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지난 3일 집을 80%이상 지은 뒤 분양해야 하는 '후분양 제도'를 올해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07년부터 본격 도입키로 함께 따라 건설업계 및 주택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현재의 선분양제가 후분양제로 본격 전환될 경우 자금조달능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업체의 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이에따른 공급위축과 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증가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같은 부작용을 고려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해 민간부문의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 활성화 등을 통한 건설자금에 대한 원할한 금융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소업체 도산 등에 따른 제반문제점이 고스란히 난제로 남게된다.

또 정부가 후분양 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공과 관련금융제도 개선에 소홀할 경우, 민간업체의 자율적인 참여가 불투명해져 후분양제 자체가 실효성을 잃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행 선분양제도>
정부는 그동안 주택의 대량공급이란 정책목표하에 제도권의 건설금융 부족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소비자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주택선분양제도를 허용, 대부분의 업체가 선분양을 통해 주택을 공급해 왔다.

이러한 주택 선분양제도는 주택건설 사업자들에게는 주택 수요 및 건설자금을 사전에 확보할수 있게 하여 사업위험성을 낮춰 줬고, 소비자에게는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주택가격의 80% 정도를 집이 지어지기도 전에 납부해야하는 위험부담을 떠 안아야 했었다.

뿐만아니라, 선분양제도는 분양권전매를 통한 투기과열로 주택시장을 교란시켰고, 분양가격 자율화 등과 맞물리면서 주택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상당한 부작용을 야기한 것도 사실이다.

<주택건설업계 ‘공급위축, 분양가 상승’>
후분양제가 실시될 경우 건설업체의 사업방식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건설사는 소비자들로부터 분양대금을 받을수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돈을 빌려야 한다.

이럴 경우 부채비율이 늘어 기업의 신용도가 떨어지고, 차입금에 따른 금융비용과 부채비율 등을 감안할때 사업추진 자체가 힘들어 진다.

이 때문에 주택공급 위축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게 주택업계의 일반적인 성토다.

특히, 재무구조가 열악해 자금동원력이 떨어지는 중소건설업체의 도산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주택협회 및 대한주택건설사업회 소속 347개 건설업체 가운데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업체는 97개사로 전체 27%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의 주택건설 실적은 1999년∼2001년 기준으로 전체 공급물량의 45%를 차지하고 있어 해당업체가 도산될 경우 공급물량의 상당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후분양제 실시로 새롭게 조달해하는 기업의 건설자금 조달규모는 연간 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자금조달에 소요되는 기업의 금융비용이 분양가에 전가될 것으로 보여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이 후분양제하에서 예전과 같은 수익성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50% 공정후 분양하는 경우와 완전 준공후 분양할 경우를 비교 할때, 소형주택은 각각 6.2%와 11.1%. 중형주택은 8.3%와 11.6, 대형주택은 8.4%와 12.1% 정도의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

<소비자 ‘목돈마련부담, 청약통장 무용지물’>
현재의 선분양하에서는 소비자가 실제 지어진 건물이 아닌 모델하우스나 카달로그에 의존해 고가의 주택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또 짓지도 않은 아파트에 계약금과 중도금을 미리 납부하기 때문에 금융비용도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고 있다.

이로인해 부실시공과 시공사 부도위험에도 항상 노출돼 있는게 현실이다. 주택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반면, 후분양제가 실시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완성된 아파트를 직접보고 고를 수 있는 장점뿐만 아니라, 주변 후분양 아파트와 기존아파트와의 비교를 통해 매입할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미리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부담과 시공사의 부도, 부실시공 등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외에도 분양권 전매가 원천적으로 없어지게 돼 투기세력이 사라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소비자들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주택수요자들의 내집마련에 소요되는 자금부담이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현재는 계약후 계약금과 잔금을 포함해 구입자금을 4∼6회 정도로 나눠 지불하고 있지만, 후분양이 실시되면 일시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자금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630만명 이상이 가입되어 있는 청약통장의 의미도 사라진다.

이밖에도 후분양으로 소비자의 주택 선택권은 강화됐지만, 주택 품질확보 문제는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이에따라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가 후분양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간업체들의 막대한 건설자금조달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 활성화가 시급히 선행되야 하며, 후분양 업체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를 적용, 민간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의 주택구입자금 부담을 덜기위해서는 주택금융관련제의 보완이 절실하고, 품질확보를 위해 주택품질보증제도도 마련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