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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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반 개혁

2004년 10월 05일 (화) 00:00:00

노영기

개혁과 반 개혁은 서로 이웃해 있다. 졸속으로 개혁을 잘못하면 개혁이 실패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더 이상 개혁할 수 없어져 결과적으로 반 개혁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시작한 거창한 개혁과제 대부분이 반 개혁이 되고 있다. 우민의 얕은 인기에 집착한 경거망동의 졸속이 국가존망을 위협하는 한심한 일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대책이 하나의 좋은 예이다. 참여정부는 개혁의 화두로 강남 투기의 망국적 부도덕성을 띄우면서 부동산 대책을 쏘다 내놓았다. 국민들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명분에 치우친 나머지 부동산 시장 현실과는 전혀 동 떨어진, 다만 과격할 뿐인 대책의 홍수였다. 특히 부동산 투기의 문제를 빈부의 격차문제와 교묘히 연결시켜 부유세 등과 같은 반 시장경제 적인 과격한 대책이 별 생각 없이 마구 양산되었다.
그 결과는 건설경기의 사망이었고 건설 산업의 고사였다. 당연히 경제는 더욱 악화 되어 더 이상 방치하면 정권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또 다른 명분으로 투기지역, 투기과열 지역, 부동산 거래 신고지역 등의 부동산 규제를 잇달아 풀기 시작했다. DJ정권 말기에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그린벨트까지 풀어버리는 파렴치한 단기부양책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 있게 예견컨대 이제 노무현 정권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잡기 어렵게 되었다. 굳이 고유가니 중동의 정정불안 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기반조차 부실해진 내수와 투자가 하루 이틀사이에 살아날리 없으니 부동산 규제 푸는 일을 쉽게 중단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자는 개혁이 너무 과격하고 졸속이어서 더 이상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없는 반 개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사를 청산하자는 야심 찬(?) 개혁이 반 개혁이 될 가능성은 더욱 확실하다. 친일은 저질러진지 이미 오래전이어서 당사자가 없으니 단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친일의 단죄는 이기적인 분명한 친일, 즉 국민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진 지도층인사들의 능동적인 친일로 최소화 하면서 반민족적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상징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국민의 분열을 최소화 하면서도 독립지사들의 후손이 굶고 헐벗는데 매국적 친일의 후손들이 호의호식 하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여권은 친일의 단죄를 너무 정치적인 차원에서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우선 친일의 정의가 애매모호하니 국민모두를 친일의 후손으로 만드는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친일과 비 친일의 이분법적 패 가름이 횡행하고 있고, 남의 조상 친일 전력 들춰내기가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처럼 친일의 단죄문제가 미운 놈 혼내주는 식의 감정적인 차원으로 치닫게 되면 친일의 단죄는 어렵게 된다. 불가항력적으로 창씨 개명한 국민모두를 단죄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 여권 실세들의 직 상계 존속이 가진 일제시대의 헌병전력이 불거진 후이고 보면 친일의 단죄는 이제 확실히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개혁 주도세력의 도덕성이나 정당성에 의문이 일기 시작하면 개혁의 대상들에게 개혁당하지 않아도 되는 빌미를 주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친일의 과거사 캐기가 국민화합을 깨기 때문에 중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 민족정기를 살리기 위한 중범의 능동적 친일조차 단죄하기 어렵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친일의 단죄문제는 반민특위의 사건으로 좌절된 뼈아픈 과거가 있다. 최소한의 능동적 친일을 단죄하여 국민정기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친일의 문제를 주도면밀한 연구와 실행계획으로 대처했어야 했다. 정치적인 구호수준의 졸속이 제2의 반민특위식의 좌절을 부르고 있다. 앞으로 친일의 단죄는 영원히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졸속의 개혁이 결과적으로 개혁을 방해하는 반 개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디 부동산 투기와 친일의 문제뿐이겠는가. 참여정부가 벌려놓은 개혁과제 아무것도 성사되기 어렵다는 예감이 두렵다. 국가발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실세가 386이라면 386의 인기 영합적 경거망동은 더 늦기 전에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