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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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부동산 시장 만들기

2004년 06월 15일 (화) 00:00:00

조명래

올 1/4분기 수도권의 건축승인 건수는 작년 동기에 비해 60%로 줄어들었다. 지방의 건설경기는 더욱 위축되어 건설면허 반납이 속출하고 있다. 분양이 안되고 건설수주가 급감하고 재건축사업이 백지화되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들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침체는 경기 전반이 나빠진 조건 위에 투기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과도한 규제정책을 발동시키고 있는 조건이 겹치면서 생겨났다. 처방이란 측면에서 볼 때 어떠한 요인이 더 중요한 가는 따져 봐야 하지만, 현재의 침체는 어떤 형태이든 극복되어야 한다. 이는 부동산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거래규모는 국민총생산액의 20-30%에 해당할 정도로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경기를 선도하는 것은 물론, 주택이나 토지의 적정 공급을 통해 국민의 소비 및 주거생활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은 모두 부동산 시장의 역할에 해당한다. 이런 연유로 부동산 시장 침체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그 동안 보여주었던 부정적인 모습을 감안한다면 침체의 극복만이 능사가 아는 듯 하다. 침체가 왜 발생했고, 미래지향적 부동산 시장은 어떠한 모습이 되어야 하는 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침체극복의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간 활성화된 부동산 시장의 모습은 투기적 붐으로 점철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반복되는 것도 따져보면 투기적 붐이 남긴 후유증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투기적 기제를 온전히 그대로 간직 한 채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이는 침체를 일시적으로 해소시킬 뿐, 기실 또 다른 침체와 위기를 준비하는 것에 불과하다. 차제에 부동산 시장위기의 진정한 극복은 지금까지 반복되어 왔던 위기의 땜 방식이 아니라 시장의 건강한 미덕이 제대로 발현되는 것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진정한 '투자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투기와 투자를 구별하긴 쉽지 않지만, 후자를 전자로부터 구별해 낼 수 있는 잣대는 도덕성과 공정성의 여하이다. 시장의 공정한 게임을 통해 상품으로서 부동산의 가치가 적정한 수익으로 실현되는 것이 투자의 진정한 의미이다. 신의를 버리고 법을 어기며, 또한 독점을 통해 부동산이란 재화가 유통되면서 사회통념으로 용인할 수 없는 막대한 불로소득이 발생한다면, 이는 전형적인 투기의 현상이다. 투기는 양육강식의 게임이다. 시장이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시장 참여자 모두를 희생자로 만들면서 시장자체를 궁극적으로 붕괴시키게 된다.
시장주의자들은 시장의 미덕을 내세워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시장이 이러한 조건을 제대로 갖출 때 우리는 굳이 정부로 하여금 시장에 개입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건강한 부동산 시장 만들기'는 시장의 경쟁법칙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재화로서 부동산이 공정하게 거래되면서 그 가치에 상응하는 배분이 이루어지고 이윤이 실현되어 시장 참여자 모두가 혜택을 보는 시장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그러한 시장을 우리는 '공동체적 시장'이라 부를 수 있다.
공동체적 시장을 만드는 책임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있다. 그간 다수의 사업자들은 정부가 제도적으로 제공해주는 보호막 뒤에서 가격을 담합하거나 불공정한 도급관계를 통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공사를 발주시키면서 막대한 차익을 남겨 왔다. 그러면서 비자금 조성을 위해 회계를 부당하게 처리하면서 경영구조를 스스로 부실하게 만들어 됨으로써 위기를 스스로 만들어 내 왔다. 이러한 관행의 사업방식은 이젠 과감히 버려야 하는 바, 이는 온전히 사업자들 스스로의 자정 노력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과제이다.
소비자들인 국민 개개인들은 부동산을 지금과 같이 황금의 알을 낳는 투기대상으로만 여겨선 아니 된다. 주택이나 토지는 개인의 소유물이면서 국민들의 복리를 위해 국가정책을 통해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공공재적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리의 부동산 가격이 경제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은 부동산을 부의 축적수단으로만 여기는 국민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이젠 이러한 천민적 부동산 문화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집과 땅은 우리의 공동재산임을 어릴 때부터 의식하도록 국민을 계도시켜야 하고, 부동산을 사고 팔 때는 법규와 규정을 충실하게 따르는 법 준수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야 한다.
건강한 부동산 시장은 건강한 시장법칙이 지켜질 때부터 가능하다. 그 몫은 정부의 것이다. 이 역할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 정부는 불법거래를 단속하거나 세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등의 강압적, 기계적 정책 운용방식을 우선 버려야 한다. 정부는 스스로가 추진하는 주택 및 토지개발을 공영성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하면서 국민들로 하여금 부동산의 공동체적 가치를 자발적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 사회제도적 여건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개념의 부동산 정책을 펴야 한다. 법 집행자로서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표준과세, 공시지가, 공정세율 등과 같은 정책수단들을 공정하면서 일괄적으로 집행하는 것이다. 투명한 거래가 관행으로 자리잡게 되면 투기적 요소에 의해 경기가 위축되거나 활성화되는 것은 자동적으로 차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