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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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과 새만금의 엇갈린 생각

2005년 02월 15일 (화) 00:00:00

조명래

참여정부는 흔히 반녹색정부라 부를 정도로 환경에 대해 그렇게 높은 정책적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 환경사안과 관련하여 정부와 법원에서 내린 두 가지 결정은 참여정부도 ‘환경의 역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100일간의 단식을 통해 지율스님이 제기했던 천성산 터널공사 중지와 환경영향 평가 재실시 요구를 정부가 응하기로 했고, 또한 ‘새만금사업에 사정변경이 생겼으니 정부는 사업을 취소하거나 변경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정부가 검토하기로 한 점이 그 예가 된다.
그러나 두 결과를 두고 사회전반은 여전히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두 사안을 두고 본래부터 생겼던 균열적 시각과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균열적인 관점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두 사안은 결론이 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되고, 또한 유사사례에서도 반복될 것을 암시해준다.
한쪽에서는 환경단체 쪽에 손들을 들어준 결론이라면서 환경진영이 이겼고 환경의 중요성이 합법적으로 인정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부은 국책사업이 중간에서 멈춤으로써 막대한 경제손실이 발생하게 되었고 그에 따른 실질적 도덕적 책임을 시민단체들이 저야 한다고 소리 높여 성토하고 있다.
논란을 주도하는 것은 역시 언론이다. 보수언론들은 사업중단에 따른 막대한 국민혈세 낭비를 걱정하면서 시민단체의 무책임성과 부도덕성을 질타하는 기사를 계속 흘러 보내고 있다. 반면 진보적인 언론들은 국민적 합의와 정책 합리성 부재에서 모든 원인이 생겼지만 정부와 보수언론들이 이를 호도함으로써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언론의 이렇게 분열된 입장을 보노라면, 인간사회엔 절대 진리가 없음을 느끼게 된다. 보수와 진보란 입장차이가 동일한 사안을 두고 상이하게 이해하는 것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각 입장은 각 입장의 이해득실에 관한 계산을 깔고 있기 때문에 입장을 바꾸거나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천성산터널공사나 새만금간척사업, 이 두 사업은 일단 정부의 정책사업이다. 때문에 옳고 그름의 객관적인 논쟁을 떠나,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의 입장을 견지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밥줄이 달린 첨예한 대립에 부딪히면 추진하는 부처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게 정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다. 보수언론이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서는 것은 그들이 처해 있는 보수적인 입장과 정부의 입장 간에 일정한 정서적 일체화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에 맞서는 시민단체들은 시민들의 자유스러운 결합체인 시민사회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제도와 법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와는 가치관이나 실천지향에서 대립적이고 갈등적인 입장에 처하기 일쑤다.
양자간의 관계에서 어떤 입장이 더 우월하고 국민의 더 많은 지지를 얻느냐는 사회전반의 발전 상태나 국민의식수준에 따라 다르다. 민주화의 진전으로 정부-시민사회의 관계가 호혜적이고 협력적이면 정부정책도 그러한 관계 속에 입안되고 추진됨으로써 그를 둘러싼 정부-시민사회의 대립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또한 자연환경의 보전이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는 국민의식이 강하면 강할수록 경제논리를 내세워 환경파괴를 일삼는 정부정책은 국민저항을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의 경우는 또한 반대의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청선산과 새만금에 관한 최근 정부와 법원 결정이 옳은지 그른지는 언론들이 호도하듯이 그렇게 간단히 답을 줄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국민혈세를 낭비할 정도로 다된 국책사업에 제동을 가하는 시민단체들의 반사회적 문제제기는 분명 문제지만, 정책의 초기단계부터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치지 못한 결과 추진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이 뒤늦게 발목잡는 일과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 발생은 따지고 보면 원인 제공은 정부 쪽에 있다.
이렇게 입장차이가 팽팽하고 갈라져 있지만, 정작 이를 추스르면서 진정한 국가발전을 위한 제 3의 방법을 찾아갈 장치가 결여되어 있는 데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국책사업이 지금과 같이 사안마다 끊임없는 논란과 갈등을 낳는 상황에서 우리는 국가도, 사회도, 경제도, 환경도, 그 어느 것도 온전히 지켜갈 수 없다.
‘(가칭)국책사업관리법’을 제정하여 일정조건을 갖춘 국책사업에 대해선 입안단계에서 추진과정 전반에 충분한 논의, 투명한 사업관리, 갈등의 사전예방과 사후관리 조건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틀 내에서 정부는 공공정책으로서 합리성을 갖추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어야 하고, 또한 정책에 대한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며, 시민단체들은 정부정책의 공공성을 존중하면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운동방식으로 국가정책을 건전하게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들의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정보전달자 역할도 중요하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개개인이 ‘시장과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나 사물을 옳게 볼 수 있는 계몽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사회는 국민계몽운동이 여전히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