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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에 의한 자연재해의 근본적 해결

2003년 09월 19일 (금) 00:00:00

이상은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자마자 비가 다시 오기 시작했을 때는 금년에도 어김없이 예년과 같은 현상을 겪게 되나 보다 했다. 그러나 장마 이후 시작된 비가 아직도 계속 오고 있으며 토목공사 현장이 한달 평균 1주일 정도밖에 가동되지 못했을 정도로 금년 여름은 완전히 비와 함께 보내고 말았다. 하루걸러 줄기차게 오는 비가 그것도 왔다 하면 집중호우였으니 그 피해가 막대했는데 태풍 '매미'까지 우리나라를 덮쳐 사상 최대의 경제적인 피해를 남겼다. 북위 5-20o 태평양에서 발달하기 시작하는 태풍은 북상하면서 세력이 점차 약해지고 일단 육지에 상륙을 하면 급격히 약화되어 육지를 벗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러나 이번 태풍 '매미'는 북상하면서 세력이 더 강해졌고 남부 지방에 상륙한 이후에도 세력이 거의 약화되지 않아 그 피해가 더 컸다고 한다.
이같은 모든 현상들은 우리가 지구 기상 이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계속된 비로 쌀 흉작이 예상되고 청과류나 밭 작물들의 수확이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으며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4조원이 넘는 태풍까지 맞는 등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를 실감하고 있는데 이 정도는 세계적으로 주목도 받지 못하는 규모인 것 같다. 잘 알려졌다시피 지난 8월 40oC가 넘는 폭염이 계속된 프랑스에서는 더위를 견디지 못한 노인들을 포함 1만5,000명이 사망을 했으며 1년 동안 내릴 비가 불과 2일 동안 왔었던 독일을 비롯한 2002년 여름 유럽의 기록적인 홍수는 108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45만 명이 집을 잃게 하는 등 총 185억 달러의 경제적인 피해가 발생했던 것으로 집계되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2002년 한 해 동안 기상 재앙이 주거지, 산업 그리고 농작물에 입힌 피해 규모를 530억 달러로 추정하였는데 이는 2001년에 비해 93% 늘어난 규모이다.
최근 Worldwatch Institute에서 배포한 자료에는 태풍 '매미' 직후에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Isabel'이 기후 변화, 특히 지구온난화 현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는 태풍이나 홍수 그리고 폭염 등 기상 이변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환경변화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에 의해 기온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브라질과 남부 미국 그리고 서부 중국 지역에 말라리아가 다시 창궐하게 되는 등 질병이 확산될 것이라는 것인데 이미 북미 대륙에서는 지난 3년간 모기에 의한 전염병인 West Nile virus가 급속히 퍼져 많은 동물들과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아직도 일부 학자들은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변화가 환경재앙이 아니고 자연 현상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과거에도 지구 온도가 주기적으로 변화해 왔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지구 온도가 변화되었던 것은 수억년 주기의 현상으로 최근 이 변화의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빨라졌다는 것이 문제이며 이같은 변화는 자연적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사실에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 한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빨리 지구 온도가 상승할 것인가와 온도 상승에 의해 어떤 기상이변과 재해가 발생할 것인가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의 각종 활동이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며 기상 이변에 따른 재해가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그 근본에는 우리 기후 변화를 초래한 사람들의 무절제한 활동이 있다는 것이다.
매년 거듭되는 기상재해를 겪으면서 이제 환경문제는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고 경제 문제이고 우리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총체적인 문제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언제나 태풍과 홍수에 의한 피해가 자연 현상을 거슬리는 인공적인 개발을 한 지역에 더 컸다는 것이다. 즉 인재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자연재해는 과거 자연 재해를 다루던 방법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결국 무절제한 개발이 자연 재해에 의한 피해를 더 크게 할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며 개발 수요의 적절한 절제와 개발이 불가피할 경우에도 자연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개발만이 이같은 재앙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Worldwatch Institute의 다른 보고서에서는 식량소비 패턴이 각종 질병에 의한 사망률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설명하면서 건강식품 위주로의 식생활 개선에 의해 질병을 감소시킨 성공적인 나라로 우리나라와 핀랜드를 들고 있다, 식생활과 건강과의 관계를 강조한 각종 캠페인과 적극적인 참여가 우리나라가 성공한 요인으로 꼽고 있는데 여러 사람들이 공감하는 목표가 있을 때 이에 적극 참여하여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환경에 대한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큰 재난을 겪으면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한다는 인식으로 환경 보전을 추진해야 할 것이며 우리 국민 모두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접근에 힘을 모을 때 자연을 지키고 기상재해를 막는 데에도 놀라운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