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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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의 한국경제

2005년 01월 18일 (화) 00:00:00

노영기

장기불황의 시작인가, 아니면 침체를 탈출할 것인가? 침체의 늪을 어렵게 헤쳐 나가고 있는 한국경제는 2005년에 사활의 기로를 맞을 전망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3% 대의 저성장이 불가피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내수회복에 힘입어 경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다소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대내외 여건을 보면 이는 임시방편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안이하고 무책임한 전망이 될 공산이 크다. 대부분의 국내외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이 한국경제의 금년 경제성장을 3% 이하로 예측하고 있음을 보아도 그러하다.
대외적인 악재는 금년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작년의 4% 대에서 3% 대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IT 경기 둔화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상이 한국경제가 결정적으로 어려워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서 그나마 한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수출, 특히 반도체 수출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세계 IT 산업의 둔화는 바로 한국경제의 수출 기둥산업인 반도체 수출의 둔화를 의미한다.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될 가능성이 큰 달러화의 약세 또한 한국 경제의 수출에 빨간불일 수 밖에 없다. 달러화 약세는 국제시장에서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경쟁력 열세를 부추겨 한국 기업들의 수출 둔화를 가속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대내적인 악재는 물론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이다. 가계소비의 감소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급기야 IMF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경지부진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소비감소에 이제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소비감소 추세가 더해져 그야말로 전 국민의 소비가 꽁꽁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얼어붙은 소비심리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살려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소비심리를 살리는 지름길은 건설경기를 살리는 것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건설시장을 살려 경기를 깨우자는 한국적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강력한 부동산 시장 규제정책으로 그 효과를 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투기지역을 해제하는 등 부동산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조치가 나오고는 있다. 그러나 이는 매도세를 단기적으로 부추길 수는 있을지언정 매수세를 일으키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조치이다. 더욱 금년부터 시작되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매수세를 결정적으로 위축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 건설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투자도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다. 경제부총리의 정책방향이 정치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청와대의 입김에 따라 바뀌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맘 놓고 투자하기는 어렵다. 최근 통과된 공정거래법도 국내기업의 외국기업에 대한 역차별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투자환경을 크게 악화 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내수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큰데다 수출조차 위축된다면 한국경제는 장기불황의 문턱을 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10년 넘게 지속 되고 있는 일본의 장기불황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음을 볼 때 식은땀이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전향적인 경제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경제가 극도로 어려워지면 개혁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주택경기를 살려 건설경기를 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원칙적인 조치를 제외하고는 불필요하게 강한 부동산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여 주택의 매수세를 살리고 이를 건설경기의 활성화로 연결시켜야 비로소 내수가 살아나 장기불황으로의 진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경기를 살리는 일은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을 늘려 주택가격의 폭등을 막아 부동산 투기의 재연을 차단하는 예방적 조치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단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는 어설픈 고집을 부리기에는 2005년의 한국경제 호가 너무나 큰 파도에 직면해 있음을 통치철학적인 측면에서 깨닫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