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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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회복, 서둘러야 한다

2004년 10월 12일 (화) 00:00:00

윤영선

정부의 내수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업동향을 보면 내수경기가 계속 급랭하고 경기하강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또한 건설업 취업자수가 감소하면서 실업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상회하면서 물가에도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고유가의 지속은 소비심리와 기업활동 위축을 초래해 국내 경제회복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경기 침체의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소위 일본의 장기불황과 같은 구조적 침체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만큼 우리 경제는 지금 허약한 기반위에 있다. 외환 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더욱 양극화의 구조로 치닫고 있다. 수출과 성장을 주도하는 IT산업은 내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지 않는 편이다. 반면, 내수 경제의 든든한 다리가 되어야 할 중소기업은 여전히 취약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거기에다 우리 경제는 지금 가계부채 약 500조원, 청년실업 급증, 육아 및 노인 복지 비용 부담 증대 등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그 결과 설비투자와 민간소비의 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단기간 내에 경제성장을 주도할 만큼의 활력을 되찾기도 힘들어 보인다.
여기에다 건설부문의 위축이 우리 경제의 침체에 한 몫 거들고 있다. 그 동안 다른 내수부문이 침체된 가운데 버팀목 역할을 해 온 건설경기도 침체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반건설업체를 예로 들면, 9월말 현재 업체수는 6월말보다 118개사나 줄었고 이에 따라 취업자수도 급감하고 있다. 비정규직 일용 근로자 비중이 높은 건설업에서 일자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최근 건설경기 활성화를 통한 내수부양 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문제 인식에 비하여 정책 수단 및 적용 시기 선택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기왕지사 경제를 살리기 위해 건설투자 회복에 비중을 둔다면 실효성있는 대책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사회간접시설 투자확대, 골프장 건설, 복합관광레저단지 개발 등의 비전식 발표보다는 정부의 주택.부동산 정책기조부터 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금번 건설경기 침체는 규제 일변도의 대책을 부동산경기 하강기에 봇물 터지듯 쏟아 놓으면서 촉발된 측면이 강하다. 재건축사업 추진 단지들은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고 주택거래신고제는 시장의 정상적인 거래마저 거의 동결시켜 놓았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주택거래신고제, 분양가 공개 등은 재검토하여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개발이익환수조치의 입법화 추진으로 인해 사업에 큰 차질이 초래된 재건축 사업은, 최소한 사업이 진행되도록 후분양, 소형의무비율, 명의이전금지 등의 조치만이라도 철회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단발성 효과에 그칠 선심성 사업들을 열거하기 보다는 물류비 절감, 대체에너지 개발, 동북아 물류중심기반구축 등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차원의 대형 프로젝트 추진은 안정적인 경기부양효과를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도 있다.
건설투자가 금년 2/4분기를 정점으로 3/4분기부터는 수축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며 민간 비중이 큰 건축투자는 이미 지난해 3/4분기부터 수축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의 건설수주 감소, 주택건설 사업계획승인 격감은 향후 2-3년 동안 건설투자의 감소로 나타나게 된다. 국민경제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다보니 건설투자 위축은 건설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현안이 되었다. 경제의 장기침체를 막으려면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둔 성장위주의 국정운영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성장을 위한 내수 기반의 기초를 다지는 차원에서 건설투자 확대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