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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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부동산투기

2005년 03월 22일 (화) 00:00:00

노영기

필자가 번역한 리츠(REITs = real estate investment trust = 부동산 투자신탁, 박영사, 2004. 12) 서문에 보면 세계 100대 부호 들이 모은 재산의 40%가 부동산으로부터 형성된 것이다. 1년에 수십억 원을 벌어들인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비장의 무기 또한 부동산 투자였다.
이 사실에 부동산투기를 근절시킬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공급은 제한되어 있는데 수요는 큰 것이 부동산이다. 궁극적으로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부동산에 투자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개발가능성을 미리 알고 사두면 폭리를 취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보여준 족집게 투자이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있었던 참여정부 출범 2주년 국정연설에서 대통령은 임기 내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특별히 강조하였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키겠다는 대통령으로서의 공약이지만, 행정수도 이전의 공약만큼이나 어리석고 무모하며 인기영합적인 공약이 아닐 수 없다.
주택, 특히 아파트 문제는 정치적으로 보면 공공성이 큰 문제이지만 경제논리로 보면 대통령도 어찌할 수 없는 시장경제의 기본논리, 즉 수요 공급의 문제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가격을 오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잡아매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참여정부가 만들어 낸 부동산 정책이 모두 수요억제 조치였음을 볼 때 대통령의 공언은 결국 임기 중 이를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수요를 위축시키면 우선 가격이 오르는 것을 진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수요가 부진하면 공급이 위축되어 장기적으로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커진다. 단순하지만 냉엄한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아파트 공급은 줄곧 위축되었고, 대통령의 공언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경기가 호전되어 아파트 수요가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오를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더욱 아파트는 건설(=공급)에 일정기간이 필요하여 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요증가가 조금만 발생해도 가격폭등, 즉 투기가 발생하기 십상이다. 만약 공급부족에 대한 초과수요의 압력이 한계에 도달하면 대통령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임기 중에라도 아파트 가격은 폭등 할 수밖에 없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의 실패를 벤치마킹 해 보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실패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DJ 정권을 예로 들어보자. 정권 초기에 YS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온갖 규제를 다 만들었다. 그러나 말기에 이르러 경기회복을 명분으로 심지어 그린벨트를 마구 푸는 지경으로 규제를 완화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엄청난 부동산 투기였다.
참여정부의 지나치게 과격한 아파트 수요 억제 정책이 야기한 공급 부족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만약 여기에 경기를 살리기 위한 규제완화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조금이라도 증가한다면 DJ정권 말기의 부동산 투기보다 더 크고 악성인 부동산 투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판교 분양 혼선과, 그 수습대책으로 나온 새로운 신도시 개발계획, 그리고 강행되고 있는 행정중심 복합도시건설대책과 선심성으로 남발되고 있는 수도권 개발대책이 이러한 가능성을 더 키우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장기적인 수요공급의 관리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권의 이해관계(정권재창출?)때문에 서두르거나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국익을 크게 해치는 범죄행위이다. 미래의 투기를 막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수요억제 정책을 보완하여 경기도 살려나가는 절묘하고도 전향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무엇보다도 한편으로는 강력한 투기억제 정책을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도시 개발이나 수도권 개발 등과 같은 투기장려(?) 정책을 쓰는 모순의 혼돈을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