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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에 분 투기열풍

김장진 부동산연구소장의 일본 부동산시장 '악몽의 13년' 재조명

2004년 08월 02일 (월) 00:00:00

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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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인의 지가관(地價觀)은 어떠한가?
일본 열도의 지가상승, 그에 따른 지가고등은 일본인의 지가관을 확립시킨 계기가 됐다. 신자와 카가토오(新澤嘉芽統)나 하나야마 유즈루(華山謙)와 같은 학자는「대체로 지가란 실체를 좇은 경제활동의 결과지만 그림자와 같은 존재다. 현재 일본의 대도시권에서 지가상승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어, 일본 경제만이 아닌 사회 전체 활동이 크게 왜곡되고 있다. 마치 어린 나무가 수목의 그늘 속에서 생장을 못하고 있는 것 같이 결과인 지가가 원인인 경제활동에 반작용을 해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극심한 지가상승을 보이고 있는 대도시권은 경제활동 일체가 집중되고 있어 대단히 위험한 경향이 아닐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2. 토지투기관(土地投機觀)의 형성 및 그 배경
지가변동은 투기를 동반한다. 이는 일본인의 투기관의 요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가가 급등할 때는 도쿄 등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와 농어촌까지 토지투기를 불러와 그 폐해가 일본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열도 개조와 매점, 광란지가로 들떠 있던 1970년대 특히 1973년은 활황기의 정점이었다. 도로, 철도용지 매수와 왕성한 주택지수요, 국민소득의 향상으로 레져수요 등 가공수요까지 겹친 시기였다. 당시 도시토지는 물론 농지를 타용도로 전용코자 투기적인 매점의 대상이 되어 지가폭등을 가져왔다. 이로 인한 지가상승 폐해는 기본적으로 주택난과 빈부의 격차, 도시의 난개발, 공공용지의 취득난 등 3종의 형태였다.
1980년대에 와서는 지가고등과 관련한 투기적 행동은 처음에는 극히 일부지역에 한정되었다. 그러다가 투기지역의 지가가 높아지고 그로 인해 투기재미가 줄어들면 그 대상을 보다 값싼 지역으로 옮기게 되어 지가고등이 각 지역으로 파급됐다. 1980년대 후반 지가고등기에는 토지투기가 활발히 행하여졌다.
토지는 어떻게든 사 두기만 하면 이익이 된다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가의 변동은 숙명적으로 토지투기를 낳고, 지가의 급등은 투기를 활성화시켰다.
3. 토지투기를 하게 되는 진짜 이유와 실상
토지투기의 원인은 바로 지가상승률격차에 의한 이익발생이다. 한계지(限界地)를 경계로 내측의 지가는 높고 외측의 지가는 낮게 나타나므로 가능한 한 내측의 토지를 선호하게 되고, 그 격차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낳게 된다.
이 같은 기대에 의한 수요의 증대와 공급억제는 그 중에 포함되어 있는 투기의 동기까지도 함께 공유하고 있어 그 누구도 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투기는 장래의 가격변동을 예상해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지가상승률이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하는 기대는 동시에 장래에도 현재보다는 지가수준이 높게 될 것이라고 하는 예상 그 자체이기도 하다. 지가상승지역에서 행하여지는 일체의 토지거래는 투기이고 투기화 과정일 수 밖에 없다.
부동산업자나 상사 등이 지가상승에 의해 이익을 얻는 것은 투기며, 농가가 지가상승률 격차를 이용해 스스로 토지를 팔고 다른 토지를 사는 것도 투기에 속한다.
지가상승률이 타자산의 수익률을 훨씬 초과해서 그 위에 지가상승률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거래를 하든 하지않든 상관없이 일체의 토지거래는 투기의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의 투기는 본래의 투기의 개념과는 다른 면이 있다. 경제적 대변동이 없는 한 실패에 따른 두려움은 거의 없다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토지만큼 안전하고 확실한 재테크(투기)대상도 없다는 것이다.
사는 것도 파는 것도 그 자체보다는 원래부터 (소유자가 팔지 않더라도) 투기로 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가와 관련된 제현상이 경과적일 수밖에 없다.
4. 토지투기의 양면성으로 정책입안조차 너무 어렵다.
토지투기는 거의 양면성을 띠고 있다. 예컨대, 농가가 토지를 전부 팔 수 없는 것은 한편으로는 농업을 계속해야 되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 토지를 사려는 것도 경영규모를 유지 또는 확대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샐러리 맨이 토지를 사는 것은 거기에 자기집을 짓고 살려고 하기 때문이요, 부동산업자나 상사, 기업이 토지를 사는 것은 건설해서 팔 주택이나 분양택지를 조성하기도 하고, 골프장 등을 조성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농지의 황폐화를 가져오게 한 부동산업자 사이의 전매, 샐러리 맨이 사놓은 토지라도 넓은 토지를 마냥 사두고서 수년 후 일부를 팔아 자기집을 건축하려고 하는 것도 실은 투기가 일부 겉으로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경우, 일상적인 생활이나 경제행위가 토지와 관련되게 되면 높은 지가상승률의 영향을 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투기의 성격을 띠게 된다. 각각의 주체들은 내심 성공적인 토지거래를 바라면서 복권당첨을 바라듯 투기의 현실화를 동경한다.
이같은 양면성이 지가이론의 구성을 더없이 어렵게 하고, 정책 입안과 실행을 한 없이 곤란하게 만든다. 양측 모두를 균형있게 다루기란 지난한 과제다. 일면에 주목하면, 타면은 간과되기 쉬워서 투기를 방지하려는 유용한 대책은 생활이나 생산, 구입판매 등 통상적인 경제행위를 훼손시키고 파행으로 치닫게 한다(白川淸).
5. 토지투기란 어떤 존재이며, 그 이론적 정의는 어떤가?
앞에서「지가상승지역에서 행하여지는 일체의 토지거래는 투기이고 투기화 과정일 수 밖에 없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실제 토지투기란 어떤 토지거래를 지칭하는지는 사실 판단키 어렵다. 파악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토지투기의 통계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토지투기를 이론적으로 정의한 것을 근거로 그 바탕위에서 투기적 정의에 적합한 통계를 활용하여 그 실태를 살펴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다.
투기란 '어느 재(財)의 이시점(異時點)의 가격변화로부터 (그 재의 이용이 아님) 이익을 올릴 목적으로 어느 시점에서 재를 구입한 시점 이외의 시점에서 매각하는 행위'라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순수한 투기로 부를 수 있는 행위이고, 토지를 잇따라 전매해서 이익(capital gain)을 얻는 토지전매와 같은 행위가 이에 해당된다.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것은 이 협의의 '순수한 투기'이다. 법률상의 정의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토지사용자나 토지를 사용하지 않고 전매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이나 간에 지가상승을 기대해서 행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현재 토지소유자가 재산을 토지로 남길 것인가, 금융자산으로 남길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동하는 케이스가 이에 해당되는데, 이를 '사용자에 의한 투기'라 부른다.
현실적으로는 토지취득 없이 하는 보유는 캐피탈 게인(capital gain)과 인캄 게인(income gain) 양쪽 모두를 구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어느 목적인지를 식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사용자에 의한 투기'도 포함된 보다 광의의 투기를 정의하면, '이시점간의 가격변화로부터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가격이 변화하지 않는다고 예상할 수 있는 때와는 다른 양의 재를 보유하는 것'으로 된다. 광의의 정의에서는 협의의 정의에 의한 '그 재를 이용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조건이 아닌 '어느 시점에서 재를 구입하여 타시점에서 매각한다'라고 하는 조건은 완화될 수 있다.
'사용자에 의한 투기'는 사회적인 비난은 적지 않지만, 협의의 '순수한 투기'와 마찬가지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예컨대, 지가 상승의 기대가 강할 경우에는 현실 지가가 상승해도 토지보유자는 소유지의 매도희망액을 더 높이기 위하여 토지를 계속 갖고자 한다. 이런 토지보유(유보수요)가 발생하면 토지를 보다 유효하게 이용하려는 사람에게 점점 토지의 양도기회가 멀어지게 된다. 토지투기를 문제로 할 때는 '순수한 투기'만이 아니고, 광의의 개념으로 고찰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투기라 할 경우에는 광의의 투기를 의미한다.
끝으로 토지투자와 토지투기가 다르다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 일상적인 단어로서는 토지투자와 토지투기를 혼동해서, 애매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지, 토지투자라 하는 경우는 토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기대하려고 하는 의미가 강하다. 엄밀하게는 인캄 게인(이용에 기초한 이득)을 구하는 것이 토지투자, 캐피탈 게인(이시점간의 가격변화에 의한 이득)을 구하는 것이 토지투기라 할 수 있다(米山秀隆,「일본의 지가변동」, 1999년 참조).
6. 토지투기의 실태 파악을 위한 통계적 접근
가. 개인의 토지투기 실태파악
이상의 토지투기의 정의를 토대로 그 투기 실태를 탐색코자 한다. 토지투기 자체를 나타내는 통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전체의 모습을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다른 이용가능한 통계를 사용하여 토지투기의 수법을 추적코자 다음 세가지 조건을 설정했다. 첫째로, 토지의 구입목적이 자산매각이득(capital gain)을 얻으려 한 것인가? 둘째로, 구입한 토지가 미이용상태인가? 셋째로 구입한 토지를 전매하였는가? 이 세 가지 조건중 어느 것하나라도 해당되면 투기가 행하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먼저, 토지의 구입목적을 보면, 투자용을 나타낸 자의 비율은 3~4%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도표 참조). 이 통계로서는 투자(전체의 4%미만)는 애매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사업이득(income gain)을 구하는 것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앞에서 정의한 광의의 투기개념에 가깝다. 이 그래프를 보면, 특별히 1974년경과 1985년경에 투자를 목적으로 한 구입이 증가하고 있고, 1980년대 후반의 지가고등에 의해 투기적인 구입이 증가하였음을 입증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현재 소유하고 있는 토지이용상황을 보면, 미이용 토지는 10% 이상 존재하고 있다. 그 중 당초부터 이용할 의사가 없는 토지는 1980년대에 들어와 상승해서, 미이용지의 30% 가까이 이르고 있다. 당초부터 토지를 이용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은 '순수한 투기'의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토지구입자에 대해 4~5년 후 소유상황을 보면, 전부매각한 자의 비율은 4~7%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구입한 토지를 매각한 순간부터 곧바로 순수한 투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경우 비교적 단기간의 매각이기 때문에 순수한 투기적 매매가 상당히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나. 법인의 토지투기 실태파악
법인의 토지구입, 이용상황을 보면, 법인의 토지구입목적이 투자용은 2~4% 추이지만 지가가 고등한 1985년 경에 상승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는 대부분 개인과 같은 정도의 추이로서 주목할 것은 '기타'의 성향이다. 1984~1985년에 걸쳐 판매용, 사업용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기타'는 대폭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도표 참조). 이 통계는 기업이 비록 자산매각이득, 즉 투기 목적이라 하더라도 솔직하게 투기용이라 밝힐 수 없는 기업이 상당수라고 추정된다.
다음에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이용상황을 보면, 미이용은 11~24% 비율이다. 미이용지에 대해서 그 이유를 보면, 당초부터 이용할 의사가 없는 토지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1989년 조사에서는 미이용지의 50%에 이르고 있다. 지가상승에 동반해서 법인의 (순수한) 토지투기가 증가된 것을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토지구입자의 4~5년 후 소유상황을 보면, 전부매각이 32~55%에 이르고 있다. 특히 1980년대 후반에 상승하고 있는 것이 엿보인다. 판매용 토지도 전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에 비해 매각비율은 상당히 높지만 이중 일부는 순수한 투기일 가능성이 높다. 이상으로 1980년대 후반에는 지가고등에 동반해서 개인, 법인이 함께 토지투기를 활발히 했던 것이 종종 통계에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통계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대도시 등 도시별, 용도별 기타 다양한 대상을 좇아 토지투기를 파악, 추정해 낼 수도 있다.
이상으로 소결론을 얻고자 한다. 지가변동이 있는 곳에 토지투기가 따르고, 토지거래가 있는 곳에 투기가, 투기가 있는 곳에 거래가 활성화 되고 있다. 특히 지가상승지역에서 행하여지는 일체의 토지거래는 투기이고 투기화 과정일 수 밖에 없다.
토지투기의 원인은 바로 지가상승률격차에 의한 이익발생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기는 장래의 가격변동을 예상해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거래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익을 기대하기 때문에 생긴 수요의 증대와 공급억제는 바로 복권당첨을 바라듯 투기의 동기까지도 함께 공유하게 되므로 그 누구도 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투자와 투기는 구분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이든 법인이든 동기면에서 순수(2~4%미만)한 투자 쪽보다는 거의 투기 쪽에 편향돼 있음도 분석결과 입증됐다.
이제 일본열도는 투기열풍에 휩싸인 것이다. 일본인들이 혐오하는 토지투기(꾼)라는 부정적인 이미지 대신에 새로운 토지버블(land bubble)이란 신조어가 국민적 사회적 합의로 선용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