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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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지분나누기 대책없는 서울시

2003년 07월 01일 (화) 00:00:00

길진홍

'축. ○○건설 시공사선정', '○월○일 추진위원회 결성'
단독,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서울시내 어디에서든 이같은 내용의 플래카드를 쉽게 볼 수 있다. 또 인근에는 재개발.재건축전문이라는 간판을 내건 중개업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서 있다. 재개발구역에서 저녁 늦은 시간까지 중개업소에서 지분상담을 하러온 투자자와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이 돼버렸다.
이들 대부분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구분등기를 위해 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전환하려는 사람들이다. 적은 지분평수로도 아파트를 배정 받을 수 있는 재개발사업의 특성상 집을 쪼개 어떻게든 비싼 값에 팔아 차익을 남기려는 것이다.
민간의 자본을 투입해 도심의 노후불량주택을 재개발하는 형태의 합동재개발사업이 본격화된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서울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풍경이다. 이처럼 재개발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건 88올림픽을 전후해 시가 도심재개발구역내 고밀도 아파트를 허용하면서 '재개발은 돈이 된다'선례를 남기면서 부터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건축법개정으로 다가구의 다세대전환이 가능해짐에 따라 재개발구역내 다가구주택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다. 그러나 조합설립인가도 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한 다세대 전환은 조합원수를 늘려 사업을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이같은 세태를 지켜보는 서울시는 뚜렷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다만 26.7년이 경과한 노후불량주택이 구역내에 2/3이상을 넘어야만 재개발구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시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다가구를 다세대로 전환을 막는 것은 사유재산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이를 법적으로 제제할 방법은 없다"며 "재개발로 이익을 보려는 주민들의 무리한 욕심이 이같은 과열양상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서울시는 이같은 재개발과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후도심을 회춘화 하겠다며 시작한 자력재개발의 한계를 느끼고 민간에 도심재개발을 떠넘기다시피 합동재개발을 도입하고 다가구의 다세대 전환을 허용한 것이 누구였는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제도상 어쩔 수 없다며 뒤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조례제정 등 적극적 대처로 사회적 낭비를 막고 꼬인 민심을 풀어야 할 것이다.