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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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와 친환경 개발

2003년 08월 14일 (목) 00:00:00

이상은

최근 TV에서 우리나라에 단 하나 남은 대형 하구인 한강 하구의 생태계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자유로 넘어 출입이 제한된 지역으로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아 풍성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강의 하구는 바닷물과 민물이 혼합되어 생태적으로 매우 소중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생태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큰 강 하구는 개발되어 생태계의 보고로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관계로 한강 하구가 출입이 제한되어 개발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이만큼 보전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몇 년 전 모 대기업에 초청받아 그 회사에서 통일을 대비하여 마련한 한강 하구 개발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그 계획은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여 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하구를 개발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아무리 친환경적인 개발이라 한들 일단 사람의 손이 닿기 시작하면 생태계가 훼손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10여 년 전 낙동강 페놀 사고가 났을 때의 일이다. 필자가 다녔던 미국 버클리 대학 교수 한분이 페놀 사고와 관련하여 내한을 했으니 하루만 안내를 맡아달라는 선배의 부탁을 받고 약속 장소에 가보니 키가 2m가 넘는 거구의 70세 노 교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노 교수는 환경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분은 아니었기 때문에 페놀 사고가 얼마나 크게 알려졌기에 이런 분까지 조언을 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는 불만이 있었지만 하루를 희생하기로 하고 그분이 가자고 하는 강화도로 향했다.
그 분이 온 목적은 환경오염이 강 하구의 어업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보는 것으로서 강화까지 가는 길 차안에서 그 분의 자료집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처음 오는 것이고 미국에서 수집한 자료만을 모은 자료집인데 강화도에 있는 어항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고 이들을 알기 쉽게 나타낸 강화도 지도를 작성하여 갖고 있었다. 어선이 몇 척 있고 어항별 어획량 등을 가리키면서 지도에 나와 있는 어항에 가보자고 해서 갔지만 그날 들른 3군데 모두 어항의 모습을 거의 잃어가고 있어 매우 실망한 채 돌아오고 말았다.
필자가 강화도 어업활동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어 왔는지를 그 분께 설명할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 활발했던 어업은 이미 그 지역의 주요 산업 활동이 아니어서 어민들이나 어선을 보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같이 개발의 손길이 비교적 덜 미친 강화도의 어업 활동이 눈에 띄게 감소했을 정도로 그동안 한강 하구에서도 변화가 있어 왔지만 아직 사람의 접근이 제한되었던 일부 구역이지만 자유로 넘어로 아직 자연이 살아있는 지역이 남아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강 하구가 언제까지 저런 모습으로 보존될 수 있을까? 이 지역도 언젠가는 개발의 손길이 미쳐 가장 큰 포식자가 너구리에 지나지 않을 정도이지만 그래도 다양한 자연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사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개발 수요가 계속 증가 일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머지않아 이 지역을 친 환경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 논란의 대상이 될 것 같다.
환경을 고려하는 계획이나 개발이라는 것이 다분히 가식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청계천 복원계획은 청계천을 친환경 공간으로 복원하여 도심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계획에 의하면 일부 구간이 빨래터를 상징하고 있어 놀라게 한다. 물론 청계천의 물을 빨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게 유지하겠다는 의미이고 누가 거기까지 가서 빨래를 할리도 없고 해서 친수 공간 조성이라는 상징적 의미라고 보지만 물을 오염시키는 대표적인 행위 중 하나인 빨래가 등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성적인 계획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 개발의 주체들이 자연 환경을 고려하는 수준이 아닌가 한다.
몇 년 전 스키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에서 대표가 스키장 건설이 자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점들을 특히 고려해야 하는가를 물어 온 적이 있었다. 스키장 건설에는 아무래도 수목의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 지역의 식생 상태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더니 그 곳에 있는 나무들은 볼품이 없어 외국 스키장에서 볼 수 있는 멋 진 나무들로 대체하여 스키장을 아름답게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조사 결과 현재의 나무들이 보전가치가 높은 나무들인 것으로 판정되었으니 친 환경적인 개발이라는 것이 일반 상식 수준에서 판단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이제 우리나라에 얼마 남지 않은 곳을 환경 친화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을 내세워 더 이상 건드리지 말고 이미 개발된 곳을 친화경적으로 복원시키고 토지의 이용 효율을 높여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환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한강 하구를 우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도 소중하게 보전 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