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봄날, 오름에 오르면 제주의 자연경관이 한눈에 확 들어온다.

 ‘저렇게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오름들이 제주를 제주답게 만드는구나! 만약에 이 오름들이 없었다면 한라산은 그저 밋밋한 싱거운 산에 불과할 것을!’이라고 생각하며 다랑쉬오름에 올라서면 높은오름, 좌분이오름, 용순이오름 돌오름, 안친오름, 당오름, 동거오름, 백약이오름, 손자봉 등 10개의 오름이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신비스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북제주군 구좌읍 세화리 6번지 일대 동양 최대의 비자나무 군락지인 비자림 남동쪽에는 ‘제주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다랑쉬오름이 자리 잡고 있다. 웅장하진 않지만 마치 여인의 자태처럼 우아한 모습이 여인을 연상케 하는 예쁜 오름이라 다들 이렇게 부르고 있는 모양이나, 혹자는 분화구 정상의 모습이 어떤 모양을 연상 시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이 오름은 표고(해발고도) 382.4m, 비고(높이) 227m, 오름 전체 둘레가 3,391m, 지도상 원형에 가까운 밑지름이 1,013m로 남서쪽의 높은 오름(405.3m) 다음으로 이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송당리와 세화리를 잇는 군도(郡道)의 중간지점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각 사면 어느 쪽으로나 경사가 심하여 요즘 건강에 좋다는 유산소 운동을 한참이나 한 후에야 오를 수 있는, 대가를 요구하는 만만찮은 오름이다.

 처음에는 힘들게 올라갔던 사람들도 오르고 나면 전망이 아주 좋아 오르길 잘 했다는 생각에 탄성이 절로 나오는 다랑쉬오름의 정상에는 분화구가 있는데, 움푹 파인 모양새가 마치 깔대기처럼 깊고 크며 깊이가 115m로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 분화구의 깊이와 같고, 분화구의 바닥에는 여러 가지 잡풀들이 식생하고 있다. 이 분화구의 외곽 모양새는 남북으로 긴 타원형이고 북쪽 면이 평탄한 편이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발아래에는 다랑쉬오름과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아끈다랑쉬오름을 발견할 수 있어 부가적인 보람을 느끼게 한다. 오름 정상에는 나무들이 뛰엄 뛰엄 자라고 있고 경사면에는 삼나무들이 조림되어져 있으며 그 옆의 들판에는 가시쑥부쟁이, 송장꽃, 섬진대, 시호꽃 등이 저마다 얼굴을 내밀고 있다.

 오름의 봉우리 모습이 흡사 달처럼 둥글게 보여서 다랑쉬(달랑쉬)로 부른다고 하며, 굼부리에서 보름달이 떠오르는 달맞이는 신비롭기까지 하여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고 한다. 또한 ‘다랑쉬‘의 다랑은 ’작은 논‘이며 ’쉬‘는 ’수렁‘으로 ’작은 진흙 논’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또한 일부 학자들의 언어학적 해석으로는 제주산 명에 많이 나타나는 ‘달’은 높다 또는 산이라는 뜻이며 원어 ‘달누리’의 변화된 형태로 남아있는 고구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며, 이 꼭대기에 조선 때 이름난 효자(성산 고성사람)가 올라가 국왕의 승하를 슬퍼해 하던 망곡(望哭)의 자리라고도 한다. 이 오름 주변에는 제주인의 가슴을 메이게 하는 4.3사건으로 인해 폐촌이 된 다랑쉬마을(월랑동)이 있으며, 4.3사건의 희생자유골 11구가 발견된 다랑쉬굴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주 섬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제주도를 다 본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름의 높고 깊은 속내를 보고 느껴보지 못한다면 진정한 제주의 참 멋과 맛을 느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특별기고 - 이상태  제주관광대 호텔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