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부동산투기 및 탈세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이중계약서 작성을 금지하고 실거래가격에 기초하여 과세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질서를 확립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9차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2004년8월2일자로 접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개정 취지에도 불구하고 발현(發現)하기 어려운 몇 가지 중요 문제점이 있다. 먼저 절차상의 하자를 살펴보면 지난 2003년 9월 입법예고 시 공청회 등에서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중 "계약내용통지의무"는 다른 법제적 보완과 수정 없이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밝혀진 법안인데, 2003년 9월 이후 이에 대한 관련 협회 및 국민에게 아무런 의견수렴 절차 없이 밀실행정으로 처리한 처사와 지난 2003년 법무사법 개정 당시 보장된 "경공매의 입찰대리" 부분이 법제처의 심의과정에서 어떠한 정당한 사유도 없이 누락됐음에도 공인중개사의 지도·감독기관인 건설교통부는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이를 수용하는 등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 산재해 있다.

한편 이러한 절차상의 하자 외에도 그 내용을 살펴보면 공인중개사의 생존권은 고사하고 국민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법안을 소탐대실(小貪大失)하여 안일하게 입법 제안하고 있으니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경·공매 매수신청 또는 입찰신청의 대리

기존 부동산중개업법 제9조의2(중개법인의 업무)에서는 지난  제8차 중개업법 개정시(2000.1.28) 분양대행과 함께 법인인 중개업자의 업무에 "경?공매 대상 부동산의 권리분석 및 취득의 알선"이 추가된 바 있으며, 지난 2003년 법무사법 개정 당시 국회 법사위에서 부동산 관련 전문자격사인 공인중개사에게도 경·공매의 권리분석 및 알선, 입찰대리가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법무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지난 2003년 9월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의 입법 예고 시 제8조(중개업자의 업무) 제1항의 6에 "민사집행법에 의한 경매 및 국세징수법 그 밖의 법령에 의한 공매(公賣)대상 부동산에 대한 권리분석 및 취득의 알선과 매수신청 또는 입찰신청의 대리"로 반영된 바 있으나, 부동산중개업법의 법제처 심의과정에서 "매수신청 또는 입찰신청의 대리"를 삭제하여 국무회의에 상정, 원안 통과되어 국회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는 지난 2003년 법무사법 개정 당시 국회 법사위의 중재가 법제처 심의를 거치면서 무시된 결과이며, 기득권 집단의 횡포이고 집단이기주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2. 거래계약내용의 통지 의무

개정(안) 제27조 제1항에서는 "주택거래신고 대상 주택의 거래를 중개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개업자가 중개하여 거래한 계약의 내용을 관청에 통지"토록 하고 있는데 이는 전국을 주택거래신고지역화 하는 청천벽력과 같은 개악이며, 중개업자의 생존권은 고사하고 부동산시장의 붕괴로 이어져 국민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파장을 지니고 있다.
세원의 확충과 세수의 투명성 확보는 요구되지만 주택거래신고제나 투기지역제 등에서 보듯이 급격한 조세부담 증가가 가져올 수 있는 파장을 고려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며, 이러한 신고의무 부과 이전에 관련 법제의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시행될 시에 벌어질 수 있는 중개업계의 붕괴와 직거래 만연으로 인한 거래사고의 증가, 허위신고로 인한 범법자의 양상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또한 거래계약 내용의 통지의무를 거래당사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데도 계약체결 관련 변호사나 법무사 등의 전문자격사에게는 부과 없이 부동산중개업법에 의거하여 오직 중개업자에게만 의무를 지우고 있어 전문자격사간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계약자치의 원리에 따른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의 법리에도 어긋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그리고 개정(안) 제27조 제2항에서는 제26조 제3항에 의거 "중개업자가 계약서의 검인을 신청한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통지를 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 법체계에서의 검인 신청권자는 법무사와 중개업자 등으로 규정짓고 있는데 물건의 권리득실 변동이라는 측면에서 중개업자로 단일화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며, 이 과정에서 계약내용의 통지 행위가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은데 법무사에게는 어떠한 의무 부과 없이 중개업자에게만 의무를 지어 사실상 중개사무소의 폐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한편 거래계약내용의 통지는 일반적으로 공인중개사의 직업윤리에 반하는 사항이다. 비밀보호 의무는 전문적 윤리에 근거한 당연한 의무로써 중개의뢰인과 중개업자 사이에 맺은 하나의 약속이다. 이를 어기는 것은 도덕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비밀보장의 원칙이 엄격히 준수 되어야만 부동산거래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부동산중개업법이 가진 사회·경제적 파장과 국민경제 상황의 고려 없이 밀어붙이기식 입법활동의 전개는 국민경제파탄이라는 크나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정부의 마녀사냥식 편의행정이 가져올 수 있는 전문자격사 집단의 생존권 문제에 대해서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현행 법제도는 관련 법률 간의 유기적 연계와 보완이 전제되고, 전문자격사는 전문자격사로서의 맡은 바 직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합리적 법안의 창출이 요구되어진다. 공인중개사에게는 합리성에 근거한 "공인중개사법"의 제정이 절실히 요구 되며, 공인중개사들도 공인중개사에게 주어진 현실과 국민적 인식을 고려하여 자성하고 자정하여 부동산유통시장의 질서 확립과 선진화의 첨병으로서의 맡은 바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