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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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대박꿈에 서민만 피해

이것만은 고치자 1-알박기

2003년 07월 08일 (화) 00:00:00

길진홍

재건축.재개발부지내 개발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매입해 개발토지를 싼값에 매입해 비싼 값에 되파는 속칭 '알박기'에 재판부의 잇단 철퇴가 내려지면서 발붙일 곳이 사라지고 있다.
알박기란 개발부지내 땅을 미리 매입해 건설업체나 주택조합에 매각을 거부하고 버티다 결국 시중가보다 몇배나 비싼 가격에 파는 것으로 땅에 황금알을 박아놓고 대박으로 부화되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재판부가 알박기업자에 구속하는 주된 이유는 이들의 행위가 주택 분양가상승에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알박기한 땅을 사들이려는 데 들어간 비용은 원가산정에 포함돼 결국 분양가에 옮겨질 수밖에 없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서민들의 몫이다.
최근엔 알박기가 개인, 조직폭력배, 공인중개사 등 다양한 계층에서 벌어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상토지도 아파트 건설부지를 비롯해 재건축.재개발, 쇼핑몰부지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달초 인천 지검검찰에 구속동 이씨 등은 2001년 10월 E주택조합이 서울시 중계동 6,000여평 부지에 아파트 단지 건립을 추진하는 도중 조합원 유모(66)씨를 협박해 이 땅을 2억5,000만원에 사들인 뒤 19억원에 주택조합에 되팔아 16억5,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열(49)씨도 동대문 인근의 쇼핑몰 부지를 106억원에 매입했다가 3일 뒤 모사에 134억원에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제기동재건축조합 사업부지에 속한 땅을 타인의 명의를 빌려 알박기 수법으로 되판 O건설 개발사업부장 권모씨(42)가 알박기혐의로 구속됐다. 권씨는 2001년 12월 타인의 명의로 제기동 재건축사업 예정부지 내에 토지를 4억원에 사들인 뒤 매각을 거부하다 지난해 1월 재건축주택조합에 시중가보다 훨씬 높은 12억5백만원에 되파는 등 알박기 수법으로 2차례에 걸쳐 14억2,6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모두가 토지소유권을 100% 획득해야만 사업승인이 나는 건설사의 처지를 이용해 현저하게 많은 이득을 취해 형법 제349조1항에 근거해 부당이득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7월1일 건교부가 도시개발법 시행령을 개정,공포함에 따라 개발부지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알박기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는 도시개발사업때 공동주택지나 공공시설용지, 체비지 등 집단환지가 필요한 경우 사업구역내 다른 자리로 환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시행규칙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필요시 강제로 토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 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더 이상 개발 부지를 매입해 비싼 값에 되팔 수 없게 한 것이다. 이법안은 법제처 심의를 거쳐 이르면 오는 14일 공포 시행될 예정이란 게 건교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엔 개발부지내 땅을 미리 사들여 비싼값에 되파는게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규제를 피해 상가로 알박기가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다.
10년간 대학로에서 횟집을 운영해온 박모씨는 J빌딩내 점포를 사들였다. 경기 불황으로 상가 매출이 크게 떨어지자 여러개 점포를 묶어 프랜차이즈 임대 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점포매입을 위해 20억원의 자금을 쏟아 붓은 박씨는 뜻밖의 상황에 직면했다. 이 같은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이모씨가 박씨가 매입하려는 한 점포를 5,000만원에 사들여 3억2,000만원에 사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24개점포중 17개 점포 매입을 끝낸 박 씨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태에 빠졌다. 사채업자와 은행을 통해 10억원을 끌어단 쓴 박씨는 월 900만원정도의 이자 내기도 빠듯한 실정이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박씨를 구제한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박씨의 경우 주택을 지으려는 것도 아닌데다 사업자로 인정받을 근거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도덕불감증, 쉽게 돈을 벌겠다는 대박의 꿈, 틈새를 찾아 나서는 투기꾼 등이 어울리면서 건설부동산을 멍들게 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 부동산 공화국의 실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