 한동안 한국경제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데에는 그 파괴력이 대단히 크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에게 너무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이다.
“경제는 정상이다” “북한은 핵실험능력이 없다”는 등의 안이하고 인기 위주적이며 면피적인 상황인식을 탈피하는 것이 시급하다. 경제 불안 심리가 무겁게 드리우고 있는 한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경제정책으로 해결될 문제는 없다. 그동안의 경제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것은 물론 더 이상의 경제 불안 심리를 조장하지 않는 것이 한국경제에 드리운 어려움을 걷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대통령과 정부 여권이 절실하게 깨달아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