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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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 선거와 경기대책

2005년 02월 22일 (화) 00:00:00

노영기

일설에 의하면 남 아시에 쓰나미가 밀어 닥칠 때 태국 정부는 그 조짐을 알고도 관광산업에 미칠 손실을 생각하여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고, 그 결과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었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결과가 참혹해지면 범죄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알면서도 개인적인 어떤 목적 때문에 고의로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면 그 죄질은 더욱 나쁘다.
최근 한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가 정부여권에서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주식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주식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인가? 6년 전의 벤처열풍과 코스닥 악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999년 5월 재정경제부는 세제지원, 절차간소화 등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고, 그해 내내 벤처 육성 의지를 불태웠다. 2000년 4월의 총선에 올인(다 걸기) 한 DJ정권의 정치술수라는 의심이 있었음에도 정부를 믿은 개미투자자들은 묻지 마 투자로 코스닥에 몰렸다.
당연히 1999년 3월에 800선 이었던 코스닥 주가는 총선 직전인 2000년 2월에 2800선 까지 올랐다. 그리고 예정된 수순(?)에 따라 총선 직후에 주가는 수직으로 하락 하였다. 묻지 마 투자자들의 주식은 모두 깡통이 되었다. 코스닥 시장에는 투자손실의 책임이 전적으로 투자자들의 것이라는 재경부의 책임회피만 남았다.
최근 코스닥 시장이 다시 불붙고 있다. 6년 전과 똑 같이 발단은 재경부가 지난해 연말에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다. 발표자도 그때 그 사람이다. 세제지원, 절차간소화, 벤처육성 등 메뉴도 그때 그 메뉴다. 주가는 대책이 발표 된지 채 두 달도 안 되어 100% 이상 급상승하였다.
당연히 묻지 마 투자열풍의 조짐이 일고 있다. 유동자금이 몰리고 있다. 주식투자를 위한 은행 대출이 늘고 있다. 곧 집 판돈도 몰릴 것이다. 6년 전과 똑 같다. 오는 4월의 재·보선에서 반드시 과반수를 지키기 위해 정부여당이 올인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찜찜함도 6년 전과 똑 같다. 그렇다면 4월 선거후 주가가 수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 이다.
소비가 회복하리라고 보는 근거는 그동안 위축될 대로 위축 되어 있는 가계신용이 최근 좋아지고 있고, 주가상승에 따른 소위 ‘부(富)의 효과’가 소비증가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카드사용액수가 증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400조원의 가계부채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가계신용이 좋아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용불량자 등록 제도를 없앴다고 해서 신용불량자들의 신용이 갑자기 좋아질 리도 없다. 경기가 불투명하여 미래소득의 증가에 대한 확신이 없음도 소비 회복의 걸림돌이다. 주가가 수직으로 하락하면 부의 효과는 역으로 작용하여 소비회복을 원천 봉쇄할 가능성도 있다.
당분간 환율 불안도 계속될 전망이다. 원유가격의 상승세도 간단히 잠잠해질 사안이 아니다. 정부 여권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도 없이 아직도 분배냐 성장이냐의 어리석은 논쟁을 일삼고 있다. 시민단체의 반발에 거의 모든 대규모 국책건설사업이 중단되고 있어 정책 불확실성은 극도에 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핵 보유선언에 의한 안보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정부 여권으로 하여금 경기회복을 낙관하게 만드는지 모를 일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자는 차원에서 경기회복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여당의 의석 과반수 확보를 위해서 지엽적인 통계수자나 일시적이고 인위적인 주식시장의 과열을 들어 소비회복의 가능성을 과대 홍보하는 것은 경제를 오도하여 더 큰 화근을 부르는 범죄행위이다. 두 가지 일이 시급하다. 그동안의 정책실패, 특히 부동산정책 실패를 솔직히 자인하는 것과 경제의 실상을 투명하게 들어내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야만 경제를 살리기 위한 거국적인 지혜의 수렴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