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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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달러의 통계적 착시

2005년 04월 19일 (화) 00:00:00

노영기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2주년 연두기자회견에서 2008년 까지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여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러기 위해서 경제 살리기에 다 걸기(올인) 하겠다는 각오도 피력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신이 제대로 돌아온 것 같아 많은 국민들이 반가워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2004년 일인당 국민소득이 1만 4천 달러라고 발표했다. 2008년이면 3년 후이다. 1만 4천 달러가 3년 후 2만 달러가 되려면 연 평균 12% 이상 성장해야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4년의 성장률은 4.6%이다. 금년부터 갑자기 2배 이상의 성장률로 경제가 잘 나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대통령이 과욕을 부리든가 아니면 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2만 달러라는 수치는 어디서 온 것인가? 통계적 착시현상이다. 우선 지난해 환율이 1,200원 대에서 1,000원대로 떨어졌다. 이것은 원화표시 국민소득이 그대로 있어도 달러표시 국민소득이 16% 이상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환율이 1200원 수준에 그대로 있다면 2004년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1만 4천 달러가 아니라 1만 2천 달러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작년에 한국은행은 국민소득 추계방식을 바꿨다. 국민계정의 기준년도를 1995년에서 2000년으로 바꾸고, 국민경제체계(SNA) 기준년도를 1968년에서 1993년으로 바꾼 것이 그것이다. 물론 이는 최근의 경제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국민소득 추계의 국제적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UN의 권고를 받아들인 당연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성장이 없는 대도 국민소득이 14%나 증가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통계적 착시현상이 발생했다.
결국 2004년도의 1만 4천 달러는 환율 하락과 국민소득 추계방식의 변경에 의해서 30% 가까이 부풀려진 결과인 것이다. 이 거품을 빼보면 실질적인 성장에 근거한 2004년의 국민소득은 1만 달러가 채 안되는 9,800달러가 되고, 연평균 25% 이상 성장해야 3년 후 2만 달러가 된다. 가당치 않은 일이다.
통계적 착시는 허구를 그럴듯하게 보이게 만든다. 통계적 착시는 내용을 잘 모르는 국민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용과 자료를 독점하고 있는 정책당국자들에게는 통계적 착시가 있을 수 없다. 다만 국민들에게 그것이 통계적 착시라는 것을 이실직고하지 않을 뿐인데 그 이유가 정치적인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일종의 사기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달성은 국민적인 희망사항이기 이전에 그것이 선진국으로의 문턱이라는 점에서 더 큰 절실함이 있다. 21세기는 승자 독식, 선진국 독식의 시대이다.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선진국들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상태를 영원히 벗어나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2만 달러의 벽을 넘어야 하는 것은 통계적 착시로 국민들을 일시적으로 기쁘게 하기에는 국가의 명줄이 걸린 너무도 중대한 과제인 것이다.
400조원이 넘는 유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체질화 해가는 반 기업 정서는 기업가정신을 황폐시키고 있다. 236만 명을 웃도는 실질적인 실업이 좀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300만이 넘는 신용불량자들의 문제는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심심하면 북핵문제가 극도의 경제 불안으로 둔갑한다. 참여정부 출범 후 내내 더욱 엉키기만 하는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2만 달러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임을 깨닫는 일이 중요하고도 화급하다. 참여정부 5년이 잃어버린 10년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